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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세상 일 모두가 한가지 이치인데 왜 이리 뒤틀려있나?


시국이 하 어수선하고 나도 그에 편승함이 없지 않나 싶어 한낱 도둑의 괴수(?)에 불과한 임꺽정이 지은 글이 생각난다. '세상 일 모두가 한가지 이치'인데 왜 이리도 '뒤틀림'속에 살아야 하는지... 그까닭은 무엇일까?

"사람이 본디 영악한 데서 비롯할까. 세상의 바르지 못함에서 비롯할까. 아니면 혹 말이나 글의 온전치 못함에서 비롯할까." 그 정답은 임꺽정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허 순의 <근기야록>중에서 임꺽정이 지었던 글 한 편이 남아있다.
 
알고 보니 글이란 것이 본디 말을 적는 것, 바른 말을 적으면 바른 글이 되고 그른 말을 적으면 그른 글이 된다. 또 말은 생각에서 나오는것, 바른 말은 바른 생각에서 나오고 그른 생각에서 나올 터이다. 그러니 세상에는 바른 생각, 바른 말, 바른 글이 있고 그른 생각, 그른 말, 그른 글이 있을 터이다. 한데 이치는 반드시 그렇지만 않은 듯, 세상에는 바른 생각을 지니고서도 그것을 숨겨 그른 말, 그른 글을 짓는 이가 있고 그른 생각을 지니고서도 그것을 꾸며 비른 말, 바른 글처럼 보이도록 하는 이가 있으니, 알 수 없는 일이다. 대게 이를 거짓 말, 거짓 글이라 하겠으나 이 뒤틀림은 어디서 비롯할까. 사람이 본디 영악한 데서 비롯할까. 세상의 바르지 못함에서 비롯할까. 아니면 혹 말이나 글의 온전치 못함에서 비롯할까. 다 까닭이 될 수 있겠으나 생각컨대 이는 오로지 그 사는 일의 바르지 못함에서 비롯할 터이다. 그러니 정녕 바른 글이란 바로 사는데에서 비롯된다 하겠다. 하면 아, 바른 글을 짓기는 얼마나 힘겨운고. 세상 일 모두가 한가지 이치로구나.

허 순은 그 말미에 자신의 짤막한 독후감을 적고 있다.
"이것은 한낱 도둑의 글에 지나지 않으나 그 참됨을 가지고 의론할진대 그 어느 재상의 문장도 이에 미친다고는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