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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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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남철 - 이상국 박남철(朴南喆), 1953년 11월 23일 ~ 2014년 12월 6일 시인 박남철 —이상국스펨 메일처럼 부음이 왔다 삼십대 후반쯤이었는지 어느 해 젊은 여성과 동행한 시인과 나는 속초 갯가에서 문어 안주로 낮술을 마셨다 시가 부러웠고 머리카락도 열정적이었다그로부터 삼십년도 더 지나 내가 어떤 문학지에 객없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던 한 날 첫새벽에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뜸 야 이 엑스엑스엑스야 누가 나에게 원고 청탁하랬어 그는 거침없이 육두문자를 날렸고 나는 쓸데없이 쫄아서 공대했다끊으면 다시 걸었다 걸면 다시 끊었다 이삼년 지나 우연히 인사동에서 우리는 다시 초면처럼 인사를 나눴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일생에 단 두번을 만나고 오늘 루머 같은 부음을 들었다..
장례식장 - 유강희 장례식장 —유강희부의(賻儀), 라고 쓰인 흰 봉투 뒷면에 아직 산 자의 이름을 쓰고 그걸 윗주머니에 넣는다 〈조문〉을 하기 위해 아직 산 자는 이미 죽은 자와 아직 산 자를 위해 아직 산 자를 더 많이 위해 재빨리 검은 옷으로 갈아입는다 살아생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죽은 자의 사진 앞에 〈느림〉으로 엎드린다 한 번 더 반복한다 그러고 나서 제법 애통한 낯으로 아직 산 자가 아직 산 자를 향해 또 한 차례 〈되돌림〉으로 엎드린다 그리고 나서 흰 꽃을 꺼내듯 흰 봉투를 꺼내 아직 산 자는 아직 산 자 앞에서 아직 산 자의 이름이 적힌 그것을 밀봉된 상자의 좁은 구멍에 애써 밀어 넣는다 아직 산 자들이 등뒤에서 자꾸 밀쳐도 아직 남아 있는 자신..
한국식 실종자 - 김승희 한국식 실종자—김승희 ● 부음이상준 (골드라인 통상 대표), 오희용 (국제가정의학원장), 손희준 (남한 방송국), 김문수 (동서대학 교수)씨 빙모상 = 4일 오후 삼성 서울병원, 발인 6일 오전 5시누군가 실종되었음이 분명하다다섯 명씩이나!순교 문화의 품위를 지키면서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다소곳이남근 신의 가족 로망스 이야기—『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 민음사, 2000
한국식 죽음 - 김승희 한국식 죽음 - 김승희 김금동씨(서울 지방검찰청 검사장), 김금수씨(서울 초대병원 병원장), 김금남씨(새한일보 정치부 차장) 부친상, 박영수씨(오성물산 상무이사) 빙부상, 김금연씨(세화여대 가정과 교수) 부친상, 지상옥씨(삼성대학 정치과 교수) 빙부상, 이제이슨씨(재미, 사업) 빙부상 = 7일 상오 하오 3시 10분 신촌 세브란스 병원서 발인 상오 9시 364-8752 장지 선산그런데 누가 죽었다고?—『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 민음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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