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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

친구야 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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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사람이 돌아갔다. 내 친구다. 한동안 못 본 놈이다. 언제 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새벽 걸려온 전화를 못 받고 다시 걸었다.

- 누구세요. 전화가 와 있는데...
- 최?? 아세요.
- 잘 안들려요...
- 최?? 아세요. 오늘 새벽에 교통사고가 나서 즉사했습니다. 전화기에 번호가 있어 연락드리는데 어떻게 되세요.
- 전화 거는 분은 누구세요. 전 친구데요.
- 고등학교 친구데. 어떻게 되는 친구예요.
- 아. 나도 고등학교 친군데, 넌 누구냐? 어떻게 된거니...
- 새벽에 교통사고가 나서 경찰에 연락을 받고.... 전화에 번호를 보고 연락을 했다. 이름이 뭐라고?
- 누군지는 잘 기억이 안나고 얼굴보면 알겠지. 형이랑 누나한테는 연락했나?
- 아마도 연락했을거야. 가족관계는 잘 몰라서.
- 누구한테 연락했냐? 아마 나는 내일 가야할 것 같다. 수고하고. 내일 보자.

전화를 한 놈이 고등학교 동기인데 잘 들리지않기도 했지만 누군지 모른다. 그가 누구인지 묻고 싶지도 않았다. 멍한 생각뿐이었다.

또 하나 든 생각은 폰을 바꾸고 얼마안되는 주소록에 내 번호가 있었다는 것이다. 외로움에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이 간다.

여타한 사정으로 집을 나와 혼자 살고 있는 놈이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랐다.
나도 산다는 것이 팍팍하여 연락도 못하였는데 며칠 전에 꿈에 나와 연락을 해보려 하였는데 이런 소식이 먼저 전해왔다.

이럴줄 알았다면 좀 더 .... 그런 후회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금은 이곳에 없는 놈인걸...

잘가라. 모진 풍파를 몸으로 부딪히며 살아온 그대 이제 잘가라...

떠나는 너에게 정희성님의 <同年一行>을 읽어주련다. 나는 '멀리는 못 가고 / 베란다에 나가 담배나 피운다'

同年一行 - 정희성

괴로웠던 사나이
순수하다 못해 순진하다고 할 밖에 없던
남주는 세상을 뜨고
서울 공기가 숨쉬기 답답하다고
안산으로 나가 살던 김명수는
더 깊이 들어가 채전이나 가꾼다는데
훌쩍 떠나
어디 가 절마당이라도 쓸고 싶은 나는
멀리 못 가고
베란다에 나가 담배나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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