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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새로 나온 책

2011년 10월 3주 -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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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이 요리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실은 반대다. 요리가 인간을 만들어냈다.

랭엄은 "생식이 효과적인 비만 치료법일지는 몰라도, 인간은 태초부터 줄곧 화식을 했다"고 했다.

한 종에서 다른 종이 갈라져 나오는 데 보통 1만5000~2만년이 걸린다. 랭엄은 "오로지 추정할 수 있을 따름이지만, 최초의 직립원인 무리는 대략 2000~3000명쯤 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호모하빌리스·직립원인은 상당기간 겹쳐서 존재했다. 모두 멸종해도 직립원인은 살아남아 가지를 쳤다. 독자 여러분이 거기서 뻗어나온 맨 마지막 가지다. 뉘신지 모르나 맨 처음 고기를 구워드신 그분께 박수.

남녀 한 쌍으로 이뤄진 결혼 제도. 그 유구한 역사의 시작은 결국 화식이었다. 저자는 과감하게 말한다. “남자에게 결혼의 동기는 성관계 대상에 대한 필요보다는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요리에 대한 필요인 듯 하다.” 원시시대부터 결혼은 경제 공동체였다는 주장이다.

요리 본능
리처드 랭엄 지음, 조현욱 옮김/사이언스북스


고기를 구우며 비로소 우리는 인간이 되었다
인간이 직립하게 된 건 불로 익힌 음식 때문이었다?
요리를 시작한 인류, 진화에 속도를 붙이다
빨간 불꽃 위 음식이 지금의 인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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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론>은 지금의 정세를 이해하는 주요한 관점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에서 가장 먼저 독점과 제국주의를 다루며, 레닌의 <제국주의>(1917)에 이론적 토대를 주었다. 물론 이 책은 독일 경제를 중심으로 이론을 구성했기 때문에, 은행자본에 의한 산업자본의 지배가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융합이 자본의 가치 증식에 가장 유리한 형태라고 암시한다. 그러나 자본을 항상 현금 형태로 유지해야 하는 은행자본과 거대한 기계와 설비에 자본을 긴 시간 묶어두어야 하는 산업자본이 각각 분리돼 발달하는 것이, 영국과 미국의 사례처럼 자본의 가치 증식에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금융자본론>은 몇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국민 대중이 정치권력 획득에 매진해야 한다. “자본가계급은 직접적으로 감추지 않고 노골적으로 국가기구를 장악해, 모든 노동자에게 훤히 보이는 방식으로 국가기구를 자기들의 이득 수탈의 도구로 만들고 있기”(539쪽) 때문이다.

둘째, 금융자본이 독점이윤 획득에 몰두한다고 해서 국민 대중이 자유경쟁의 회복을 주장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대자본가에 의한 그리고 대자본가를 위한 경제의 의식적 통제 대신에, 사회 전체에 의한 그리고 사회 전체를 위한 경제의 의식적 통제”(537쪽)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국제적 대결이 심화하고 가계 파산이 증가하며, 거대한 실업자가 감소하지 않고 자살이 증가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거대한 산업기업과 금융기업을 공익사업으로 전환해 민주주의적 통제 아래 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값싼 자금을 대부하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한다.

셋째, “계급 적대에 의거하는 모든 사회형태에서 사회적 대변혁은 지배계급이 이미 권력집중의 최고 가능한 상태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일어난다는 것은 하나의 역사법칙이다. …성숙기의 금융자본은 소수 자본가의 수중으로 경제적·정치적 권력을 집중시키는 최고 단계이다. 금융자본은 대자본가 독재의 절정이다.”(542쪽) 지금 각국의 대자본은 타국의 대자본과 점차 대립하게 되고, 각국의 대자본은 국민 대중을 점점 더 빈곤과 실업과 절망 속으로 몰아가기 때문에, 국민 대중은 대자본가의 독재를 종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국민 대중의 “힘은 오직 잠재적이며, 지배계급의 세력을 타도하는 투쟁에서 비로소 입증될 수 있기”(541쪽) 때문에, 국민 대중의 투쟁력과 조직이 약하다고 실망하지 말고 새로운 사회의 건설 계획을 세밀하게 세워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금융자본론
루돌프 힐퍼딩 지음, 김수행.김진엽 옮김/비르투출판사

100년 전 이미 파헤친 세계 금융공황
21세기 자본주의 비밀 푸는 열쇠
세계경제위기가 궁금하다면 힐퍼딩의 '금융자본론'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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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중진들도 서브프라임 문제의 본질과 미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경제 이론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풍부한 식견과 깊은 통찰력을 갖추었다고 할 만한 이들조차 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실물경제를 경제이론의 관점에서만 보았기 때문이다. 실물경제는 이론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규칙한 여러 사건들이 얽히면서 현실의 경제는 변하고 있다. 이론에 맞추어 현실을 파악하려 들면 경제의 실상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선입견이 생기기 때문이다. 경제를 움직이는 국가와 기업의 의도, 욕망, 역학관계 등 세상의 본질과 경제의 본질을 종합적인 관점에서 보아야만 큰 흐름이 눈에 보이고, 제대로 된 경제 예측도 가능해진다.

경제 예측 뇌
나카하라 케이스케 지음, 최려진 옮김/다산북스


경제 예측하는 뇌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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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백제가 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요소는 다른 데 있다. 그것은 흔히 알려져 있듯 간신들 때문도 아니요, 왕비의 권력다툼 때문도 아니었다. 멸망의 일차적 요인은 나당연합군의 백강 상륙을 막지 못한 데 있겠지만, 제대로 알고 보면 굉장히 엉뚱한 지점에서 일이 발생했다.

삼국사기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상략) 정방(소정방)이 사비성을 포위하니 왕의 둘째 아들 태(泰)가 스스로 왕이 되어 무리를 거느리고 굳게 지켰다. 태자의 아들 문사(文思)가 왕자 융(隆)에게 말하였다. ‘왕과 태자가 (성을) 나갔는데 숙부가 멋대로 왕이 되었습니다. 만일 당나라 군사가 포위를 풀고 가면 우리들은 어찌 안전할 수 있겠습니까?’”

이후 사비성에 있던 백제인들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스스로 투항을 해 버린다. 투항한 백제인들이 걱정한 것은 당나라 군대의 공격이 아니라 오히려 당나라 군대가 철수한 이후의 사태였다. 이유야 어쨌든 의자왕의 둘째 아들 태가 피신한 아버지와 형을 대신해 멋대로 왕이 됐기 때문에 이는 반역에 해당한다. 방어에 성공하지 못하면 나당연합군에게 처리될 것이고, 성공해도 정치적 쿠데타에 협조한 혐의로 인해 문책을 당하게 되니 스스로 항복해버린 것이다.


의자왕을 고백하다
이희진 지음/가람기획


[신간] 의자왕을 고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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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읽어보게 하자 하나의 주제를 파악하는 데 한 권 가지고는 부족하다. 같은 주제나 비슷한 주제의 책을 여러 권 읽다 보면,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감’이 온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필자마다 기술하는 방식이 다르고, 바라보는 각도가 다르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그 분야에 대한 시각도 따라서 넓어지게 된다. 우주나 공룡 또는 정원 가꾸기 등등 어떤 주제라도 한 권에만 만족하지 말고 그 분야에서 여러 권의 책을 읽다 보면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넓고 깊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 분야에 대해 어느 순간 뭔가 확 뚫리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통(精通)하게 된다는 것이다.

끝까지 다 읽으라고 강요하지 말자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청소년을 책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 책은 듬성듬성 읽을 수도 있고, 거꾸로 읽을 수 있고, 읽다가 그만둘 수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는 관객을 기다려 주지 않지만 책은 언제나 독자를 기다려 준다. 책은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는다. 남들이 다 읽는다고 해서 자기에게 맞지 않는 책을 무리하게 읽을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지식에 비해 내용의 밀도가 떨어지는 책을 읽는 일도 시간낭비다. ‘이게 아닌데’ 싶으면 그때 바로 그만두는 게 좋다.

의심하면서 읽게 하자 책을 읽을 때, 독자는 저자에게 조금 기가 죽기 마련이다. 같은 말이라 하더라도 인쇄되어 나온 글자에는 어딘가 권위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책은 사람에게 의심하는 마음, 비판하는 생각을 길러주지만, 또한 그것들을 빼앗아버리기도 한다. 잘못된 생각들을 의심 없이 받아들일 때 책을 읽는 행위는 무의미해진다. 무언가 의십쩍은 대목이 있다면 의문을 끝까지 파헤쳐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종이책 읽기를 권함
김무곤 지음/더숲

종이책의 ‘절대 즐거움’… 21세기에도 ‘절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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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소반다듬이

책만 냈다 하면 수십만 부씩 팔리는 베스트셀러 작가(그것도 역사소설을 쓰면서) 죄인에게 볼기를 칠 때 엎어 놓는 '장판(杖板)'을 몰라서 '곤장틀'이랬다, '형틀'이랬다, 엉뚱하게 '매틀'이라고 둘러대지를 않나(’머리말’ 중)

“바다에 가지 않는다. 파도가 보이지 않는다. 파도를 보지 않는다. 파도는 없다”는 식의 문장이 담긴 한유주의 ’장면의 단면’에 대해 “’한국어가 많이 부대낄’ 정도가 아니라 이미 그 한계를 넘었다. 말 쪼가리는 배배 꼬여 골이 패었고, 글 쪼가리는 뒤틀리고 어지빨라서 맥이 끊겼다. 실험도 좋고 모험도 좋다. 다만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말이나 좀 되게 해 달라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우리말 소반다듬이
권오운 지음/문학수첩


소설 속 잘못된 우리말 바로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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