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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새로 나온 책

2012년 4월 3주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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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진실을 조금 흥미있게 만들 뿐이죠. 전 한번 한 약속은 깨지 않습니다. 그저 살짝 바꿀 뿐이죠."

'천재 이야기꾼 로알드 달'은 로알드 달 재단에서 의뢰해 펴낸 '공식 전기'이다. 저자 도널드 스터록은 영국 BBC방송국에서 달의 TV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얻은 자료와 작가·유가족들과의 친분을 토대로 그의 삶을 생생하게 복원해냈다.

영국 사우스 웨일스에서 노르웨이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달은 '문제적 인간'이었다. 회사원이자 전투기 조종사였으며, 단편소설 작가이자 비밀리에 첩보 활동을 했다. 스스로는 "영국의 소박한 마을에 사는 가정적인 남자"라고 했지만, 오스카상 수상에 빛나는 여배우(퍼트리샤 닐)와 결혼했고,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과 정치가, 외교관, 스파이들까지도 친구로 둔 사람이었다. 철저하게 사생활을 보호받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대중의 시선을 받는 것도 즐겼다.

그는 항상 '현재'를 살았다. 그것도 최고의 현재를 추구했다. "음식, 포도주, 그림, 문학, 음악, 그 대상이 무엇이든 '최상'의 것에 늘 관심이 있었다. 그는 분명하고 투명하고 강한 의견을 좋아했다. 나는 그가 미적지근한 태도로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여러 사건으로 다사다난했던 인생이었지만, 그는 현재에 충실히 살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법이 없었다."

천재이야기꾼 로알드 달
도널드 스터록 지음, 지혜연 옮김/다산기획

거짓말은 없다… 더 못되게 재밌게 썼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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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사회학자다. 덴마크 제2의 도시 오르후스에서 가족과 함께 14개월간 살게 된 그는 "처음 한 달 동안은 경찰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작년 이 도시의 살인사건은 단 한 건뿐"이라며 경이로워한다. "전쟁을 일으키기 전 신에게 조언을 구하는 대통령"도, "범죄율 증가를 사탄의 탓으로 돌리는 경찰국장"도 없는 나라. 그런데도 "세상 어느 나라보다 안전하고, 도덕적이며, 번영하는 나라". 저자는 남녀노소 덴마크·스웨덴인들을 150여 차례 심층인터뷰하며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를 탐색한다.

덴마크와 스웨덴이 “상대적으로 세속적인 나라들인데도 타락과 무정부 상태가 판치지 않는다”며 “오히려 건강한 사회의 인상적 본보기”라고 말한다. 물론 덴마크와 스웨덴 사회에서 종교적 열심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갓 태어난 아이들 대부분이 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사춘기 초입에 이르면 견진성사를 받는다. 결혼식의 대부분은 교회에서 치러지고, 장례도 교회가 주관한다. 심지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교회에 교회세를 낸다. 루터교의 전통과 흔적이 여전히 사회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현상을 일러 “문화적 종교”라고 명명한다. 종교적 전통에 분명한 소속감을 유지하고 다양한 관습과 축제에 참여하지만, 종교의 가르침을 문자 그대로 믿지는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딱히 종교라고 할 수는 없는 유교에 대한 소속감을 가지며, 유교적 제례에 참여하는 것도 이른바 문화적 종교인 셈이다.

신 없는 사회
필 주커먼 지음, 김승욱 옮김/마음산책

돈 밝히는 목사, 색 밝히는 스님! 오 마이 갓!
신 없는 사회가 더 건강할 수 있다

종교가 없는 곳, 경찰도 필요 없어
종교 없는 사회도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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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첫 번째 실패에서 다음 실패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이다.”

윈스턴 처칠의 이 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제임스 다이슨(64)일 것이다. 이름부터 토머스 에디슨(1847~1931)과 비슷한 다이슨은 자신보다 꼭 100년 전 태어났던 에디슨처럼 평생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성공을 일궈내 ‘영국의 스티브 잡스’가 됐다. 잡스가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던 것처럼 그는 자기 회사에서 쫓겨난 뒤 새 회사 ‘다이슨’을 차려 세계 전자업계를 뒤집어버렸다.

1990년대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들고 나왔을 때만 해도 다이슨은 유별난 발명가 경영자 정도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2000년대 모터로 작은 바람을 만들어 주변 바람이 모이게 해 더 큰 바람을 일으키는 ‘날개가 없는 선풍기’를 선보이면서 다이슨은 진정한 혁신의 상징이 됐다. 공대를 나온 것도, 경영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었던 다이슨은 제조업이 처절하게 몰락한 영국에서 가전업체를 차려 세계적 거대 기업들을 물리쳤고, 자기 발명품을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문화적 지위를 갖는 디자인 아이콘으로 올려놓았다.

신이 공학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했기에 다이슨은 ‘진정한 물건’의 가치를 역설한다. 물건은 안 만들고 돈만 이리저리 옮기면서 이익을 내는 금융자본이, 단기 실적만 추구하는 경영자가 제조업을 몰락시켰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공학과 디자인은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다. 공학과 디자인은 장기적으로 회사를 되살리고, 더 나아가 국가를 되살리는 힘이다. 하지만 런던 금융가의 살찐 부자들, 은행들, 마거릿 대처 시대가 만든 괴물들이 당장 이익을 내라고 소리지르는 동안 영국 산업계는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대신, 더 많이 잘 파는 데 몰두해왔다. 그 결과, 지금 영국에선 광고가 모든 문제를 푸는 해결책이 돼 버렸다.”

계속해서 실패하라
제임스 다이슨 지음, 박수찬 옮김/미래사

‘영국의 잡스’ 다이슨 5126전 512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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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에 대한 요구는 지나가버린 신화다.”

<심플은 정답이 아니다>의 지은이는 “단순함이 좋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는 디자인계의 오랜 원칙에 도전장을 던진다. 지은이는 인지과학의 대부이자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중 한명인 도널드 노먼. <감성 디자인> <생각있는 디자인>을 썼으며 한때 한국에서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석학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와 백화점 가전매장에 들렀던 기억을 떠올린다. 냉장고와 세탁기를 보니 엘지나 삼성과 같은 한국 상품들은 외국 가전업체 제품들보다 더 복잡해 보였다. 그는 안내자한테 이유를 물었다. “한국 사람들은 복잡하게 보이는 것을 좋아해요. 복잡한 것이 있어 보이거든요.”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같은 현상을 발견했다”며 이제 “단순하고 기능이 적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특이한 존재일 뿐”이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우선 그가 옹호해 마지않는 ‘복잡함’과, 그가 배제하고자 하는 ‘혼란스러움’을 구분한다. 복잡함은 많은 부분이 뒤얽히고 서로 연결된 상태를 의미하고, 혼란스러움은 어떠한 것을 보고 어지럽다고 느끼는 심리상태라고 규정한다. 그래서 ‘복잡함=혼란스러움’의 등식을 부정한다. 지은이는 수많은 제품들이 실패하는 것은 현대기술의 혼란스러움에서 오는 좌절을 줄이기 위해 단순함을 너무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풍부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복잡함은 필수조건이란 것이다.

심플은 정답이 아니다
도널드 노먼 지음, 이지현 외 옮김/교보문고(단행본)


디자인이여, 복잡함을 감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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