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통일이 과연 가능할까? 한국 보수주류가 집착해온 이 방안은 실은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60여년 전에 북한 거의 전 지역을 상대로 실행해 봤다. 그리고 실패로 끝났다. 지금 다시 시도하면 성공할까?
서울 탈환 10여일 만인 1950년 9월30일 이승만 대통령은 북진 명령을 내린다. 한국군 3사단은 10월1일 38선을 넘었다. 10월4일 유엔 총회는 38선 돌파를 묵인하는 8개국 공동결의안을 의결했고, 그 이틀 전 임병직 외무장관은 유엔에서 남한 정부 주도로 한반도를 통일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미국 육군 참모부가 작성한 북한 군정실시 3단계 구상이 그달 12일 유엔에서 통과됐다.
그렇게 해서 약 두달 동안 북한 대부분 지역(점령지)에서 진행된 흡수통일 시도의 첫번째 장애는 유엔과 이승만 정권 간의 갈등이었다. 미국이나 유엔은 남한 정부가 북 체제를 대체하게 놔둘 의도가 애초 없었다. 10월12일 유엔은 유엔군이 북한 행정책임을 장악하도록 결의했고 미 10군단 민사처 고문관을 중심으로 한 유엔 군정반이 북한 행정을 인수했다.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라던 대한민국 주권은 38선 이남에 국한됐다. 이승만이 개인 자격으로 평양에 가야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2개월 동안 실제로 북한 지역을 통치한 것은 이승만이 파견한 남쪽 내무부 선무공작대(전국학련)와 국방부 정훈국 학도의용대, 경찰, 군, 서북청년단을 흡수통합한 대한청년단 북한총단부 등 우익 청년조직들이었다. 북쪽 사정에 어두운 미군의 북한 단독 통치는 불가능했다. 선거가 실시될 경우 친미 세력이 이길 수 없다고 봤기 때문에 이승만 체제의 북쪽 지역 확대를 차라리 묵인하고 지원하는 쪽이었다. 1950년 8월18일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보고는 자유선거가 실시되면 공산주의자들이 한반도 전체를 장악할지 모른다는 분석을 담고 있었다.
최대 장애는 중국군 개입이었다. 주젠룽 일본 도요가쿠인대 교수가 쓴 <마오쩌둥의 조선전쟁>을 보면, 당시 북한을 점령한 유엔군은 13만이었고 대적한 북한군은 4개 사단뿐이었다. 10월 하순 약 30만의 중국군이 북에 들어왔고 이후 3년간 300만 가까운 중국군이 파병됐다. 그들 중 13만3000여명이 전사했다. 건국 1년 만에 국운을 건 대규모 해외파병(마오쩌둥 아들도 전사했다)을 중국은 왜 감행할 수밖에 없었을까? 60여년 지난 지금, 거대한 힘을 축적한 중국이 남한 주도 통일로 그 뒤의 한-중 국경에서 미국과 맞대면하게 될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이유는 더욱 분명해진다.
또 하나의 장애는 이승만 정권의 준비되지 않은 흡수통일 시도 자체였다. 사실상 점령지 통치세력으로 군림한 우익조직들은 이념, 사적 원한과 보복감에 사로잡힌 ‘정치적 교정작업’으로 대학살을 자행했다. 그 2개월 사이 북한 주민 15만명이 처형되거나 납치된 걸로 추산한 통계가 있고, 북한의 공식발표로는 17만2000여명이 학살당했다. 이승만은 학살을 묵인·방조했다. 물론 북한 체제에 저항한 수많은 인사들 역시 학살당했다. 전황이 불리해지자 북한 지도부는 ‘반동분자’ 처리를 위한 최고위급 특별위원회까지 꾸렸다.
<전쟁과 인민>은 북한 주민들이 왜 사회주의 체제를 택하고 반미를 내세우게 됐는지, 그리고 인민이라는 정체성을 왜 기꺼이 받아들이게 됐는지에 대한 전쟁사회학적 탐구다. 그 작업을 북한 주민들을 중심에 놓고 진행했다는 것이 이제까지 나온 한국전쟁·북한 관련 연구서들과는 다른 점이다. 이를 위해 미국이 전쟁 때 노획한 대량의 북한문서 등 1차 사료들을 적극 활용했다.
전쟁과 인민 |
+
영국 역사가 에드워드 파머 톰슨의 <윌리엄 모리스>는 책의 장인으로만 알았던 이 거장의 진면목을 새롭게 조명한다. 지은이는 문인·화가·장식예술가로서 모리스의 숱한 작업들이 그 자신의 낭만주의적 기질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힌다.
모리스는 낭만파 시인 셸리와 키츠의 영향을 받으며 청년기부터 시 창작과 잡지 발간 등으로 전천후 예술가로서의 싹을 보였다. 이런 기질과 함께 “19세기 영국의 극단화된 산업자본주의 사회가 지닌 비인간적 삶의 여건을 비판하는 관점”이 영감을 주었다. 여기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사상가는 토머스 칼라일과 존 러스킨이다. “일체의 인간적 가치를 금전가치로 환원하는 자본주의를 혐오”했던 칼라일의 사상은 모리스 말년까지 다양한 작품으로 표출된다. “이집트풍·고전풍·공리주의풍이 뒤섞인 괴물 같은 잡종건축물”에서 “인간 정신이 산업자본주의의 손아귀에 잡혀 타락하는 참상을 목도”한 모리스는 시각·건축예술로 관심을 옮기지 않을 수 없었다.
“위대한 예술은 인간정신 전체를 포괄하고 고취시킨다”고 믿었던 러스킨의 사상 역시 고스란히 전이된다. 산업자본이 작업자를 기계로 전락시키는 타락을 극복하는 길은 “고딕 성당을 쌓아올린 중세 장인들의 길드 공동체”의 협동과 협업에 있다고 모리스는 믿었다. 건축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결국 산업자본의 영향으로 파편화된 사회를 인간 정신이 구현되는 곳으로 되돌리려는 열망이었다.
이 책은 모리스의 문예 활동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오히려 ‘실천적 사회주의’를 모색했던 그의 사상과 행적을 추적하는 쪽이다. 420여쪽의 1권이 예술적 정황을 설명한다면, 740여쪽의 2권은 모리스의 사회주의 활동을 주로 조명한다. ‘낭만주의자에서 혁명가로’란 부제처럼, 사회주의 활동에 중점을 둠으로써 예술 창작으로 낡은 사회를 개혁하고자 했던 모리스의 속마음을 오롯이 표출한다.
사회주의자 모리스의 관심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책들을 탐독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았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는 사회주의동맹 활동을 이어갔고, “즉시 하나로 통합되고 자유로운 위대한 사회주의 노동계급 정당” 실현을 위해 매진했다. 주목할 것은 모리스가 시작 단계부터 분열되었던 사회주의자 진영에서 협력의 필요성을 누누이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초안 작성에 깊이 관여한 ‘영국 사회주의자 선언’에서 “눈앞의 사안들에 대한 캠페인을 위해 명확한 단계들을 밟아 나가고 사회주의자들 스스로가 뚜렷한 목적을 가진 한 탁월한 정당의 당원이 되어 우리의 노정을 따라 부단하게 행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폭력이나 사회전복을 통한 개혁에는 단호히 반대했다. 모리스는 “사회주의 혁명을 위한 현실적 개혁의 단계성”을 중시했는데, 결과적으로 선거를 통해 승리하는 방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노동자 교육을 역설한 것도 “이론은 항상 노동계급 대중들의 눈앞에 보이도록 버티고 있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윌리엄 모리스 1 |
+
아마존닷컴의 창시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48)의 삶과 경영 방식에 집중한다. 잡스, 게이츠에 비해 국내에 덜 알려졌지만 인터넷 쇼핑 체계를 중심으로 세계 IT 지도를 재편한 거물이다. 아마존닷컴 서비스와 킨들 시리즈가 덜 보급된 한국의 독자에게, 해외 IT 생태계에서는 이미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CEO를 본격적으로 소개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야기는 흥미로운 장면으로 시작된다. 베조스는 아마존닷컴 설립 두 달 뒤인 1994년 9월 22일, 미시시피 주 옥스퍼드의 오프라인 서점 운영자 리처드 호워스의 서점 창업 강좌를 듣는다. 서점의 실수로 더럽혀진 고객의 차를 직접 닦아준 호워스의 서비스 이야기에 크게 감동받은 베조스는 이를 아마존닷컴의 대량 온라인 고객서비스의 모태로 삼는다. 그날 강사였던 호워스는 훗날 “(온라인으로 일하는) 베조스는 고객의 자동차를 직접 닦아준 경험이 한 번도 없을 것”이라며 투덜댔다.
책은 아마존닷컴 고객서비스 부서 직원들의 살인적인 업무량을 미화하지 않는다. 프린스턴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베조스를 다소 냉철하고 신경질적인 존재로 묘사한다. 어려서부터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했으며 부하 직원의 면전에서 화를 내고 손을 내젓는 다혈질 상사이자 가혹한 경영자라 평하기도 한다. 베조스는 개인 시간을 들여 일하는 프로그래머에게 월급 인상분 대신 중고 나이키 운동화를 주고, 고객 e메일이 밀린 서비스 부서에 메일 1000건당 현금 보너스 200달러를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제프 베조스 리더십의 비밀을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하기’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때까지 끊임없이 창조하기’ ‘장기적 시각으로 바라보기’ ‘늘 처음처럼의 마인드 갖기’의 네 가지로 압축 분석하며 좋은 경영인의 본보기로 제시한다.
원클릭 |
“스티브 잡스를 이을만한 인물” 칭송… 아마존 창시자 베조스의 삶과 경영
아마존 유통망에 숨겨진 비밀
괴짜를 사랑한 '아마존' 창립자
아마존 창업자 베조스를 아는가
+
좌중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뛰어난 친화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단시간에 얻어내는 매우 특별한 재능을 가진 창업자들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 원하는 바를 투자자들로부터 얻어낸다. 통상적으로 0.5%의 성공률에 불과한 벤처캐피털 투자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비결은 무얼까.
이런 창업자들은 다른 투자자들을 만나도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잠재 고객들이나 사업 파트너를 만날 때, 직원을 채용할 때도 자석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이런 놀라운 재능을 가진 창업자들을 '록스타 창업자'(rockstar entrepreneur)라고 부른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력 벤처캐피털리스트(VC, 초기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전문 투자자집단)들은 "초기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이들은 자질이 부족한 창업자의 온 세상을 바꿀 놀라운 아이디어에 투자하느니, 아이디어가 다소 엉성해 보여도 록스타 창업자의 손을 들어준다고 한다.
특히 전 세계 벤처 사례를 소개하며 국내 시장의 벤처 창업 핵심요소들을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 △사업 콘셉트 잡는 과정 △시장의 필요에 걸맞은 제품 만드는 방법 △이윤 내는 실제 사업모델 구상 △사업계획서 작성과 국내외 투자유치를 이끌어내는 방법 등 현실적인 방안들에 대한 해법을 명쾌하게 소개한다.
청년 창업가가 빠지기 쉬운 시행착오는 줄이고 창업을 성공적으로 가속화하는 데 필요한 조언을 담은 이 책은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 형성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예비창업자들에게 글로벌 창업투자의 혜안은 물론 삶의 방식에 대한 통찰력을 갖도록 돕는다.
아이디어 오디션 2030, CEO를 꿈꾸다 |
+
1만5000~1만년 전 사이 지구는 더웠다 추웠다를 반복했다. 수렵·채집에만 의존하던 인류의 삶도 덩달아 풍족과 궁핍 사이를 널 뛰었다. 1만2000~1만1000년 전 지중해 연안 나투프 지역 누군가가 기발한 생각을 했다. '먹을 걸 찾아 헤매느니 근처에 곡식을 심으면 어떨까.' 그때부터 야생의 곡물은 '일용할 양식'이 됐다. 인류는 그 덕에 혹한을 견뎌냈고, 기후가 풀리면서 농업은 본 궤도에 올랐다. 그때의 씨앗은 단순한 종자가 아니었다. 거대한 문명 전환의 시작이자, 인간이 자연 위에 군림하게 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첫 여파는 인구 폭발로 나타났다. 잉여 산물이 생기면서 한정된 공간에 인구가 급증했고 사회적 지위와 위계가 생겨났다. 관개가 중요해지면서 수로 건설·유지·관리에도 노동력의 동원과 관리가 필요했다. 정치 제도의 탄생이다. 종교에도 변화가 왔다. 수렵채집인들은 자연 곳곳에 내재한 정령 신앙을 따랐지만, 자연을 지배한 농경 시대에 와서 신의 수는 줄었고 인간을 닮기 시작했다.
농경은 식단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그전 수렵채집인들은 적응력이 뛰어났다. 칼로리 섭취가 낮아지는 조건 속에서도 효율적인 영양분 저장을 통해 생리 기능을 유지하는 '절약 유전자형'이었다. 하지만 농경 시대에 탄수화물·당·전분 섭취가 높아지면서 인류의 유전자는 갑자기 '풍족해진' 환경과 불협화음을 빚었다. 비만의 시작. 충치도 그때 급증했다.
인구 밀도가 높아지고 동물의 가축화가 진행되면서 전염병도 활개치기 시작했다. 18세기 종두법이 도래하기 전까지 홍역·결핵·천연두·독감 같은 최악의 질병들은 대부분 농장 동물에서 유래했다. 수명도 짧아졌다. 구석기인의 평균 수명은 남성 35.4세 여성 30.0세인 데 비해, 농업 이행이 완료된 신석기 말에는 남성 33.1세 여성 29.2세로 떨어졌다. 남성의 키도 구석기 시대 약 177㎝에서 신석기 말 약 161㎝로 줄었다.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사망의 주된 원인은 외상이었다. 싸움이나 사고, 출산 관련 상해가 죽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정착 생활과 함께 전염병이 주원인으로 부상했다. 지금은 다시 당뇨·고혈압·뇌졸중·암 같은 비감염성 질환이 더 큰 위협으로 간주된다. 정신질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세계 4억명 이상이 간질·정신분열증·우울증 같은 질병으로 신음한다.
인류는 이런 문명과의 불화를 약물로 치료하려 한다. 요즘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물이 프로작 같은 항우울증약이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약으로 개발된 각성제 리탈린도 미국 남아의 약 10%가 매일 복용한다. 일각에서는 유전 공학의 성과에 기대를 걸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우려를 표한다. 유전체의 종합적 특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르는 게 많기 때문이다. 섣부른 유전자 조작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지구온난화다. 과거 빙하기가 그랬듯이 우리 삶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저자는 지금의 위기를 사회 질서와 세계관 개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판도라의 씨앗 |
+
대학에 들어간 아들이 석 달 뒤 집에 편지를 보냈다. '사랑하는 아빠, 돈이 없어 살맛이 안 나요. 아들이.'아버지도 답장을 보냈다. '사랑하는 아들아, 그것 참 안됐구나. 나도 무척 슬프구나. 아빠가.'
진화심리학계에서 유명한 이 농담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 자식과 부모의 갈등을 잘 보여준다. 자식은 부모로부터 어떻게든 더 많은 자원을 얻어내려 하고, 부모는 한 자식의 요구에만 귀를 기울이지 않도록 적응해 왔다는 논리다. 진화심리학의 대표적 입문서인 이 책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열쇠를 효율적인 생존과 번식의 관점에서 찾아내려 한다.
'문 닫는 시간 현상'이란 게 있다. 독신자 술집에 온 남자 137명과 여자 80명에게 각각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이성에 대한 매력을 0~10점 범위에서 매기게 한 실험 결과이다. 남자들은 오후 9시엔 평균 5.5점에서 자정엔 6.5점을 매겼지만 여자들은 오후 9시엔 평균 5점, 자정엔 평균 5.5점을 주는 데 그쳤다. 밤은 깊어가는데 아직 여자를 유혹하는 데 실패한 남자들은 남아 있는 여자들에게 점점 더 매력을 느끼지만 여자들은 문 닫는 시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진화심리학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