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학부모․학생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국어 공부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지만 정작 ‘언어 사고력’이 부족하면 모든 사고활동과 문제해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수학 문제를 풀고 싶어도 문제가 무슨 뜻인지 몰라 못 풀고 영어 문제도 국어 능력이 없으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 결국 국어 기초를 튼튼히 하지 않고 학년이 올라가면 어느 순간 우리말이 어려워지고, 그로 인해 전체 학습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된다. 저자는 초등 교육과정이 서술형 평가문항으로 바뀌고, 읽기, 쓰기, 토론 이 모든 학습의 기본이 됨에 따라 ‘언어사고력’을 키우면 보다 더 훌륭한 인재로 자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노랫말로 시를 생각해보기’, ‘ㄱㄴㄷ 놀이’ 등 부모-자녀, 학생-교사가 생활 속 재미있는 놀이로 국어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공부는 잘하는데 왜 말을 잘 못하는지, 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왜 쓰기를 열심히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도 명쾌하게 풀어준다.
읽기 전에 듣기, 읽고 난 뒤 들어서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아이의 언어구사력이 매우 정확해지고 쓰기 과정에서도 표현이 풍부해진다. 가능하면 읽히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아이가 읽은 책을 다시 읽어주는 과정을 거치라.
국어교육은 이제 단순히 국어 그 자체를 익히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이 하는 모든 사고활동의 중심으로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도 평가 문항들이 서술형 문제로 바뀌고 있으며, 이제는 ‘수학 문제도 국어 같고, 과학책도 국어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모든 학습에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가 기본이 되는 것이다. 당장 눈앞에 영어, 수학 문제가 중요해보이지만, 정작 아이에게는 장기적으로 언어적 사고력, 언어 능력이 더 필요하다. 그럼 어떻게 우리 아이를 언어의 달인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런 고민을 가진 엄마들이 가장 알고 싶고 듣고 싶어 하는 국어 공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특히 그동안 늘 쏟아져 나왔던 단순한 개인 경험의 나열이나 지나치게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라 가능하면 어떻게 실생활의 이야기로 연결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일상에서 자주 부딪치는 아이의 국어에 대한 고민들을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네 영역으로 나누고 있으며, 각각의 제목이 아이들의 질문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저마다 가진 각각의 고민에 맞는 해답을 손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초등공부 국어가 전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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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 줄 베끼려고 한 권을 읽는다"고 말한 이는 누구였던가. 인용(quote)은 익숙한 글쓰기 수법 중 하나다. 글세계에서 이 '지적 절도'는 쉽게 용인되고, 때론 장려된다. 인용은 지식 축적도를 재는 방편이다. 물론 그 분량은 수정과에 띄운 잣 몇 알 정도면 족하다. 지나치면 이런 말이 나온다. "대체 네 생각은 뭐야. 당신 얘기를 하란 말이야."
여기 책 한 권이 있고, 거기 이런 문장이 있다.
"종교가 정치와 무관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종교를 모르는 사람이다(1). 절대 권력이 절대로 부패한다는 명제에서 하나님인들 자유로울까(2). 종교는 서민들을 침묵하게 만드는 탁월한 도구다. 종교는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살해하지 않도록 지켜준다(3)."
종교에 대해 꽤나 시니컬한 태도다. 돈을 다루는 방식도 비슷하다. "돈이 없다는 것이 모든 악의 근원이다(4).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주장은 위선이다(5). 돈에 관한 한 모든 사람이 같은 종교를 믿는다(6)."
이 글을 읽는 독자께서는 인용문과 저자(엘리엇 부)가 쓴 문장을 정확히 가려낼 수 있는가.
번호가 붙은 문장의 주인은 1 간디, 2 조지 디컨, 3 나폴레옹, 4 마크 트웨인, 5 알베르 카뮈, 6 볼테르. 저자의 말은 하나도 없다. 생전 마주친 일이 없던 6명의 말을 따서 저자는 아주 인상적인 문장을 만들었다.
저자는 돈·인생·신·예술·국정운영·불안 6가지 주제를 272명의 말을 인용해 풀어냈다. '이 책의 공저자들'이란 챕터에는 공자·괴테·간디·뒤샹 등 익숙한 이름부터 레게 가수 밥 말리, 영화 '스타워즈'의 캐릭터인 요다까지 등장한다. 저자는 한 번에 책 스무 권을 동시에 읽는 기이한 독서법을 친구의 입을 빌려 '비선형적 독서(non-linear reading)'라 명명했다.
각기 다른 개성이 쏟아낸 언어가 ▲선별 ▲조합 ▲배치의 과정을 통해 독특한 개성을 가진 '화자'의 언어로 재탄생한 것이다. 저자는 자기 말을 한 줄도 쓰지 않고 (책 제목도 알베르 카뮈 것이다) 멍청한 정부와 탐욕스러운 종교, 돈에 대한 이율배반, 허무한 예술지상주의를 씹고, 조롱한다. 침 튀겨 이런 주제에 대해 말하고, 쓰는 '순진한 필자들'에게 한 방 먹이는 태도다. 그런데 이런 '지적 피학'이 즐겁다.
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 |
희한하네 남의 문장으로만 썼는데 할 말 다 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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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왜 우리의 도덕과 상식을 빈번히 배반하는 것일까? 예컨대 우리 주변에는 변호사를 고용해 교묘하게 탈세를 하는 기업과 개인이 수두룩하다. 세금이 엉뚱한 곳으로 줄줄 새도 법은 이를 제대로 막지 못한다. 법적 판결은 유죄와 무죄, 유책과 무책의 이분법적 판결을 고집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둘로 쪼개지지 않는다. 또 법은 좀도둑질을 한 사람을 처벌할지언정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지 않은 수영선수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다. 우리의 도덕적 정서에 비춰 보자면 매우 악랄한 범죄이지만 기대보다 과소한 판결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며, 그 반대의 경우도 물론 많다. 법은 이렇게 우리의 기대를 거스른다.
법은 왜 장기매매나 대리모 계약처럼 누구에게도 피해가 없어 보이는 거래를 금지할까. 왜 좀도둑은 처벌하면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지 않은 수영선수는 그대로 둘까. 때로 법은 우리의 상식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법학자 레오 카츠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 교수는 법의 모순과 부조리를 근원적으로 파헤치면서 법의 불편한 진실을 들려준다.
그가 의문을 풀 열쇠로 선택한 것은 사회선택이론(Theory of Social Choice). 유권자의 투표 행위 연구에서 착안한 이 이론은 셋 이상의 후보군 중 둘을 두고 투표할 때 일어나는 모순을 수학적·논리적으로 규명한다. A·B·C 세 후보의 선호도가 A―B―C 순이라 해서, A와 C가 맞붙을 경우 반드시 A가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B가 후보군에서 제외되더라도 만일 B의 자질·품성에 관한 새로운 논쟁이 일어날 경우, 의외의 요소가 C에 대한 선호도를 급격히 높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법의 제정과 집행 역시 '순위를 매기고 종합하는 의사 결정 과정'이란 점에서 투표 행위와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판결을 하면서, 셋 이상의 기준과 대안을 놓고 상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면 완벽한 선택이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선택 대안이 두 개에서 세 개로 넘어가면 관계가 복잡해질 대로 복잡해져서 판단이 부조리하게 변한다"고 말한다.
실생활에서 '도덕적 정서에 비춰 기대하게 되는 법적 판결'과 '실제 법적 판결'이 다른 경우는 허다하다. 법은 죄질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데도 엄히 처벌하는가 하면, 충분히 비난받을 행위를 '충분히' 처벌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1: 말기암으로 고통스러운 아내가 있다. 아내는 남편에게 안락사 얘기를 꺼냈다 취소하기를 반복한다. 마침내 남편은 치사량의 모르핀을 주사해 아내의 고통을 끝내기로 했다. 계획 살인. 법이 정하는 '1급 살인'에 해당한다.
#2: 두 사내가 공공도로에서 위험하게 자동차 경주를 벌였다. 그 중 하나가 반대쪽에서 오는 자동차와 충돌, 무고한 운전자가 사망했다. 과실치사(비자발적 고살·故殺).
법정에서는 2번보다 1번이 훨씬 더 중한 벌을 받는다. 정말 1번 남편이 2번 운전자보다 나쁜가? 저자는 "단순히 해악만 놓고 비교하면 둘 다 똑같이 죄질이 나쁘고, 범행 동기를 비교하면 1번보다 2번이 죄질이 더 나빠 보인다. 하지만 법은 여러 기준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1번 남편의 경우, 아내의 안락사를 도운 이유가 얼마나 절실했는지, 그가 아내에게서 얻은 승낙이 얼마나 명확했는지 등등. 두 사람의 '상대적 유죄'에 대한 평가는 얼마든지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이라는 묵직한 주제, 경제학·철학·통계학·정치학을 오가며 풀어가는 서술 방식이 결코 만만치 않고 지나치게 상세한 번역체가 빠른 독서를 방해한다. 그럼에도 식당에서의 메뉴 선택, 문학작품 속 예시 등 풍부한 사례와 치밀한 전개가 책장을 계속 쥐게 만든다.
법은 왜 부조리한가 |
왜 이러는 걸까요?
정서와 경험에 기반 않고 논리만 추구하는 법, 그래서 부족하다
물에 빠진 사람 구조 안해도 왜 처벌 않을까?
‘밥’이 되어버린 법
글자크기 글자 크게글자 작게 쌍방이 원해서 하는 마약·매춘 처벌 근거 모르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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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자산'인 시대, 끔찍한 시대다. 이미 인간은 갖가지 이유로 온갖 신체 장기를 거래하고 있다. 혈액 투석에서 벗어나기 위해(신장), 잇몸을 만들기 위해(뼈), 아기를 얻기 위해(난자) 부품처럼 인체를 사고판다. 훔치기도 한다. 2005년 12월 어느 범죄 조직은 영안실에 안치돼 있던 영국의 유명 방송인 앨리스테어 쿠크(Cooke)의 시신에서 넓적다리뼈를 빼돌려 치과용 임플란트 공급업체에 7000달러를 받고 팔았다. 과거 가난한 사람의 시체를 도굴해 뼈 등을 판 이유가 '영생(永生)'같은 미신 때문이었다면 오늘날엔 불임과 질병치료가 전면에 등장하며 한층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판매용 난자'가 오가고, 2002년 한 해 동안 미국인들은 난자 구입에 3700만달러를 썼다. 황우석 박사가 난자를 돈 주고 산 것은 이 책에서도 비중 있는 위험 사례로 다뤄진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처럼 여성들의 입술을 부풀리는 데 쓰인 인조 콜라겐은 1990년대 초에 태어난 남자아이의 음경 포피 세포에서 추출한 것이다. 지금쯤 청년이 됐을 남자아이는 자신의 생식기 조직이 전 세계 여성들의 입술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다.
남의 신체를 사는 것이 문제라면 남의 것이 아닌 자신의 신체조직 즉 제대혈은 문제가 없을까? 저자는 "일상적인 사례가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한다. 제대혈에 있는 줄기세포는 손상된 장기나 조직을 부작용 없이 재생할 수 있는 영약으로 각광받고 있다. 제대혈 은행들은 "분만 직후 제대혈을 채취한다. 산모나 아기에게 어떤 위험도 없다"고 광고하지만 실제 채취는 분만 중 이뤄진다. 모체에서 뽑은 후 신생아에게서 뽑았다고 거짓말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는 그걸 확인할 방도가 없다. 제대혈 자체가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질병의 원인이 혈액에 있는 경우, 자신의 제대혈은 도리어 해로울 수도 있다. 효과가 입증된 것도 아닌데 산모와 태아는 겪지 않아도 될 위험에 노출되고, 제대혈 은행들은 남(산모)의 것으로 돈벌이를 한다. 생명공학이 내세우는 과대·허위 광고의 이면이다.
인체 쇼핑 |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몸이 거래된다
내 몸을 분할 판매합니다, 충격실태 ‘인체쇼핑’
‘생명을 선물하세요’ 대학가 광고 알고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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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원래 정해진 대로 하는데 익숙한 사람들이지만, 독서 마라톤은 또 달랐다. 날마다 읽는 이야기가 다르니 매일 밤이 달랐다.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이야기가 늘어지는 책이 있어도 목표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두근거림 때문에 뭐든 재미있어졌다.”
초등학교 사서 교사인 아버지와 3218일 동안 독서 마라톤을 이어 나간 딸이 그 과정을 기록한 책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참다운 교육, 특히 독서교육의 의미를 돌아보게 해준다. 저자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와 “매일 예외 없이 최소 10분씩 함께 책을 읽자”는 약속을 했다. 어느 장소에 있든, 그리고 꼭 책이 아니더라도 읽을거리라면 무엇이든 하루에 10분 이상씩은 아버지가 딸에게 소리 내어 읽어 주고, 딸은 그것을 경청하기로. 책은 직접 읽어 줘야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전화로 읽어 줘도 괜찮았다.
처음에 100일 동안을 목표로 했던 독서 마라톤은 저자가 대학에 들어가 집을 떠날 때까지 9년 가까이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됐다. 책은 바로 이 과정에서 세상과 소통하고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 나간 한 소녀가 어른으로 성장한 뒤 책(독서)과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책에서 ‘아버지가 자신에게 책을 읽어줘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성공담 대신, 아버지와 책을 읽으며 보낸 날들 중 의미 있었던 날들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성장과정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아버지와 헤어진 어머니 그리고 자신의 꿈을 찾아 집을 떠난 언니를 보며 이별의 의미를 깨닫게 된 저자에게 아버지와 함께 읽은 책들은 세상을 이해하는 창이자 어려운 시절 곁을 지킨 친구였다. 또 매일 함께 책을 읽자는 약속은 아내 없이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아버지가 자신의 아이에게 해줄 수 있었던 최고의 교육이자 최고의 약속이기도 했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그것을 독서 마라톤이라 불렀지만 실제로는 약속에 가까웠다. 서로에게 한 약속, 우리 자신에게 한 약속이었다. 항상 그 자리를 지킬 것이며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희망이 없던 시절에 맺은 희망의 약속이었다. 모든 게 불안하던 시절에 맺은 안정의 약속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
리딩 프라미스 |
아빠와 딸이 함께한 3천일의 독서마라톤
책벌레 父女의 ‘3218일 독서 마라톤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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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북동부 에밀리아로마냐 주는 협동조합 8000개가 이루는 경제가 그 지역 경제활동의 30%를 차지한다. 중심도시 볼로냐의 협동조합 경제 비중은 45%나 된다. 인구 430만인 이 주의 1인당 소득은 4만유로(5800만원)로, 유럽연합 전체에서 5대 고소득 지역에 속한다. 1950년대만 해도 가난했던 이 지역엔 지금 이탈리아 전체 협동조합의 50%가 몰려 있다. 평균임금은 이탈리아 전체 평균의 2배이며, 실업률은 3%다. 그곳 사람들은 시장간다는 말 대신 “콥(coop: 협동조합)에 간다”고 한다. 택시를 타거나 집을 살 때,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낼 때와 같은, 그들의 거의 모든 일상이 조합과 연결돼 있다.
세계 최대 노동자협동조합이 있는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몬드라곤도 그렇다. 프로축구팀 에프시 바르셀로나도 바르셀로나 주민 17만명이 출자해서 만든 협동조합이다. 미국 오렌지회사 선키스트도 그렇고, 버거킹과 던킨 도너츠, 케이에프시도 모두 가맹점주가 조합원인 협동조합 기업을 통해 식재료와 인테리어 제품들을 구입한다. 뉴질랜드의 세계 1위 유제품 수출업체 폰테라와 키위 수출업체 제스프리도 출자지분 100%를 농민들이 갖고 있는 협동조합 기업이다. 스위스 식품 소매시장의 40%를 점하는 미그로와 코프스위스, 네덜란드 3대 금융기관이자 세계 25위 은행 라보방크, 덴마크 비도우레 풍력발전소도 그렇다.
협동조합이나 협동조합 기업에는 이윤을 외부로 빼내가는 투자자들·큰손들이 따로 없다. 조합원들 자신이 바로 주인이며 충성스런 소비자고 이익의 최종 향유자다. 그 존재이유는 일반 기업처럼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조합원의 경제적 필요 충족과 심신의 복지 도모다. 평생 생활에 큰 불편이 없고 적당히 즐기며 먹고살 수 있는 볼로냐 시민들의 부의 개념은 한국인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들에겐 최고 연봉이나 명품, 백만장자를 목표로 삼아 안달하며 살 아무런 이유가 없다.
승자독식을 신조로 삼는 자본주의 기업, 더 많은 보수를 위해 소비자를 기만하고 한발 빠른 승진을 위해 동료의 사다리를 걷어차야 하는 회사가 아니다. 소박하고 정직한 사람이 보람차게 일할 수 있는 건강한 기업이 많은 세상, 좀 더 안정적이고 행복한 세상의 모습들을 <협동조합, 참 좋다>는 보여준다. 세계의 협동조합 지도자들을 인터뷰하고, 한살림의 본고장 강원도 원주를 탐방하며, 새 법률이 시행될 경우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갖가지 협동조합 아이디어들을 선보인다.
12월부터 새 법이 시행되면 출자금 규모에 상관없이 5명 이상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신고만 하면 된다. 지금까지는 농협·수협·신협 등 특별법에 정해진 8종 외에는 설립 자체가 불가능했으나 이제부터는 금융·보험업 외의 모든 업종에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협동조합, 참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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