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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

착각, 다시 착각, 혼동 그나마 다행. 그리고 운명이 아니라 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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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錯覺
장정일의 《공부》를 꺼내었다. 책장에 있은 지 몇 년 되었으니 당연히 읽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제목만 알고 있는 책장 속의 많은 책이 있음에도 오만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처음 읽는 책처럼 느껴진다. 조금 더 읽어보니 많이 본 내용이다. 목차의 내용을 찬찬히 보니 읽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들었다.

다시 착각錯覺
단편적으로 《장정일의 독서일기》7권 모두 읽었으니 이 책도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읽었다고 생각했다. 친일파와 전범에 관한 내용을 찾으려 이 책을 꺼냈는데 읽지 않았다면 출발부터 잘못이다.

혼동混同
착각이 아니다. 완독한 책을 남기는 독서기록에 《공부》가 있다. 3년 전 읽었다. 혼동混同.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고 또 내용을 보니 읽은 것으로 생각하고 기록을 보니 읽었다. 전부 혼동하다.

다행多幸
조금 읽어보니 내용은 기억나지 않아도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다행多幸이다.

착각錯覺의 이유
왜일까 생각했다. 내가 머리가 나빠 읽은 것을 기억하지 못했을까. 조금 후에 읽었음을 기억해 내었다. 왜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공부》를 먼저 읽고 난 후 《장정일의 독서일기》의 후반부를 읽었다. 《공부》에는 후반부 독서일기에서 출발한 공부할 거리가 많다. 독서일기의 연장선에 있다. 그래서인지 책 내용을 《독서일기》에서 읽은 것이라 착각했다. 사실 양쪽 모두에서 읽었지만, 어느 한 곳이라 생각했다.

장정일의 두 책만 이유가 아니다. 두 책에서 인용된 책을 여러 권 읽었다. 이렇게 섞이니 내용은 같지만 어디서 읽었는지 혼동한다. 이 혼동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니 좋은 일이다.

行間
정열적으로 쓴 책만이 정열적으로 읽힌다.
덧_
열정으로 쓴 책은 열정으로 읽을 수 있다. 이렇게 바꾸면 느낌이 다르다. '~적'을 가능하면 쓰지 말아야겠지만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머리는 따르지만 늘 습관을 이기지 못한다.


착각 錯覺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실제와 다르게 지각하거나 생각함.

혼동 混同
1 . 구별하지 못하고 뒤섞어서 생각함.
2 . 서로 뒤섞이어 하나가 됨.

우연 偶然
뜻하지 않게 일어난 일, 뜻하지 않게 저절로 생겨 묘하다

필연 必然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되어 있는 일, 사물의 관련이나 일의 결과가 어긋남이 없이 반드시 그렇다

운명 運命
인간을 포함한 우주의 일체를 지배한다고 생각되는 초인간적인 힘.


이 책뿐 아니고 종종 읽었다고 착각할 때가 있고 읽지 않았다고 혼동할 때도 있다. 착각과 혼동 그리고 다시 착각의 연속이 사람 사는 일이다.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우연偶然 아니면 필연 必然
다시 몇 챕터를 읽으니 책에서 박노자의 향기가 난다. 여러 군데 겹친다. 장정일이 인용한 《당신들의 대한민국》,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그리고 얼마전 읽은 《하얀 가면의 제국》이 떠오른다.

우연만 있는 게 아니라 필연도 있다. 느끼지 못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만나는 필연, 책뿐 아니라 사람도 그러하다. 필연을 어떤 이는 운명이라 말한다. 하지만 운명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필연은 사람이 정하지만, 운명은 사람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 운명적 만남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뿐이다.

보고 듣고 느낀 한마디
_201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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