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으로 유명한 허균(1569~1618년)하면 급진적인 혁명가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서자로 태어났지만 지혜와 용기로 활빈당을 이끌고 부정부패와 맞서 싸우면서 자신만의 왕국을 세운 홍길동의 이미지가 진보적인 사상을 가진 허균과 겹쳐지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고전문학 연구에 천착해온 김풍기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사진)는 허균을 급진적인 혁명가나 개혁가로만 보는 것은 단순한 접근이라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신간 `독서광 허균'에서 허균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한다.
무엇보다 독서광이었던 허균은 “장차 벼슬을 버리고 강릉으로 돌아가서 1만권의 서책 중 좀벌레나 되어 남은 생애를 마치고자” 한다고 말할 정도로 책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좋은 책이 있으면 언제든지 구해서 읽었다. 또 책을 혼자서만 보지 않고 동료 선비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도서관 같은 곳을 만들기도 했다.
세 부분으로 이뤄진 이 책의 제1부 `독서와 우정'에서는 허균이 독서에 몰입한 까닭은 무엇인가를 살필 수 있다. 제2부 `허균 네트워크'에서는 자연인 허균이 교양인 허균, 세계인 허균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제3부 `문화와 허균'에서는 인간 본연의 정서를 중시하는 문학론을 펴고 민중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허균의 삶을 엿볼수 있다.
김 교수는 “방대한 독서로 형성된 허균의 사상과 지식 세계는 임진왜란 이후 조선 지식인 지형도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며 “허균은 역모로 처형당했지만 그의 문집은 조선 후기 지식인들에게 널리 읽혔다”고 강조한다. 특히 “허균의 공부는 비록 잡다해 보일지라도 엄청난 양의 지식을 축적하고 분류해서 백과사전식 학문 체계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면서 “이런 점에서 우리는 허균을 17세기 새로운 교양인의 탄생을 알리는 첫 인물로 지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독서광 허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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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동안 페미니즘에는 투쟁의 이미지가 덧칠돼 있었다. 그러나 여성학자 정희진은 협상과 사유, 공존과 상생의 페미니즘을 말한다. 여성뿐 아니라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성판매 여성 등 우리 사회 속 ‘다른 목소리’들이 경쟁·소통·공존하는 곳이야말로 저자가 꿈꾸는 세상이다. 페미니즘의 개념을 설명하는 데서 출발해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 페미니즘을 통해 달라질 세상의 모습을 도발적이면서도 쉽게 풀어낸다. 사랑과 성, 가정폭력, 성매매, 군사주의 등 민감한 이슈를 여성주의의 시각에서 재해석한다. 2005년 나와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 전환을 이끌어낸 책의 개정증보판이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논란, 성범죄자의 화학적 거세 문제 등 최근 이슈에 대한 글을 추가했다. 저자는 “ ‘다른 목소리’는 우리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고 풍요롭게 해주며 자기 중심주의를 돌아보게 한다”며 “모든 사람은 ‘다른 목소리’의 잠재적 주인공”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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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이 성차에 대한 문제 제기를 ‘넘어’ 사회 현상 자체를 파악하는 주요한 장치로서, ‘절망 사회’의 대안적 인식론으로서 상상력의 마르지 않는 수원(水源)으로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여성주의는 ‘흘러간 사상’, ‘한때 유행’이 될 수 없는 사유다. 여성주의는 고갈되지 않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유유한 수원이다. 현실이 바로 그 수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녀노소 인류 모두를 괴롭히는 자본의 고속 질주나 환경 파괴, 경쟁 중심의 세계관, 장애인과 노인과 건강 약자에 대한 비하, 기아와 질병에 대해 다른 관점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페미니즘을 남녀에 관한 이슈에 국한하지 않고 삼라만상(인식의 모든 대상)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 접근 방식, 논의 방식이라는 인식의 방법으로 이해한다면, 자신과 세상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현실에 ‘반대하지 않고’, 현실을 인정하고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현실을 살 수 있다. 혁명은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재정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개정증보판 머리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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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다는 것, 더구나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삭제된 역사를 알게 되는 것은, 무지로 인해 보호받아 온 자신의 삶에 대한 부끄러움, 사회에 대한 분노, 소통의 절망 때문에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 여성주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더욱이 편안할 수는 없다. 다른 렌즈를 착용했을 때 눈의 이물감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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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는 차이나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차이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여성주의는 정치적 올바름, 통일성이나 단일성의 가치보다는 대화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리고 이럴 때, 여성뿐만 아니라 다른 타자들의 목소리도 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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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원래 이유가 없다. 권력 행동에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폭력에 이유가 있다면, 그것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 있을 뿐이다. … … 사랑과 폭력은 원래 같은 의미지만, 특히 상대방의 상태와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더욱 비슷하다. 사랑이나 폭력은 모두 자기 확신 행위이지 상대방의 매력이나 잘못과는 무관하다.
페미니즘의 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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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스웨덴 왕립과합원은 "게임이론 분석을 통해 갈등과 협력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킨 공로"로 토머스 셸링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게임이론이란 경쟁 주체가 상대편의 대처행동을 고려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합리적인 수단을 선택하려는 행동을 수학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초찬기 군사학 분양의 적용되던 게임이론은 최근에는 경제학·경영학·정치학·심리학 분야 등에서도 널리 적용되고 있다.
토머스 셸링의 <갈등의 전략>은 게임이론에서 참여자의 대립 관계에만 치중했던 제로섬(zero-sum)게임에서 상호의존성인 협력 관계가 합쳐진 난제로섬(anazero-sum)게임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수학적분석 이론인 게임이론을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풀어써 이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다.
게임이론은 기술게임이나 확률게임과는 다른 전략게임으로, 게임에 참여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고 그 예측을 바탕으로 자신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결정하는 이론이다.
토머스 셸링 박사는 갈등을 두 가지로 나눈다. 첫째 병리학적 현상으로 원인과 치료법을 찾는 이론, 둘째 갈등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 그와 관련된 행동을 연구하는 이론이다. 저자는 후자의 갈등에 대해 참가자가 승리하려는 일종의 경합으로 간주한다. 성공하기 위한 경합과 승리에 따른 행동 규칙을 말하는 것이다. 이 분야의 연구를 가리켜 '갈등의 전략'이라고 부른다.
토머스 셸링은 갈등을 사용하는 전략은 세 가지 측면에서 흥미롭다고 밝히고 있다.
첫째, 우리는 언제든 갈등에 말려들 수 있다. 또한 갈등 상황에서는 승리를 원하는 당사자다. 둘째, 우리는 갈등 상황에 있는 당사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셋쨰. 우리는 갈등 관계에 있는 사람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려고 한다. 따라서 우리가 구사할 수 있는 변수가 그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전략이론에서는 '갈등'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따라서 전략이론에는 대립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절대적인 두 당사자의 이해가 완전히 상반되는 갈등은 특별한 경우다. 이런 갈등은 결국 전쟁이 나거나 파탄에 이르고 만다.
서로 끝장을 봐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확률이 조금만 있더라도 타협의 가능성은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만큼이나 중요하고 극적인 요소다. 여기서 말하는 협상, 이는 갈등 당사자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의 관심사와 상호의존성과 관련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전략은 힘의 실질적 적용이 아니라 잠재적 무력의 이용과 관련이 있다. 이것은 서로 싫어하는 적하고만 관련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의견이 맞지 않거나 신회하지 못하는 파트너와도 관련이 있다. 쉽게 말하면 서로의 득이 고정적인 것이 아니기에 한 사람의 득이 많다고 다른 사람의 득이 적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에게 유리한 결과에 도달하려는 공통의 관심사가 상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 양상을 어떻게 합리적인 행동으로 타협, 협상으로 이끌어 낼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이 책은 이부분에 대해 다양한 이론과 사례를 통해 행동 전략을 분석해 제시한다. 갈등의 전략이 말하는 대립과 협력의 상호의존성이 국제사회, 군축, 전쟁, 인종갈등 등 다양한 사회현상을 분석해내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협력의 문제를 풀어내는 데도 유용하리라 생각한다. 특히 지난 선거를 통해 나타난 세대 간의 갈등을 놓고 어떻세 상호의존성을 찾아내 상생과 통합으로 이끌어내느냐에 중요한 전략적 이론이 아닐까 생각한다.
갈등의 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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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는 행복의 음식이다"라는 문장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봄기운 가득한 강원도 막국수, 폭염도 잊게 하는 여름 별미 콩국수, 실향민의 애환이 담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음식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전국 구석구석을 돌며 구포국수·밀면·고기국수·칼국수 등 국수 9종의 맛과 역사를 담았다.
국수 하면 역시 부산이다. 식행(食行)의 출발지도 부산. 책은 부산 서민이 즐겨 먹던 구포국수부터 소개한다. 저자는 "1905년 경부선 구포역이 들어서면서 구포가 경상도 곡물거래의 주요 거점으로 자리 잡아 제분업과 제면업이 일제강점기부터 성행했다"며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의 우동문화가 일찌감치 들어와 있었던 것도 부산이 면의 도시가 된 이유"라고 했다. 소면을 멸치국물에 삶아 먹는 구포국수는 1970년대 전성기를 누렸다. 부산과 마산이 공업화의 중심이 되면서 수많은 공장 노동자가 값싸고 맛있고 양까지 많은 구포국수를 먹었다.
6·25 전쟁은 '면의 역사'도 바꿨다. 실향민의 북한식 냉면이 구포를 중심으로 한 부산의 면문화와 만나 '밀면'이라는 독특한 음식문화를 만들어냈다. 밀가루 70%에 고구마 전분 30%를 섞은 것이 시작. 피난민이 메밀 대신 부산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밀가루로 만든 '대체음식'이다.
대구는 전국에서 면 소비가 가장 많은 도시로 꼽힌다. 저자는 "대구에 국수공장이 유독 많았던 이유는 더운 날씨 때문"이라고 했다. 높은 기온은 국수 건조에 유리하다는 것. 1960년대 말 쌀 부족 현상으로 시작된 정부의 분식장려운동은 국수공장으로 넘쳐나던 대구에 1970년대 본격적인 칼국수 문화를 꽃피우게 했다.
반면 호남지방에서는 '콩국물' 집에서 파는 콩국수가 유일하게 소개됐다. "면문화가 결국 공업화의 부산물이기 때문에 공업화가 덜 된 호남에는 국숫집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을 이용한 막국수의 메카는 강원도. 하지만 속초는 강원도에서 막국수 가게가 가장 적은 곳이기도 하다. 함경도 실향민들이 정착하면서 함흥냉면이 워낙 강력하게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국수는 스님들이 별미로 즐긴다 해서 절에서는 승소(僧笑)라 부른다. 일명 '맹물국수'는 성철스님도 좋아했다. 약수물을 팔팔 끓인 후 간장을 약간 넣고 졸인 다음 식혀서 국수를 말아먹는 것이다. 법정스님은 시냇물에 국수를 헹구어 아무런 간도 하지 않고 먹었다고 한다.
국수 맛집을 찾아 떠난 '식행(食行)'을 담았지만 '한국의 국수사'로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옛 문헌을 인용하며 소면은 언제 한국에 들어왔는지, 콩국수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 들려준다. 조선 임금이 냉면을 즐겨 먹었다는 기록도 전한다. 특히 고종의 냉면 사랑은 조선의 어느 왕보다 강했다. 후궁이었던 삼축당 상궁 김씨(1890~1972)의 구술이 흥미롭다. "고종께서 즐겨 드시던 냉면은 배를 많이 넣어 담근 동치밋국이 특징이고 꾸미로는 편육, 배, 잣을 위에 가득 덮어 장식했으며 그 맛은 담백하고 달고 시원하였다."
'음식강산' 시리즈는 모두 5권으로 완성될 예정. 두 권이 먼저 나왔다. '국수는 행복의 음식이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제2권. 제1권은 '바다의 귀한 손님들이 찾아온다'는 부제로 문어·대구·장어·홍어 등 11종의 생선과 어패류를 다뤘다.
음식강산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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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항상 의사의 진료에 만족하지 못하는가. 의사와 환자는 영영 가까워질 수 없는 관계인가. 환자는 금성에서 왔고, 의사는 화성에서 왔단 말인가. 누구나 의사의 진료에 만족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어쩌면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의 태도나 진료 방식에 매번 불만을 품고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절박함의 차이일 것이다. 아픈 사람은 늘 환자 쪽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의 태도가 건성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의사는 환자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환부를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제대로 듣고 보지 않고서도 병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해서일까. 아니면 첨단 의료장비를 동원해서 검사의 투망을 던지면 될 것을, 굳이 환자의 몸을 만지고, 말을 나누는 데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현직 응급의학과 의사인 저자는 애초에 의료의 본질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한다. 의학은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그 유래를 히포크라테스에서 찾는다. 히포크라테스는 환자를 볼 때마다 환자의 오줌을 맛보았다. 고름과 귀지를 채집했다. 대변의 냄새를 맡아 보고, 그 안을 자세히 뒤져 보기도 했다. 땀이 얼마나 끈적거리는지도 평가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진단과 치료 방법을 결정할 때는 환자의 식이 습관, 환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바람과 물, 환자가 사는 집의 방향도 고려했단다.
요즘 의사가 히포크라테스의 진단 방법을 들으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것이다. 근래에 그런 의사를 본 적이 있는 환자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의료도 병원도 바뀌었다. 의사는 환자의 몸 상태를 효율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과연 그럴까. 손가락 마디 꺾는 소리가 왜 나는지 아는가? 이는 저자가 의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모른다고? 사실 관절에 정통한 정형외과 의사나 류머티즘 전문의한테 물어봐도 각자 다른 대답이 나올 것이다. 정확히 모른다는 얘기다. 손가락 마디 꺾는 소리가 나는 이유를 알아보려고 의료계에서는 정교한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소형 마이크를 사용해서 소리의 진폭과 데시벨까지 측정했다. 하지만 뚜렷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
어디 이것뿐이랴. 뇌진탕이 일어날 때 왜 기억을 상실하거나 의식을 잃는지 아는가? 이 또한 저자의 물음이다. 세포 수준에서 뇌진탕의 실제 의미가 무엇인지 속시원히 아는 의사는 없다. 의학이 인간 유전자 30억쌍 염기 서열을 파악한 게놈 지도를 완성하기까지 했지만, 아직 손가락 마디 꺾는 소리가 왜 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손가락 마디 소리가 무슨 대수겠느냐마는, 저자는 의학이 밝히지 못한 부분이 얼마나 많은지를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보여준다. 거기에서 의사와 환자 간에 많은 오해와 불편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의사는 검사를 좋아한다" "의사마다 말이 다르다" "대화하지 않는 의사" "효과 없는 치료" 등 책의 목차만 보면 '의사들에게는 비밀이 있다'는 제목이 어울린다. 원제는 히포크라테스의 그늘(Hippocrates shadow)이다. 저자가 의사인 것으로 보아 의사 집단에 대한 내부 고발 서적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자의 의도는 그런 게 아니다. 병원의 비리를 고발하거나 현대 의학의 잠재력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고자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어떻게 의료와 의사가 고쳐지면, 우리의 삶과 생활이 어떻게 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서쯤 된다.
저자는 책 후미에 병원에 가기 전에 반드시 읽어봐야 할 '환자를 위한 지침'을 적어놨다. 그러면서 의사인 저자는 말한다. 환자는 의사가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라. 의사가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의사들에게는 비밀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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