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 끝나지 않을 일 입니다.
아직 서명을 안하셨다면 서명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소중한 자원은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의 아이들의 것입니다.
this land is my 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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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land was made for you and me
경남 하동읍에서 화개 쌍계사까지 계획된 도로확장 예정지를 때론 자전거를 타고, 때론 두 발로 직접 걸으며 살펴봤습니다.
섬진강 길을 다녀온 뒤 얻은 결론은 왜 이 길을 넓혀야 하는 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이 글은 앞으로 사라지거나 크게 훼손될 지도 모르는 아름다운 길에 대한 작은 보고서입니다.
하동읍내로 들어가는 길 입구입니다.
이곳에서부터 2차선 도로가 4차선으로 확장되기 시작합니다.
‘섬진강! 이대로 영원히 흐르고 싶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시설물이 있군요.
도로공사가 시작되면 이 시설물도 사라지겠죠?
19번 국도의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벚꽃이 활짝 피었죠? 이런 벚꽃길이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때론 곧게, 때론 구불구불하게··· 도로의 생김새는 달라도 꽃길은 계속됩니다.
섬진강 명물인 재첩잡이 배입니다.
6월 성수기가 되면 섬진강변은 ‘돈 나오니라 찔뚱짤뚱 조개 나오니라 찔쑥짤쑥···’ 하는
재첩잡이 노래를 부르는 어민들의 모습으로 분주합니다.
우리나라 강 중 자연산 재첩이 서식하는 곳은 이제 섬진강이 거의 유일합니다.
다른 강들과 달리 강폭이 짧고, 수심이 얕아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도로공사가 시작되면 이런 모습을 접하는 게 어려워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뜩이나 광양만의 환경오염과 해수역류로 인해 재첩 생산량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데다
도로공사까지 시작되면 섬진강 주위가 골재채취로 인해 망가질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종점 블랙홀 현상’이라는 게 있답니다.
도로가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여행자들이 도로에 차를 세우고
주변의 작은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거나
농산물을 구입하려는 생각이 사라지고
더 빨리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는 현상이랍니다.
그렇게 되면 19번 국도변에 있는 이 많은 식당들은 모두 장사가 안돼 문을 닫게 될 겁니다.
대신 주유소는 좀 더 장사가 잘 되겠지만요.
지역경제를 살리자고 도로를 확장하는데 정작 주변에서 장사를 하는 소상인들은
문을 닫게 될 지도 모른다니···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게다가 이 19번 국도는 야생동물들의 ‘로드킬’ 도로로 악명이 높습니다.
지리산 품에 사는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이 도로에서 죽어갔습니다.
그런데 4차선 도로가 생겨 자동차의 숫자가 더욱 늘어난다면?
19번 국도는 그야말로 ‘죽음의 도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쌍계사로 향하는 들머리인 화개장터입니다.
드디어 차가 막히기 시작하는군요.
하지만 생각보다 엄청난 정체는 아닙니다.
평일이긴 하지만 한창 벚꽃이 필 무렵의 여의도 윤중로에 비하면
그리 막힌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진짜 심각한 정체는 벚꽃이 피는 2주간의 주말에 벌어진다고 합니다.
즉 1년 365일 중 4일간 고통스런 벚꽃 정체가 일어나는 것이죠.
글쎄요··· 1년 중 4일의 정체를 풀기 위해 도로를 이 아름다운 길을 뒤집고 파헤치는
결단을 단행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런 식이면 우리나라 도로는 남아날 곳이 없을 것 같은데요.
더구나!!!
하동에서 구례까지 19번 국도와 마주하고 달리는 강 건너편 861번 국도의 모습입니다.
소설가 김훈이 섬진강 길을 자전거로 달릴 때 19번 국도 대신 택한 그 길이지요.
강 하나 건넜을 뿐인데, 861번 국도는 이렇게 한적합니다.
하동에서 구례까지 가는 도중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남도대교밖에 없어
조금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건너편에 이렇게 한적한 길을 두고
굳이 또 도로를 넓혀야 하는 건 지 알 수가 없습니다.
환경단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10여년 간 19번 도로의 통행량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도로확장을 찬성하는 측에선 몇 년 안에 통행량이 세 배나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건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들어가는 길은
공사를 안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시기에 섬진강 꽃놀이를 온 여행자들 열에 아홉은
쌍계사를 찾습니다. ‘쌍계사 10리 벚꽃길’의 아름다움을 즐기러 오는 것이지요.
진짜 심각한 정체는 바로 이 쌍계사 길에서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 길은 그대로 두고 진입로 주변의 길만 넓혀서 어쩌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화개면 측에선 주말 동안 이 길을 통제하고 셔틀버스를 운행한다는군요.
어떻게 해도 관광객들은 이런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건설교통부와 관련기관은 단순한 관광도로가 아니라
화물트럭 등의 운행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산업용 도로로서 19번 국도를 확장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이 길을 망가뜨리는 것이 ‘경제·산업적으로’ 과연 어떤 이익이 있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 무렵의 섬진강입니다.
눈물이 핑 돌 만큼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공사가 시작되면 이 풍경도 온전하진 않겠지요.
‘이대로 영원히 흐르고 싶다’는 섬진강의 바람이 단순히 몇몇 지역주민이나
환경운동가들의 바람만은 아니리라 믿습니다.
섬진강 푸른 물이 정말이지 이대로 영원히 흘렀으면 좋겠습니다.
[출 처 : 섬진강 꽃길을 따라가며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