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 문정희
한 사람이 떠났는데
서울이 텅 비었다
일시에 세상이 흐린 화면으로 바뀌었다
네가 남긴 것은
어떤 시간에도 녹지 않는
마법의 기억
오늘 그 불꽃으로
내 몸을 태운다
빈자리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서울이 텅 비었다'는 시인의 말처럼 아무도 없다. '내 몸을 태'우며 떠난 '한 사람'을 그리워 한다.
세계를 한 사람으로 축소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했다. 그러면 그 사람이 없는 것은 세계를 잃는 것 아닌가. 그러나 영원에 버금가는 기억이라는 것이 있다. 그가 떠나고 남긴 것은 마법의 기억, 그것만으로 다시 세계를 되찾는 것이 시인의 기억이다. 어쩌면 그 기억이 한 사람의 존재보다 더 크고 뜨거운 불꽃이 되지 않으리오. <신달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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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눈에 보이는 듯한 표현입니다. 햐...
몇 권의 책보다 울림이 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