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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

김용옥은 어떤 사람인가 : 도올 김용옥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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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용옥의 책을 <동양학을 어떻게 할 것인가>을 뜨문뜨문 읽고 <여자란 무엇인가>를 반 정도 읽은 것이 그의 책에 대한 기억의 전부이다. 사실 대중적인 이미지의 그 밖에 모른다는 것이다. 그의 저작에 대한 반론을 한 책 몇 권은 들은 적은 있다. 하지만 그의 책을 읽지 않은 나이기에 언제나 내 관심 밖 이었다.

하지만 얼마전에 알게된 <도올 김용옥 비판 - 우리시대의 부끄러움을 말하다>은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그리고 그에 딸린 부제 '우리시대의 부끄러움을 말하다'때문에 이 책을 보기 시작하였다. 그가 어떤 사람이기에 그를 논하면 '우리시대의 부끄러움'까지 말하려 하는지 몹시 궁금하였다.

저자가 도올의 책을 보여주며 조목조목 허구성과 편협성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글은 쓰는이의 관점이 좌지우지하므로 그렇게 씌여진 텍스트를 보면 당연히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읽는 와중에 이상한 의문이 들었다. 왠 책에 자기 넋두리(? 또는 한풀이)가 그리 많은지 모를 일이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책의 많은 부분이 책의 진행방향과는 상관없는 넋두리가 많이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지금 기억으로는 그의 책 2권을 뜨문뜨문 읽은 이유가 그 당시에는 나의 학문적 지식의 미달로 여겨왔는데 다른 연유가 있었음을 알게되었다.

"올씨에게는 위대한 서론만이 있다."(저자는 도올 김용옥 선생을 '쪼다' 올씨라 말한다.)
학문에 관한 한 항상 이런 식이었다. 올씨는 거창한 제목과 계획을 선전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내가 이 책을 보고 도올을 안좋게 생각하는 첫번째 이유다.

도올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동양학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고전번역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 목소리를 높여 기존 학자들의 불성실성과 그들의 번역에 있어 무능력을 무자비하게 성토해왔다. 그러나 그 자신은 정작 "단 한권의 고전도 번역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학자로서 말의 책임을 지키지 못한 즉 고전번역에 등한시한 것이 그 두번째 이유다. 물론 안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도올의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은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소설이 있다. 이문열의 사라진 소설 <사로잡힌 악령>이다.

힘을 가지고 자라난 악은 또 나름의 성숙을 지향한다. 악이 공격성을 드러내면 사회의 대응도 적극적이 되어 분쇄 혹은 절멸의 의지로 나타나지만 그같은 사회의 대응을 견뎌낸 악은 보다 강한 내성을 얻어 더욱 굳건히 자라 가며 분식할 탈을 세련시킨다.

어떤 악은 제 키를 가리고도 남을 면죄부를 찾아내 완숙해진다. 완숙한 악은 자신에 의해서가 아니면 파괴되지도 절멸되지도 않는다.

꼭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시때때로 변하는 카멜레온 같은 생존력은 비슷하다.

김용옥은 이미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한때 인기가 잇었고 인구에 화자되었다 해도 지금에서는 기껏해야 지나간 유행에 불과하다. 그런 김용옥을 왜 논의해야하는가?

논의해야 하는 이뉴는 그가 개인이 아니라 지난 25년을 관통해 온 한국 역사의 한 단락이기 때문이다. 학자도 사상가도 아닌 한 인물이 2년간 사회의 지성으로 군림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을 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황우석을 경험했고 최근에는 신정아를 묵도하고 있다. 일제 강점과 해방, 한국전쟁과 개발독재, 민중운동과 문민정부를 지나며 좌우상하가 현란하게 변절하고 얽히는 것들을 보아왔으며, 최소한의 원칙과 최소한의 의미체계가 속절없이 붕괴하는 것을 보아왔다.

그의 괴상한 학문과 사상과 언행, 그것이 최고의 지성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조건은 곧바로 우리사회의 표상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은 김용옥이라는 인물에 대한 총체적 비판입니다"라며 책을 시작한다. 또한 에필로그에 "이 책은 김용옥 개인에 대한 집요한 비판이자 폭로다"라고 말하면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김용옥에 국한하여 전개를 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는 김용옥을 빌어 '우리시대의 부끄러움을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책 내용의 사족이라 할 수 있는 황우석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전혀 불필요한 언급이다. 하나의 주제로만 매진하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도올이 나름 천재(?)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의 편협성으로 인하여 천재성이 묻혀졌다. 그것은 그가 살아온 나날과 먹물 먹은 교수사회의 관행이 그가 더 이상 천재성을 학문으로 매진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분위기를 용인한 사회적 문제가 더 크다고 보인다. 대중적인 인기영합을 쉽게 용인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매스미디어의 반성도 더불어 필요하다.

덧붙임_

오늘(09.02.06) 이 책에 대한 흥미로운 리뷰를 보다. 더룹어 그 글에 링크되어 있는 '김용옥을 위한 변명'도 흥미롭게 읽었다. 역시 논쟁은 재미있다.

김상태의 도올 김용옥비판을 읽고...

도올 김용옥을 위한 변명
도올 김용옥을 위한 변명2
도올 김용옥의 스토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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