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하는 책은 무엇일까? :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고추장(저자 고병권의 별칭이다. 추장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책의 서문에 잘 나와있다.)이 말하는 책의 종류는 네가지로 나누어진다.

• 세계를 변혁하는 책
• 세계를 해석하는 책
• 세계를 반영하는 책
• 세계를 낭비하는 책

우리가 원하는 책은 무엇일까?
그 답은 나나 이 책을 읽은 많은 이들 그리고 이 글을 우연하게 읽는 이들이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고추장의 책에 대한 설명을 보자.

정말로 위대한 책은 세계를 만들어 내는 책이다. 책 자체가 세계속에서 작동하며 세계의 창조자가 되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묘비명에 새겨진 내용(철학자들은 그동안 세계를 해석해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처럼 그의 책은 세계를 변혁했다. 무산자들이 그의 책의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느냐에(이 부분은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그의 책을 이해 한 계급이 얼마나 될까?) 관계없이 (마르크스의) 책은 그들에게 작동했다. 책은 동료들을 모았고, 책은 세계를 만들었다.

또한 저자는 세계를 해석하기만 해도 좋은 책이라 말한다. '모든 해석은 창조'라는 니체의 말처럼(저자의 전공이 니체라 그런지 니체를 많이 언급한다. 이 책 곳곳에 니체가 언급되는 나로서는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너무 현학적으로 니체를 언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이 책은 대상이 나같이 무지한 일반대중이라는 것을 저자가 잠시 잊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해석의 대상으로 세계를 창조한다. 모든 해석자들은 해석을 통해 기존의 세계를 비틀고 자기 세계를 만든다. 해석자의 한 발은 이미 세계를 바꾸는 것, 즉 변혁에 들어가 있다. 세계를 바꾸는 실천도 하나의 해석일 수 있는 것이다. 변혁하는 책이 세계에 뛰어든 전사이자 기계라면, 해석하는 책은 그 자체로 책일 뿐인 세계와 마주한다. 세계 자체가 텍스트로 축소되는 것이다.

세계를 반영하는 책은 그 자체로 세계의 거울이자 증상으로 존재하는 책들, 물론 증상 중에는 세계의 건강 상태를 잘 알게 해주는 것들, 그 자체로 하나의 깔끔한 해석을 제공하는 것들이다. 이른바 '사실들'에 입각한 책들(해석을 부인하는 해석)이 대체로 그렇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의 두가지 경우처럼 공감하지는 않지만 세계를 반영하는 책도 쉽게 찾기 어려운 형편이기에 이 정도의 책이라면 좋은 책, 아니 나쁘지 않은 책이라 여기자.)

마지막으로 세계를 낭비하는 책은 그 책의 해악이 어떤 정도인지 인지할 수 있다. 이러한 책들이 계속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독자인 우리들에게도 50%의 책임이 있다. "모든 위대한 것들은 저 태양처럼 스스로를 낭비한다. 그러나 이책은 자신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낭비한다. 세계에 산소를 공급하는 나무를 죽이고, 그 나무로 만든 종이에 독을 담아 유포하는 책들. 너무 가혹한 말일 수 있지만, 세계의 질병임을 증언하는 책들 중에는 아예 독극물로 돌변해서 돌아다니는 책들이 있다. 이런 책들은 어떤 질병보다도, 어떤 살상 무기보다도 이 세계에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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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위대한 책은 사람과 땅, 사람과 태도, 풍부함과 생명력으로 충만하다.
천천히, 주위 깊게, 상상력을 동원해서 마음껏 읽어보자.

- 제임스 사이어 <어떻게 천천히 읽을 것인가> (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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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적인 생각할 수 있다면 쓸데없는 독서를 줄일 수 있다.
너무 많이 읽는 것은 해롭다.
내가 만나본 위대한 사상가들은 적게 읽는 이들이다.

나쁜 책은 아무리 조금 읽어도 해롭다.
좋은 책은 아무리 많이 읽어도 부족하다.
나쁜 책은 정신의 독약이나 다름없다.

-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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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돈만 없는 부자들로 가득차는 것이다."
저자의 개인적인 바람이 나의 개인적인 바람으로 동화됨을 느꼈다.
이 책은 이러한 점에서 저자가 스스로 분류한 책의 종류중에서 적어도 세계를 낭비하는 책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다.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고병권 지음/그린비

덧붙임_
그린비, 2007년 초판 1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