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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새로 나온 책

2012년 1월 4주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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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수 대중을 향해 무차별 난사하는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소수 마니아를 노린 '니치버스터'가 성공하는 시대라고 말한다. 니치버스터는 여러 부류의 대중에 대한 홍보에 열 올리기보다는 자기만의 독특한 뭔가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 니치 시대 승자는 소비자가 아닌 숭배자를 양산한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힐러리는 2008년 대선 민주당 경선 때 중간층 유권자 공략에 주력했지만 오바마는 SNS를 통해 자발적 열혈 지지 그룹을 끌어모아 승리했다.

틈새 시대에도 위험은 도사린다. 인터넷 둥지는 자기 위치만을 지나치게 강화하기도 한다. 유유상종이다. 남의 말은 귀담아듣지 않는 폐쇄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곳곳에 남겨놓은 디지털 발자국을 통해 구글은 우리의 다음 걸음까지 예측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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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 고딘의 <이상한 놈들이 온다>의 별종의 시대와 맥을 같이 한다.

니치 Niche
제임스 하킨 지음, 고동홍 옮김/더숲

대중을 먹잇감 삼던 주류(主流)의 시대는 갔다
막연한 대중보다 매니어에 충성하라 … 이젠 ‘니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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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싱크로율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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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새 대통령이 당선됐다. 대통령은 ‘우정’을 무척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대통령 친구들은 그 이전까지 무척 고생을 했던 모양이다. 세금이 너무 많아서. 대통령은 그래서 곧바로 감세 정책을 펴 친구들의 가슴에 박힌 대못을 뺐다. 친구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대통령은 의욕이 충만해진 그들을 중요한 자리에 기용해 열심히 나랏일을 시켰다.

대통령의 친구들은 신기하게도 한결같이 부자였다. 언론을 소유한 진짜 부자들도 많았다. 대통령 친구들도 우정이 대단했다. 친구인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보도가 나오면 담당자를 쫓아냈다. 민영방송 경영자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방송 현실을 알게 된 대통령은 그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민영방송만 밀어주면 안 되니까 대통령은 조금이라도 더 공영방송에 나와 국민들과 만나는 데 최선을 다했다.

물론 대통령이 친구만 챙기면 안 되는 법. 출신 지역이 같으면, 그리고 같은 학교를 나왔으면 과감하게 발탁했다. 검찰이 늘 예측한 방향으로 나가도록 열과 성을 다해 신경을 썼고, 검찰도 이전 정권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대통령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렇게 바쁘게 일하다 보니 기쁜 일도 생겼다. 제3세계 어느 나라가 대통령네 나라에서 막대한 금액의 제품을 사주기로 한 것이었다. 대통령은 이 경사를 직접 국민들에게 알렸다. 다만 발표 이후 실제 구매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을 뿐이다.

부자들의 대통령
미셀 팽송 & 모니크 팽송-샤를로 지음, 장행훈 옮김/프리뷰

‘가카’는 부자들의 ‘순결한 절친’인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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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떢볶이와 순대까지 점령하는 최근의 현실. 한국인은 `상생`을 중요시했다. 조상들은 가을에 과일을 거둘 때 까치같은 날짐승이 먹으라고 몇개는 `까치밥`으로 남겨두는 상생의 지혜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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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이런 것을 바라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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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2008년 매출액이 1조5700여억원이 늘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들 수백곳의 매출 증가액은 모두 합쳐 446억원에 불과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악화된 2009년, 현대차 매출은 3300억원이 줄었다. 협력업체 전체의 매출은 9264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서로 연결된 재벌 대기업과 협력업체 중소기업들의 실적은 왜 이렇게 딴판이었을까?

한국 경제의 두 축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양극화가 그 이전보다 훨씬 극심해졌다고 지적한다. 그 주된 원인이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하도급’ 관행이다. 책이 들려주는 대기업의 납품 단가 인하 요구는 실로 처절하다. 그 이유는 대기업 구매 담당 임원들이 납품 단가를 얼마나 낮췄는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임원은 순이익 10조원을 돌파했지만 회사 쪽에선 납품 단가를 30%를 낮추라는 일괄 지시가 내려왔다고 실토한다. 기술이나 품질보다는 싼 공급단가만으로 대기업 부가가치를 늘리는 손쉬운 방법만을 택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기술과 자본을 축적할 기회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독특한 관행인 ‘하도급’도 이제 고비에 섰다고 진단한다. 지금까지 하도급은 공급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고 비용 절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험 공유 등의 장점이 많아 성장의 원동력이 되어왔으나 2000년대 이후로는 이런 장점보다 중소기업들한테만 불리한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지표와 현황을 통해 보여준다.

재벌들의 밥그릇
곽정수 지음/홍익출판사

‘동생’ 쥐어짜기, 너무합니다 형님들
경제민주화를 위한 재벌들의 밥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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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도 화끈하다. ‘담배 산업에서 지구온난화까지 기업의 용병이 된 과학자들’이다. 강도 높은 표현 속에 쟁점도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살충제 DDT가 생태계 파괴의 주범인가 아닌가, 지구온난화·산성비는 인간이 만든 재앙인가 아닌가를 따진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 시절 스타워즈(전략방위구상)가 정당했는가도 검증의 도마에 올린다.

폐암이 흡연습관 탓인가, 취약한 유전자 때문인가도 따져 묻는데, 그럼 과학의 몇몇 쟁점을 짜깁기한 책인가. 아니다. 이 책이 겨누는 칼날은 어둠의 세력의 급소를 겨눈다. 상식을 가리는 의혹의 먹구름을 만드는 데 열중하는 “과학의 탈을 쓴 회의주의자들”은 알고 보니 동일인 세력이란 주장이다.

프레더릭 사이츠와 프레드 싱어가 대표적인데, 이들은 2차 대전 때 물리학자로 활동했다가 냉전 시절 미 정부에 참여했다. 스타워즈 구상 때 보수적 싱크탱크인 마셜 연구소도 설립했다. 냉전 이후 새 가상적으로 극단적 생태주의 그룹을 상정한 뒤 이젠 대중을 현혹시키는 중이란 신랄한 비판이다.

그들은 베트남전 이후 과학계의 자유주의적 기류가 못마땅했고, 때문에 담배회사, 화석연료 업체의 후원 아래 환경 규제론에 반대했다. 산성비는 배기가스가 아니라 화산 활동에 의한 것이고, 지구온난화는 태양활동의 주기 변화 탓이라는 주장이다. 흡연과 암 사이의 연관성도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의혹을 팝니다
나오미 오레스케스 외 지음, 유강은 옮김/미지북스

온난화는 인간 탓 아니다? … 어둠의 과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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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자크 에르조그·피에르 드 뫼롱이 설계한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나뭇가지를 얽은 듯한 형태 때문에 새둥지란 별명이 붙었다. 중국의 인권 문제를 들어 설계 참여를 비난하는 목소리에 대해 두 사람은“베이징의 그 누구도 우리에게 이데올로기적인 건물을 지으라고 요구하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화자(話者)가 35명의 건축가 자신이라는 점이다. 수상 건축가들이 저서·인터뷰·강연 등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여기저기서 발췌한 다음 이를 재주 좋게 이어 붙여 완결된 글을 만들어냈다. 100% 'Ctrl+C(복사하기)'와 'Ctrl+V(붙여넣기)' 과정을 통해 한 권의 책이 탄생한 것이다. 때문에 간간이 허술한 이음매가 보이기도 하지만 비평가의 왜곡이나 가미(加味) 없이 건축가의 목소리로 건축물의 설계 과정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릴 정도는 아니다.

건축가들의 명언을 보고 있노라면 '건축 잠언집(箴言集)' 같기도 하다. 콜룸바 미술관을 설계한 페터 춤토르는 "나는 모든 건물이 일정한 온도를 가진다고 믿는다"고 속삭인다. 런던의 총알 모양 건물 '30 세인트 메리 액스'로 유명한 노먼 포스터는 "건축은 짓는 기술이다"며 건축에 드리워진 온갖 미사여구를 걷어낸다.

건축가
루스 펠터슨 엮음, 황의방 옮김/까치글방

북스 신간소개 "나에게 건축은 OO이다" 거장 35인의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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