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지 아니한가〉. 지극히 단순한(?) 가족, 서로에게 서로는 같이 사는 사람일 뿐이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줘라, 그럼 좋지 아니한가
'달(Moon)'로 얼게를 엮어간다. 이상한 선생(박해일)으로부터 달의 뒤편에 관해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우리는 가끔 달의 뒷편을 상상한다. 외계인이 살고 있지 않을까. 제3제국이 지구를 떠나 비밀 기지를 만들고 지구 침공을 준비하는 것은 아닐까. 심씨네의 아버지는 평생 한 번도 사보지 않았던 생리대를 처음 보는 여학생(정유미)을 위하여 편의점에서 샀다. 심씨네의 어머니는 달거리를 멈추었다. 아버지는 생리대도 한 번도 못 사주었다고 어머니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달'이 중요한 모티브를 가진다. 왜 '달'일까?
〈가족의 탄생〉보다 더 '가족의 탄생'스러운 영화이다. 감독의 말처럼 '무덤덤'으로 가족임을 인정한다. 그들이 같이 있으므로 '좋지 아니한가'. 제목이 좋지 아니한'家'로보인다. 가족이다.
흥행은 전작(말아톤)에 비하여 좋지 않다. 하지만 정윤철감독의 연출력은 뛰어나다. 이 영화에는 특별한 주연도 조연도 없다. 전부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여러 명의 호흡을 이끌어 내는 정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줘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줘라 뭐든 덤덤한 것. 영화를 이끌어가는 심씨네 가족은 모두가 서로에게 무관심한 듯 덤덤한 것이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눈이 뒤집힐 만큼 커다란 사건 앞에서도 크게 요동하는 법이 없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크게 화를 낼 법도 한데 상대방에게 소리를 지르는 대신 사발면 뚜껑에 젓가락을 내리꽂는 정도가 다다. 친구나 연인에게는 안 그러면서 가족 구성원한테는 서로 유난히 더 덤덤하게 대한다. 하지만 정말 놀라운 것은, 그렇게 무덤덤한 가족이 특유의 무덤덤함을 무기로 자신들에게 닥친 최대의 위기를 극복한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좋지 아니한가〉를 연출한 정윤철 감독은 “무덤덤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야말로 우리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인간들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데 꼭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이 영화는 결국 너무 올인해서 가족들을 이해하려 하고 이해받으려 하면서 오히려 서로 상처받고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줘라, 그럼 좋지 아니한가.
[참조: [인터뷰] 정윤철, 열정과 무덤덤의 사이에 놓인 사나이(1) ]
심씨네는 왜 중앙에 엄마가 자리를 잡고 있나? 영화를 보는 내내 의문이었다. 아버지가 전업주부도 아니고 엄마가 돈을 벌지도 않는다. 의문이다.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아버지는 밤에 '서지'않는다. 그 이유일까?
이렇게 우린 웃기지 않는가
울고 있었다면 다시 만날 수 없는 세상이 멋지지 않았는가
이렇게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이 좋지 아니한家
크라잉 넛의 OST도 멋지다.
나무가 사라져 간 산길 주인 없는 바다
그래도 좋지 아니한가
내 마음대로 되는 세상 밤이 오면 싸워왔던 기억
일기 쓸만한 노트와 연필이 생기지 않았나
내 마음대로 그린 세상
우린 노래해
더 나아질 거야
우린 추억해
부질없이 지난 날들 바보같이 지난 날들
그래도 너는 좋지 아니한가
바람에 흐를 세월 속에 우리 같이 있지 않나
이렇게 우린 웃기지 않는가
울고 있었다면
다시 만날 수 없는 세상에 우린 태어났으니까
저 푸른 하늘 구름 위에 독수리 높이 날고 카우보이
세상을 삼키려 하고 총성은 이어지네
TV속에 싸워 이긴 전사
일기 쓰고 있는 나의 천사
도화지에 그려질 모습 그녀가 그려갈 세상
우린 노래해
더 나아질 거야
우린 추억해
부질없이 지난 날들
바보같이 지난 날들
그래도 우린 좋지 아니한가
강물에 넘칠 눈물 속에 우리 같이 있지 않나
이렇게 우린 웃기지 않는가
울고 있었다면
다시 만날 수 없는 세상이 멋지지 않았는가
우린 노래해 더 나아질 거야
우린 추억해
부질없이 지난 날들
바보같이 지난 날들
그래도 너는 좋지 아니한가
바람에 흐를 세월 속에 우리 같이 있지 않나
이렇게 우린 웃기지 않나
덧_
영화의 조연(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이 영화에는 특별한 주연도 조연도 없다. 전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다.)인 정유미는 아름답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아름답다. "사랑니"를 못 보았기 때문에 그녀를 인지한 것은 "가족의 탄생"이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묘한 매력이 나는 얼굴이었다. 이 영화에서는 큰 배역은 아니지만 전체의 얼개의 사건을 제공하여 준다.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신비로운 모습으로 예전(수술 전)에 좋아했던 강혜정처럼(지금은 아니지만) 충무로의 새로운 여배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