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신간

(128)
2013년 1월 2주 새로 나온 책 "마키아벨리는 지금 지하에서 슬피 울고 있을 것이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쓴 사람이다."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르네상스 창조경영' 등 전작을 통해 르네상스 연구에 집중해온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마키아벨리(1469~1527)를 위한 변명'을 시도한다. '마키아벨리안(Machiavellian)' 즉 '통치술 전반에서 권모술수를 부리는'이라는 뜻으로 사전에 등재된 '사악한 인간'이란 굴레를 벗기고 '약자를 위한 수호성자'로 복권(復權)시키겠다는 것. 이미 시오노 나나미를 비롯해 많은 학자·저술가가 내린 평가를 뒤집어보겠다는 도전인 셈이다. 분명 마키아벨리는 "대중이란 머리를 쓰다듬거나 없애버리거나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군주론)는 '모진 말'을 했다. 그..
2013년 1월 1주 새로 나온 책 ‘문지방은 왜 이렇게 높을까’ ‘문은 또 왜 이렇게 낮고 마당, 토방, 마루, 툇마루 간의 높이에 차이를 둔 이유는 뭘까’ ‘옛날 사람들은 우리보다 유난히 작거나 유연하거나 혹은 불편에 둔감해서일까?’ 전통 한옥을 둘러본 사람이라면 으레 갖는 의문이다. 건축이 사람을 길들이는 방식은 다양하다. 적절한 높이, 거리, 방향, 행동 강제 장치, 시각적 통제 장치를 확보하거나 규모, 장식을 달리함으로써 영역 간의 차이를 분명히 한다. 조선시대 양반집은 길들이기의 전형이다. 신분 질서를 몸으로 익히도록 만들어졌다. 하인이 거주하는 행랑채 마당에서 양반의 공간인 사랑채를 바라보면 하인의 시선은 사랑채 누마루에 닿게 된다. 자연 지세나 인위적 방법으로 영역 간 높이차를 구현한 까닭이다. 하인이 고개를 들지 않는 이상..
2012년 12월 4주 새로 나온 책 세계 최강국인 미국 사람은 유독 '영웅 만들기'에 적극적이다. 보통 사람일지라도 어떤 극적인 한 순간을 거치면 일약 영웅으로 떠받들어 진다. '하룻밤 자고 나니 세상이 달라지는 사람'을 끝없이 만들어 내고 환호한다. 그들에게 영웅이 되는 일은 국익을 위해 소신을 지킨 정치인, 올림픽 4관왕, 미모의 영화배우, 전장의 이등병은 물론 자기를 헌신하는 소방대원, 철로의 아이를 구한 대학생, 목숨을 걸고 강도를 제압한 시민에게까지 기회 또한 균등하다. 그리고 은근히 그러한 자기들을 과시하고, 자부심을 갖는다. 그런데 우리는 영웅 만들기에 참 인색하다. 사돈이 논을 사면 배 아파한다. 개인의 경쟁력은 대단한데 넷만 보이면 사색당파로 갈린다. 그래서 우리는 영웅이 나올 수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에게 '..
2012년 12월 3주 새로 나온 책 1800년대 초반 영국 맨체스터 주변은 온통 흰색 자작나무나방 투성이였다. 자작나무의 흰색 줄기에 앉으면 잘 눈에 띄지 않는다는, 당연한 이유 때문이다. 반면 당시에도 아주 드물게 검은색 자작나무나방이 있었지만 보이는 족족 새들의 먹잇감이 됐다. 하지만 1848년 무렵이 되자 검은색 나방이 다수 발견되고 흰색 나방은 줄었다. 그 사이 맨체스터가 엄청난 속도로 산업화됐고, 공장에서 뿜어내는 매연이 자작나무를 검게 물들였기 때문이었다. 어제의 보호색이 오늘은 치명적 약점이 됐다. 오스트리아의 저명 유전학자인 저자 헹스트슐레거는 "미래의 위험에 대처하려면 평균을 버려라. 그리고 개성을 키워라." 저자가 말하는 '개성'이란 '다름' '다양성'으로 풀이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어떤 문제를 만나면 "작년엔 어떻게..
2012년 12월 2주 새로 나온 책 예술가 이상(1910-1937)은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인가. 허깨비인가. 이 물음들은 지금도 유효하다. 후대 사람들은 글보다 이미지의 기억으로 그를 호출해낸다. 그 이미지들은 대개 흐릿하고 파리하다. 조선총독부 건축기사 시절 찍은 코트 입은 그의 사진과 친구 구본웅이 그린 파이프를 문 괴팍한 기인의 풍모 등이 떠오른다. 소설 에서 미쓰코시 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 본점) 옥상에서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를 되뇌는 주인공의 모습이나, 시 ‘오감도’나 ‘건축무한육면각체’ 같은 난수표 같은 시형식들을 연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식의 심도는 대개 거기까지다. 이상 일대기의 세부는 물론이고, 난해한 작품 속에 묻힌 숱한 ‘암호’들은 논란 속에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수년 동안 시각예술의 맥..
2012년 12월 1주 새로 나온 책 정조 16년(1792년) 영남 지역 선비들은 한양이 아닌 안동 도산에 있는 도산서원에서 과거를 치렀다. 관학이 아니라 사학(私學)인 서원에 과장(科場)이 열린 것이다. 과거에 앞서 정조는 도산서원이 모시는 퇴계 이황(1501∼1570)을 치제(致祭·죽은 신하에게 임금이 내려주는 제사)하게끔 했다. 정조가 이 같은 명을 내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당시 집권세력인 노론을 견제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최대의 사림을 보유한 영남 지역에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실제로 도산서원에서 과거가 열린 지 1개월 만에 사도세자의 신원(伸寃)을 위한 영남 만인소가 나왔다. 이 사실은 퇴계가 세상을 떠난 지 4년 후인 선조 7년(1574년) 퇴계 문하의 인물들과 유림이 세운 도산서원이 오랫동안 퇴계학의 본거지이자 영남 유..
2012년 11월 4주 새로 나온 책 파스칼은 '팡세'에서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짧았더라도 세상사가 달라졌을 것'이라 했다. 파스칼이 역사에서 '우연성'을 중시했다면, '역사의 동인'을 다른 데서 찾는 사람도 많다. 역사 해석은 결국 어떤 키워드를 '동인'으로 삼는가에 따라 각양각색이 된다. 저자는 이전까지 역사의 무대에서 조연, 혹은 엑스트라에 불과했던 이들을 클로즈업한다. 그것도 방탕한 술꾼과 게으른 노예, 이민자와 매춘부 등 하나같이 '불량' 시민이다. 주류 규범에서 벗어나 있었던 이들이 세상에 새로운 쾌락을 도입하고 자유를 확대했으며 사회를 좀 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 미국판 '하류인생' 공로사다. 청교도의 나라 미국도 처음엔 '타락과 방종, 패악'이 넘쳤다.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1777년 4월 건국의 아버지 중..
2012년 11월 3주 새로 나온 책 이 책은 지난해 출간 이후 미국에서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됐다. 저자 코리 로빈이 분석한 보수주의가 기존 학설이나 일반적 관점과 달랐기 때문이다. 홉스와 하이에크를 같은 테이블에 놓고 보수주의와 반동주의, 반혁명주의를 한 범주에 놓은 분석틀이 논쟁의 이유였다. 한 예로 18세기 정치인 에드먼드 버크의 보수주의가 2008년 미 대선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나왔던 세라 페일린의 급진 대중주의적 보수주의에 닿아 있다는 주장이 논쟁을 촉발했다. 원제는 '반동의 정신(Reactionary Mind)'. 로빈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보수주의 이념은 반동적이지만, 그 이념의 자주성이나 힘을 대수롭지 않게 본 게 아닌데도 보수주의자들이 '정신 나간 반동(Mindless Reactionary)'으로 잘못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2012년 11월 2주 새로 나온 책 먹고 사는 일이 역사와 특별히 관련 없는 대부분 사람의 경우 우리나라 역사라도 고려시대까지만 올라가면 태조 왕건 다음의 왕이 누구인지, 마지막은 또 누구인지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저 넓은 땅덩어리, 3천 년 중국 역사로 옮겨 가면 중화인민공화국이 언제 생겼는지조차 모를 지경이다. 그렇다고 굳이 중국 역사를 우리가 대학입시 준비하듯이 파고들 이유 또한 그다지 마땅치 않다. 그런데 신경은 좀 쓰인다. 뉴스에 자주 나오는 정치가, 재벌기업 회장, 성공한 CEO, 유식한 대학교수 등등의 사람들이 꼭 한문 사자성어를 비롯해 중국의 고사나 역사적 사건, 인물의 저서나 어록을 인용, 자신의 의견을 내비친다. 또 그 인용이 심심찮게 언론의 화제가 된다. 때문에 저잣거리의 화제가 된 그 '중국..
2012년 11월 1주 새로 나온 책 퇴계는 ‘리(理)’가 우리 마음속의 도덕적 성향이라면, ‘기(氣)’는 욕구에 충실하려는 성향이라고 말한다. 욕구(기)에만 빠져 도덕(리)에 어긋나서는 곤란하다. 퇴계는 ‘리’와 ‘기’를 대비시켜 가치론적 관계로 파악한 셈이다. 반면 율곡은 ‘기’를 존재를 구성하는 재료로, ‘리’는 존재를 구성하는 원리로 봤다. ‘기’는 눈에 보이지만, ‘리’는 보이지 않게 세상에 깃들어 있다. 율곡은 ‘리’와 ‘기’를 존재론을 해명하는 데 쓴 셈이다. 이 교수는 퇴계의 학설이 ‘리’(도덕)와 ‘기’(욕구)라는 기호를 좌·우에 배치한 ‘횡설(橫說)’이었다면, 율곡의 학설은 ‘리’(원리)가 ‘기’(재료)에 올라타 있는 상·하, 승반(乘伴) 관계인 ‘수설(竪說)’로 본다. 이 같은 구도로 보면 1572년 율곡이 퇴계를 비판한..
2012년 10월 5주 새로 나온 책 2007년 콩고에 대해 쓴 『피의 강』(Blood River)으로 영국 최고의 논픽션 상인 사무엘 존슨 상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는 저자가 이번엔 내전으로 멍든 서아프리카를 탐사한다. 쿠데타와 반쿠데타의 연속, 끝없는 내전과 부족간 갈등, 블러드 다이아몬드, 소년병, 원시적인 정령숭배 등으로 대변되는 서아프리카의 비극적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1935년 영국의 대문호 그레이엄 그린이 탐험한 서아프리카의 흔적을 쫓아간 지은이는 그린이 갔던 당시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목격하면서, 서아프리카에서 포로와 산데로 대변되는 비밀사회가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서아프리카를 갔던 탐험가들이나 인류학자들은 ‘포로’(poro)와 ‘산데’(sande)라는 특별한 비밀사회를 발견하고..
2012년 10월 4주 새로 나온 책 우리는 왜 무신론자인가? (원제: 50 Voices of Disbelief-Why We Are Atheists, 2009년)은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쟁쟁한 과학자, 철학자, 과학소설 작가, 정치 활동가, 대중적 지식인 50명이 이 질문에 각양각색으로 대답한 짤막한 에세이들을 묶은 책이다. 왜? 종교적 광신주의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엮은이들은 자신이 믿는 신을 함께 믿지 않는 타인들을 적으로, 타도 대상으로 삼는 광신주의자들의 편협한 불관용과, 그들을 대변하는 로비스트들이 우리 개인들의 자유를 침해하고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현실을 더는 좌시해선 안 된다고 얘기한다. 위기감은 2001년 9·11 사태와 미국의 아프간·이라크 침공, 잇따른 테러 사건으로 극도로 높아졌다. 미국에선 보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