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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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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주 새로 나온 책 먹고 사는 일이 역사와 특별히 관련 없는 대부분 사람의 경우 우리나라 역사라도 고려시대까지만 올라가면 태조 왕건 다음의 왕이 누구인지, 마지막은 또 누구인지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저 넓은 땅덩어리, 3천 년 중국 역사로 옮겨 가면 중화인민공화국이 언제 생겼는지조차 모를 지경이다. 그렇다고 굳이 중국 역사를 우리가 대학입시 준비하듯이 파고들 이유 또한 그다지 마땅치 않다. 그런데 신경은 좀 쓰인다. 뉴스에 자주 나오는 정치가, 재벌기업 회장, 성공한 CEO, 유식한 대학교수 등등의 사람들이 꼭 한문 사자성어를 비롯해 중국의 고사나 역사적 사건, 인물의 저서나 어록을 인용, 자신의 의견을 내비친다. 또 그 인용이 심심찮게 언론의 화제가 된다. 때문에 저잣거리의 화제가 된 그 '중국..
2012년 11월 1주 새로 나온 책 퇴계는 ‘리(理)’가 우리 마음속의 도덕적 성향이라면, ‘기(氣)’는 욕구에 충실하려는 성향이라고 말한다. 욕구(기)에만 빠져 도덕(리)에 어긋나서는 곤란하다. 퇴계는 ‘리’와 ‘기’를 대비시켜 가치론적 관계로 파악한 셈이다. 반면 율곡은 ‘기’를 존재를 구성하는 재료로, ‘리’는 존재를 구성하는 원리로 봤다. ‘기’는 눈에 보이지만, ‘리’는 보이지 않게 세상에 깃들어 있다. 율곡은 ‘리’와 ‘기’를 존재론을 해명하는 데 쓴 셈이다. 이 교수는 퇴계의 학설이 ‘리’(도덕)와 ‘기’(욕구)라는 기호를 좌·우에 배치한 ‘횡설(橫說)’이었다면, 율곡의 학설은 ‘리’(원리)가 ‘기’(재료)에 올라타 있는 상·하, 승반(乘伴) 관계인 ‘수설(竪說)’로 본다. 이 같은 구도로 보면 1572년 율곡이 퇴계를 비판한..
2012년 10월 5주 새로 나온 책 2007년 콩고에 대해 쓴 『피의 강』(Blood River)으로 영국 최고의 논픽션 상인 사무엘 존슨 상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는 저자가 이번엔 내전으로 멍든 서아프리카를 탐사한다. 쿠데타와 반쿠데타의 연속, 끝없는 내전과 부족간 갈등, 블러드 다이아몬드, 소년병, 원시적인 정령숭배 등으로 대변되는 서아프리카의 비극적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1935년 영국의 대문호 그레이엄 그린이 탐험한 서아프리카의 흔적을 쫓아간 지은이는 그린이 갔던 당시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목격하면서, 서아프리카에서 포로와 산데로 대변되는 비밀사회가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서아프리카를 갔던 탐험가들이나 인류학자들은 ‘포로’(poro)와 ‘산데’(sande)라는 특별한 비밀사회를 발견하고..
2012년 10월 4주 새로 나온 책 우리는 왜 무신론자인가? (원제: 50 Voices of Disbelief-Why We Are Atheists, 2009년)은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쟁쟁한 과학자, 철학자, 과학소설 작가, 정치 활동가, 대중적 지식인 50명이 이 질문에 각양각색으로 대답한 짤막한 에세이들을 묶은 책이다. 왜? 종교적 광신주의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엮은이들은 자신이 믿는 신을 함께 믿지 않는 타인들을 적으로, 타도 대상으로 삼는 광신주의자들의 편협한 불관용과, 그들을 대변하는 로비스트들이 우리 개인들의 자유를 침해하고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현실을 더는 좌시해선 안 된다고 얘기한다. 위기감은 2001년 9·11 사태와 미국의 아프간·이라크 침공, 잇따른 테러 사건으로 극도로 높아졌다. 미국에선 보수..
2012년 10월 3주 새로 나온 책 정조 시대 문체반정을 새롭게 돌아보는 책.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보리 한국사' 시리즈 둘째 권이다. 문체반정은 당시 유행하던 소설 문체를 엄격하게 금하고 수천 년 전 고전 문체로 돌아가자는 정책이다.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문체반정이라는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면서 '시대와 문체, 진정한 변혁'의 의미까지 아울러 짚은 책이다. 이제껏 문체반정을 독립된 주제로 다룬 책은 없었다. 그저 정조 시대를 서술한 책이나 18세기 문화 상황을 짚는 책에서 부분부분 나왔을 뿐이다. '문체'라는 것이 워낙이 쉽지 않은 주제이거니와, 개혁 군주라는 정조의 평소 이미지와도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체반정을 연구한 논문들에서조차 정조에 대한 판단은 늘 엇갈렸다. "바른 정치는 바른 문장에서 나온다"는, 전형적인 ..
2012년 10월 2주 새로 나온 책 도시 생활 하면 흔히 세련되고 우아한 문화생활을 먼저 떠올릴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빽빽하게 들어찬 회색 건물 숲과 교통 체증, 어딜 가나 줄서며 기다리는 것이 기본인, 바쁘고 삭막하고 짜증이 나는 일상의 연속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가운데 10명 중 9명이 도시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국토 면적의 16%도 안 되는 곳에서 인구의 90%가 모여 살다 보니 시끌시끌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걸까? 도시 생활자의 수만큼이나 도시 생활을 하는 이유 또한 천차만별로, 대개는 직장 생활을 위해, 교육을 위해, 아니면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풍요롭고 화려한 도시 생활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퇴근하고서도 일에서 ..
2012년 10월 1주 새로 나온 책 제목부터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 '술장사의 신(神)'이라는 홍보문구까지 요란뻑적지근하다. 5평짜리 이자카야(선술집)에서 출발해 여러 점포로 덩치를 키우며 직원 100여 명을 독립시킨 우노 다카시(68)가 들려주는 이 성공 스토리는 사실 소박하다. 바둑에 빗대면 정석을 섬기는 이론 바둑이 아니라 실전적인 잡초 바둑이다. 하지만 몇몇 대목에서는 무릎을 탁 치면서 이 할아버지를 우러러보게 하는 지혜를 만난다. 이자카야들의 전쟁에서 우노 다카시는 어떻게 승리했을까. 가게의 목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밑천은 박했고 식재료며 요리도 평범했다. 비장의 무기는 바로 '말걸기'였다. 그는 '어떻게 하면 손님이 즐거워할까'를 늘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손님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했고, 이야기하며 관계를 맺었고, '단골이 새..
2012년 9월 4주 새로 나온 책 오이, 고추, 양파, 아스파라거스, 샐러리, 양배추, 당근, 옥수수, 가지, 상추, 감자, 시금치, 토마토…. 우리가 매일 먹거나 접하는 채소를 소재로 한 책이라서 그럴까.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친근감이 드는 이 책은 채소 20종에 얽힌 역사 속 얘기를 통해 세계사의 흥미로운 이면을 들여다본다. 책에 따르면 로마 군인들은 정복 활동 후 양파, 마늘을 퍼트렸다. 파속 식물은 휴대가 간편하고 적응력이 뛰어나며 재배도 쉬웠다. 한 채소 연구 권위자가 마늘 분포도를 만들면 로마 제국의 국경 확장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로마 군인들의 마늘사랑은 대단했다. 저자는 “파속 식물에 대한 로마 군대의 열정은 그 식물들이 힘과 용기를 북돋는다는 전통적 평판에서 어느 정도 비롯된 듯하다”며 “올림픽을 위해 훈..
2012년 9월 3주 새로 나온 책 1931년 일제 관동군이 류탸오후(유조호) 폭파사건을 날조해 만주침략(만주사변)을 본격화한 다음해에 세운 괴뢰국가다. 폭파사건이 일어난 날이 9월18일이고 그날은 중국인에겐 국치일이다. 중국 전역에서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문제로 사상 최대의 반일시위가 벌어진 지난 18일이 바로 그날이다. 1945년 8월 해체된 만주국이 남긴 유산은 무엇이었나? 그것은 바로 박정희(1917~1979)와 기시 노부스케(1896~1987), 그리고 그들이 만든 전후 일본과 대한민국이라는 게 이 책 내용이다. 바꿔 말하면 전후 한·일의 원류가 만주국이라는 얘기다. 경북 문경에서 훈도(초등학교 교사)로 있던 박정희가 죽음으로써 일제와 천황을 받들겠다고 맹세하는 비장한 혈서를 신징(지금의 창춘)에 있던 만주군관학교에 보낸 건 1..
2012년 9월 2주 새로 나온 책 이글턴이 마르크스에 대한 비판들을 반박하는 것은 단지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너무도 확고한 현실이 돼버린 자본주의 체제가 스스로를 바꿀 가능성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는 지금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이런 현실에 맞설 가장 강력한 무기, 곧 마르크스주의를 다시 그들 손에 쥐여주는 것이 그의 목표다. 책에 언급된 표준적인 비판 열 가지는 ‘마르크스주의는 끝났다’, ‘이론적으로만 괜찮다’, ‘결정론이다’, ‘유토피아를 꿈꾼다’, ‘만사를 경제로 환원한다’, ‘세계를 물질 덩어리로만 본다’, ‘이미 사라진 노동계급에만 집착한다’, ‘폭력적인 정치 행동을 선호한다’, ‘전권을 가진 국가를 믿는다’, ‘최근의 급진적 운동에 기여한 바 없다’ 등이다. 이글턴은 현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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