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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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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4주 새로 나온 책 절대론적 문화관을 부정하고 상대론적 문화론에서 출발하는 서순은 '문화의 서열화'를 비판하지만, 이미 독자들의 마음 깊숙이 위계화된 문화적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문화적 민주주의자로서 고민이 없을 수 없다. 문화의 위계질서를 뒤흔드는 저자의 서술 전략은 질문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이 책에서 도널드 서순은 시종일관 복수의 문화가 같으냐 다르냐는 질문을 버리고, 누가 문화적 가치의 위계와 정전(正典)을 정하는가 하는 구성주의적 질문을 던진다. 어느 문화가 더 좋다는 식의 정답을 제시하는 것은 권력, 더 좁게는 문화 권력이다. 작가·예술가·출판업자·신문기자·역사가·비평가·국가 등 문화 생산자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도 이 구성주의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문화 권력의 구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문인들의 ..
2012년 7월 3주 새로 나온 책 논어 주석서인 이 책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 최대한 균형잡힌 시각에서 논어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다른 논어 책들과 차별화된다. 죽간과 백서, 금석문 분야의 권위자인 저자 리링(李零)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는 논어에 대한 기존 주석서와 죽간, 금석문, 현대의 논어 해설서 등 고증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2천여 년 전 집필된 논어의 진면목을 가감 없이 현대의 언어로 되살려냈다. 책에는 파격적인 부분이 적지않다. 고고한 성인(聖人)의 모습으로 묘사돼온 공자에 대한 해석도 상당히 파격적이다. “’논어’를 읽고 난 뒤 나에게 남은 느낌은 두 글자, 즉 고독이다. 공자는 매우 고독했다. (중략) 공자는 성자가 아니라 사람이었을 뿐이며 출신은 비천했지만 고대의 귀족으로서 입신의 표본이 된 사람이었다. (중략) 그는 ’옛날의 ..
2012년 7월 2주 새로 나온 책 인간의 눈을 현혹시키는 채소의 색깔에 관한 이야기. 소를 풀어놓으면 초록색 짙은 풀은 놔두고 옅은 색 풀을 뜯어 먹는다고 한다. 유심히 살펴보면 색깔 짙은 풀 옆에는 소똥이 있다. 소똥의 질소 성분을 흡수한 풀은 빨리 자라고 색깔도 선명해 인간의 눈에는 더 싱싱해 보이지만, 소는 본능적으로 옅은 색 풀이 자신의 몸에 더 좋다는 걸 알고 있는 셈이다. 그럼 흙은? 저자는 우선 흙에 남은 '비료의 독(肥毒)'을 빼내야 한다고 말한다. 땅을 파보면 화학비료는 흙에 섞이지 않고 뚜렷한 층을 이루는 경우가 많은데 이 층은 온도도 차갑고 딱딱해 '죽은 흙'이라는 것. 이를 갈아엎고 밀·보리 등을 심어 몇 해를 지나면 뿌리가 흙을 파고들며 잘게 부수고, 미생물이 활동을 하면서 흙이 부드럽고 따뜻해진다고 한다. 이런 ..
2012년 7월 1주 새로 나온 책 책에서 학부모․학생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국어 공부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지만 정작 ‘언어 사고력’이 부족하면 모든 사고활동과 문제해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수학 문제를 풀고 싶어도 문제가 무슨 뜻인지 몰라 못 풀고 영어 문제도 국어 능력이 없으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 결국 국어 기초를 튼튼히 하지 않고 학년이 올라가면 어느 순간 우리말이 어려워지고, 그로 인해 전체 학습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된다. 저자는 초등 교육과정이 서술형 평가문항으로 바뀌고, 읽기, 쓰기, 토론 이 모든 학습의 기본이 됨에 따라 ‘언어사고력’을 키우면 보다 더 훌륭한 인재로 자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노랫말로 시를 생각해보기’, ‘ㄱㄴㄷ 놀이’ 등 부모-자녀, 학생-교사가 생활 속 재미있는..
2012년 6월 5주 새로 나온 책 ‘중력의 법칙’, ‘상대성의 법칙’,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피터팬’, ‘동물농장’, ‘E.T.’ ‘구글’, ‘해리포터’…. 이들의 탄생 배경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얼핏 보기에도, 아니 곰곰이 톱아봐도 이 말들에서 공통분모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 책 ‘콰이어트’를 펼쳐보시길. 정답은 세상에 이들을 탄생시킨 주인공들이 한결같이 내향적인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아이작 뉴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마르셀 프루스트, 조지 오웰, 스티븐 스필버그, 래리 페이지, J K 롤링 등은 모두 자신의 내면 세계에 깊이 접속해 그곳에서 보물을 찾아냈던 것이다. 이 책은 외향적인 성향이 왜 각광받고 외향성을 왜 롤모델로 떠받드는 시대가 됐는지를 살피고, 홀대받아온 내향적인 성향의 숨은 능력과 강점을 하나..
2012년 6월 4주 새로 나온 책 흡수통일이 과연 가능할까? 한국 보수주류가 집착해온 이 방안은 실은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60여년 전에 북한 거의 전 지역을 상대로 실행해 봤다. 그리고 실패로 끝났다. 지금 다시 시도하면 성공할까? 서울 탈환 10여일 만인 1950년 9월30일 이승만 대통령은 북진 명령을 내린다. 한국군 3사단은 10월1일 38선을 넘었다. 10월4일 유엔 총회는 38선 돌파를 묵인하는 8개국 공동결의안을 의결했고, 그 이틀 전 임병직 외무장관은 유엔에서 남한 정부 주도로 한반도를 통일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미국 육군 참모부가 작성한 북한 군정실시 3단계 구상이 그달 12일 유엔에서 통과됐다. 그렇게 해서 약 두달 동안 북한 대부분 지역(점령지)에서 진행된 흡수통일 시도의 첫번째 장애는 유엔과 이승만 정권 간의 갈..
2012년 6월 3주 새로 나온 책 조세 피난처는 야자수가 즐비한 이국적 풍경의 섬나라? - 내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조세 피난처는 어떤 섬나라라고 말하면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그런데 그 섬 이름이 맨해튼이라고 하면 깜짝 놀란다. 게다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조세 피난처 역시 섬에 있는데, 바로 영국에 있는 런던이란 도시다. 다국적 기업들은 복수의 조세피난처를 활용해 끊임없이 자본을 포장·재포장하는 수법을 썼고, 출처가 세탁된 자금은 전 세계를 유람한다. 그 결과 검은돈은 합법적인 자금으로 탈바꿈한다. 2010년 IMF 추산에 따르면 케이만군도 같은 조세피난처에 소재한 금융센터 자산 계정은 총 18조달러다. 세계 총GDP(국내총생산)의 3분의 1 수준. 2008년 미국 연방회계감사원(GAO)은 미국 100대 기업 가운데 83개 기..
2012년 6월 2주 새로 나온 책 에 이은 또 하나의 서재 인터뷰로, 책 읽는 대한민국 대표 CEO 8人에게 듣는 경영의 예술이 담겨 있는 책이다.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을 책임지며 성공적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리더들에게 서재란 어떤 의미인지, 젊은 날의 그에게 영향을 끼친 책과 한 기업의 리더가 된 지금 경영에 영감을 준 책들은 무엇인지, 호기심의 발로에서 시작한 것이 이 책이다. 1년 여 동안 다양한 분야의 CEO를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정원 작가가 얻은 결론은 단 하나. 그들은 책에서 읽은 것을 체화해 기업경영에 적용하고 터득한 지혜를 현실에서 실천하는 ‘행동파 CEO’였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책은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선택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이었으며, 한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토대..
2012년 6월 1주 새로 나온 책 여성들이 바지를 입고 대학 교육을 받고 카페와 술집에서 삼삼오오 환담을 나누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지만 20세기 초만 해도 해방을 의미하는 모험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제인 애덤스, 마거릿 생어 등 근대 페미니스트들은 이런 환경 속에서도 기꺼이 모험을 즐긴다. 저자는 이들의 일탈을 가볍게 그리면서 “이들이 ‘여성답지 않다’는 당시의 비판을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여성의 주체성 확립’이라는 대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일탈에서 대의를 뽑아내는 저자의 기획 의도는 여성의 인식 변화에서 시작해 정치, 경제 영역의 여성 해방을 그려내는 책의 구조와 비슷하다. 이 책은 100년 전 서구에서 여성들이 ‘일상’을 어떻게 급진적인 활동의 장으로 만들어 갔는지 보여주면서 여성에 대한 연금제도, 소비 문..
2012년 5월 4주 새로 나온 책 늘 저만 잘났다. 툭하면 소리 지르고 싸움을 건다. 친구도 없다. 그래도 공부는 늘 1등이니, 식구들은 아무 말도 못한다. 그 아이는 “공부는 예술”이라며 늘 혼을 실어 공부한다고 말한다. 등수는 따라온 것뿐이라며.애플의 모습이다. 스티브 잡스가 또 그렇다. 애플은 잡스의 디엔에이를 그대로 받아 자란 나무다. 잡스는 자아도취적이며, 변덕스럽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할 줄 모른다. 애플이 그렇다.애플은 또 현대 경영학의 검증된 이론을 완전히 거스른다. 정보공유란 단어가 없다. 온통 비밀스럽다. “애플 직원들은 회사에 목수가 나타나면 뭔가 중요한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직감한다. 새로운 벽이 세워지고 거기에 문이 생기며 보안장치가 마련된다. 투명했던 창문은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코팅 처리된다.”지은이의 관..
2012년 5월 3주 새로 나온 책 평생 딱 한 번, 아주 특별한 딱 한 사람과의 유일무이한 사랑이라! 그것도 그 특별한 상대가 누군지도,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좋아, 운 좋게 딱 한 번의 천생연분을 마침내 발견했다고 치자고. 과연 그 상대도 자기의 천생연분을 단박에 알아볼까? 백번 양보해서, 또 그렇다고 쳐. 서로를 알아본 바로 그때, 그 상대의 처지가 뒤늦게 나타난 천생연분과 어찌해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거 정말 흥미진진한 걸? 정교해, 놀~라워! 당장이야 하트 뿅뿅 눈들을 해가지고 행복에 겨워 서로를 바라보겠지만, 두고 보라고. 그 구역질나는 꼴이 얼마나 오래갈지. 이제 이 거짓말을 인간들이 믿어주기만 하면 게임 끝. 킬킬킬. 그동안 우리가 사랑에 대해 잘못 알아온 착각과 속임수를 낱낱이 까발리고, 털끝만큼의 의심도 ..
2012년 5월 2주 새로 나온 책 저자가 말하는 모략은 꼬치구이의 꼬챙이란 생각을 해봤다. 일곱 개의 문화코드는 꼬챙이에 줄줄이 꿴 맛깔스러운 고기 살점 같다. 저자가 요리해낸 꼬치구이가 만들어진 경로를 간략히 따라 가보자. 무엇보다 중국인의 독특한 의식과 사유 체계가 형성된 배경으로 전쟁과 싸움에 주목한다. 홍콩에서 중국 고대문자학을 전공했고 타이베이·베이징 특파원(중앙일보)을 지낸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중국을 살필수록 비릿한 피 냄새를 자주 맡는다”고 했다. 예사롭지 않은 후각이다. 오랜 전란에 노출돼온 중국인은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남과 나를 구분 짓는 담 쌓기에 집착했다. 만리장성의 담장뿐 아니라 사합원(四合院)과 토루(土樓)가 그런 증거다. 그 속에서 중국인은 축선으로 대표되는 위계를 만들었고, 게임을 즐겼다. 회식을 반국(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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