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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1주 새로 나온 책 파이를 키운 뒤에 나누자는 성장근본주의가 딱한 건 사람을 몰라서다. 일단 파이가 부풀길 기다리며 허기를 참는 동안 사람은 성격이 더러워지고, 더러는 성질을 부리다가 아사하기도 한다. 사람은 일용할 양식이 필요한데, 파이는 하루 만에 커지지 않는다. 그 경제논리는 교육에도 고스란하다. 성인이 되어 누릴 ‘행복’의 파이를 키우려면 참고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고. 아이들은 맛보지도 못한 행복을 좇아 더럽혀지고, 죽어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안학교 알바니프리스쿨에서 35년간 학생들을 가르친 지은이는 “(특히 선진국) 아이들의 혼란은 현대에 등장한 인위적 개념이지 태어난 이상 당연히 겪는 과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교육제도의 일률적 요구에 갈팡질팡하다가 어떤 식으로든 그 몰개성으로부터 도피한다는 것이다. 그..
2014년 7월 4주 새로 나온 책 책은 건물 폭파 협박을 받고도 직원들을 대피시키지 않은 한 독일 기업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기업이 직원들을 대피시키지 않은 것은 대피로 근무시간을 낭비하느니 직원들이 연기 속으로 사라지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무리 폭파 협박이 거짓일 가능성이 크더라도 직원의 안전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업이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의사소통 전문가 마르틴 베를레가 2년 만에 돌아왔다. 마르틴 베를레가 2012년 출간한 ‘나는 정신병원으로 출근한다’는 회사를 정신병원으로 묘사하며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번에 나온 ‘미치거나 살아남거나’는 그 후속편 격이다. 나는 정신병원으..
2014년 7월 3주 새로 나온 책 조지 오웰(1903~1950)은 최근 몇 년 새 두드러지게 독서가들의 애호를 받고 있는 작가다. 전체주의를 비판한 ‘동물 농장’과 ‘1984년’의 소설가로서가 아니라 르포르타주, 평론, 서평, 기사, 칼럼 등 다양한 장르를 종횡무진했던 산문가로서다. ‘나는 왜 쓰는가’ ‘위건 부두로 가는 길’ 등의 책을 통해 소개된 산문들 덕분에 오웰은 오늘날 우리 시대를 반세기 전 온 몸으로 미리 겪었던 통찰과 혜안의 작가로 즐겨 호명되고 있다. ‘영국식 살인의 쇠퇴’는 오웰 전공자인 번역가 박경서씨가 오웰의 대표적 논픽션 작품들의 초안과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산문들을 골라 초역한 책이다. 인도에서 태어나 버마의 인도제국 경찰로 성년기의 첫 5년을 보낸 오웰은 “부정한 돈벌이”에 대한 속죄의 일환으로 영국에 돌아오자마..
같은 듯 다른 두 책 "그동안 평화시장 노동자의 삶과 투쟁에 관한 기록은 대부분이 ‘지식인’에 의해 씌었다." 하지만 "거대한 역사만 역사가 아니라 낮고 가난해서 역사의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수많은 민초의 적은 삶이 결국 역사이다.""4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기막힌 빈부 격차, 노동자 계급에 대한 억압과 착취 강화, 민주적 노동운동의 탄압, 남녀 노동자에 대한 차별, 정치권과 재벌의 유착,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할 통치, 부자층과 서민층의 세대적 계승 등등이 이 책의 묘사보다 더욱 나빠졌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긴급한 과제에 부닥친다. 우리 모두가 새로운 사회를 열기 위해 투쟁하지 않을 수 없다."열세살 여공의 삶 신순애 지음/한겨레출판 "패자에 대한 기억을 소멸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소수의 힘만으로도 충분..
쓰레기 같은 데이터는 없다 "소득 수준과 교육열 높은 강남구는 책도 많이 살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예스24의 2013년 구매 이력을 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예스24의 회원이 서울시민을 대표하지 않는다. 회원을 서울시민의 분포로 표준화(?) 작업하여 분석한 것일까? 순수하게 구매 명세가 있는 회원의 분포가 우연히 강남에 많이 살고 있었던 것일까? 만일 어느 시골의 한 읍이 가장 많이 구매했다면 뭐라고 설명할까? 그저 예스24 구매 명세의 '일반화 오류'를 범한 것은 아닐까. "책 많이 사는 강남구 책 많이 읽는 3040"이라는 제목이 선정적이다. 잘 살고 교육열이 높아 책을 많이 사는 것인지, 아니면 교육열이 높고 책을 많이 사기 때문에 잘 사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내포하는 것은 잘살고 아이 잘 가르치고 싶으면 책을 많이 사..
소나무 그리고 편견 나무를 조금씩 만지면서 소나무가 좋은 재료인가에 관한 의구심이 들었다. 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건축용으로 적합한 재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광화문과 숭례문의 복구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금강송을 사용했다. 왜? 소나무는 최고의 건축재라기보다는 생태적 문화적 배경 때문에 조상이 어쩔 수 없이 선정한 최선의 건축재였습니다. _전영우, 《궁궐 건축재 소나무》 의구심을 없애지는 못하지만, 수긍이 간다. 결국 답습과 편견으로 생긴 전통 잇기다. 대부분 편견은 사회나 집단 내부에 전통적으로 이어지고, 생활환경 속에서 사회적으로 학습되어 간다. '최고'와 '최선'은 다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도 '최선'을 고집한다. 편견이다.편견의 특징으로는 첫째,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근거에 기초하고 있으며 특정의 선입..
내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도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 미친 그리움》 그리움, 그저 그 단어만으로도 설렌다. 누군가를 그리워한 것이 언제였던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그리워도 하지 못하면 삶이 너무 팍팍할 것이다. 림태주는 "그냥 그리워서 흘러가는 거라고, 그리워하며 흘러가는 동안이 일생이라고 나는 생각했다"고 한다. 누군가, 아니 무언가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게 인생일 거다. 그리움과 외로움은 이란성 쌍둥이다. 외로워서 그리운 게 아니고 그리워서 외로운 게 아니다. 그렇지만 외로움과 그리움은 다르지 않다. "아무리 사랑해도 채워지지 않고, 사랑을 하지 않을 때도 외롭고 사랑을 해도 외롭다." 외롭다 이 말 한 마디 하기도 퍽은 어렵더라만 이제는 하마 크게 허공에 하마 외롭다 지하의 연작시 중 일부이다. 외롭다는 말이 하기 어렵지만 허..
2014년 6월 1주 새로 나온 책 “이윤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한 빵집이 있다. 일주일에 나흘 문을 열고 일년에 한달 장기휴가를 간다. 이 빵집은 지속가능할까? 와타나베 이타루가 한 손에 , 다른 손에 천연효모를 들고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을 시작한 것은 2008년이다. 햇수로 7년째니 지속가능함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와타나베는 이 책에서 시골에 빵집을 내게 된 사연과 이윤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유, 천연효모와 천연누룩균으로 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재치있게 소개한다. 특히 제빵 기술을 배우기 위해 취업한 한 빵집의 노동 착취 현실을 고발하는 대목에서 시작되는 ‘시골 빵집의 마르크스 강의’가 인상적이다. 아버지의 소개로 마르크스를 읽게 된 그는 자본가가 가져가는 이윤의 비밀이 ‘노동자가 만들어내는 상품의 교환가치를 넘어서는 ..
2014년 4월 4주 새로 나온 책 최근 미국에 '요요(YOYO) 경제'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네 일은 네가 책임져라(You're On Your Own)'는 구호를 앞세우며 실직을 노동자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사회 분위기를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실업은 개인이 무능한 탓일까. 그렇다면 무엇이 그를 그토록 무능한 사람으로 만든 것일까.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수갑(The Invisible Handcuffs Of Capitalism)'이 원제인 이 책에서 마이클 페럴먼은, 자신이 일을 잃고 가난해진 원인을 무능 때문이라고 여기는 노동자들의 자책을 강하게 부정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로 좌파 경제학자인 저자는 '노동자의 삶'에 초점을 맞춰 자본주의 시스템과 주류 경제학의 모순을 끄집어내 분석하고 대안을 찾는데 주력한다. '근대 경제학..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 요즘 젊은 친구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라고 물어보면 많은 이의 대답이 거의 ‘직업’이다. 교사, 의사, 방송인, 운동선수 같은 것은 특히 인기 직업으로 꼽힌다. 공부하고 실력을 쌓아 나가는 목적이 직업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대학교 광고에서 경쟁적으로 내세우는 것도 취업률이다. 고등학교까지는 좋은 대학교 들어가는 게 목적이고 대학에 입학해서는 좋은 직업을 갖는 것이 목표가 된다. “원하는 직업을 가졌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현세는 이렇게 묻는다. “무엇이 되겠다는 목적은 있지만 ‘어떤’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결론도 덧붙인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한 사람으로 많은 생각이 든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라는 질문이 잘못되었음은 물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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