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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5주 새로 나온 책 (문학동네)는 필화(筆禍) 사건을 통해 횡포를 저지르는 권력과 그들에 맞선 이들의 싸움을 전하는 책이다. 말과 글을 문제 삼아 사람들을 옥죄는 부당한 권력의 생리와 횡포, 그에 맞선 양심적인 인사들의 고난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명암을 고스란히 만나게 된다.책의 저자는 대한민국 인권 변론의 대명사격인 한승헌 변호사다. 한 변호사는 1960~1980년대 군부 독재 시절의 대표적인 시국 변호사였다. 수많은 양심수 변론을 통해 인권과 민주주의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이 시대의 지식인이었다. 변호사인 그 자신이 한 여성잡지에 사형제도를 비판한 수필을 기고한 일로 중앙정보부에 의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기도 했다.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한 변호사는 올해로 법조생활 55년을..
[책 권하는 책] 독서에도 습관의 때가 있다 : 《장정일의 독서일기》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이라는 것은 없다.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꿀 만큼 인간이란 단순하지 않다. 단지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 다독가이며 저술가이자 철학자 강유원은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 중의 절대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다.”라고 했다. 자신의 책 《책과 세계》에서 책 읽기를 강요하는 세상은 소수의 음모라고 말한다.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오늘날의 사람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 책을 읽는 이는 전체 숫자와 비교해서 몇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대다수 사람이 행하고 있다 하여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며, 압도적 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소수 책..
개정판 《마일스 데이비스》출간 절판된 《마일스 데이비스 자서전》이 한 권으로 묶여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5》에서 처음 접했지만 절판이었다. 개정판이 나오며 달라진 부분이 있다. 세 권이 한 권으로 묶었고 저자가 마일스 데이비스와 퀸시 트루프에서 마일스 데이비스로 바뀌었다. 마일스의 구술을 저널리스트인 퀸시 트루프가 기록한 것으로 보이는 데 개정판에서는 무슨 이유인지 마일스만 저자로 올라와 있다. 따져보면 첫 개정판이 아니라 두 번째 개정판이다. 절판된 후 개정판이 나왔지만, 어디에도 출간을 알리는 곳이 없다. (출판사에는 고맙고 미안하지만) 이런 책이 절판되지 않는 세상이면 좋겠지만, 이 땅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또다시 절판 소식을 접하기 전에 책꽂이에 한 권씩 있으면 좋겠다. 원래 마일스는 소리로 들어야겠지..
2013년 11월 4주 새로 나온 책 세포도 자살한다. 세포자살(apoptosis)은 발생과 분화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야 할 때, 또는 세포가 훼손돼 암세포로 바뀔 가능성이 있을 때 일어난다. 즉 더 큰 이익, 몸 전체를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람의 자살은 사뭇 다르다. 자살자는 남은 이들에게 심대한 정신적 충격을 안긴다. 매우 극단적인 '공격'이다. 자살은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이 1897년 '자살론'에서 "자살은 개인적인 요인이기보다 사회적인 사실 때문이다"라고 쓰기 전까지는 죄악으로 치부됐다. 지난해 한국에서는 1만477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통계청과 경찰청의 자살률 통계는 일치하지 않는다. 사망신고서에 자살자의 사망 원인을 허위로 기재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땅에서는 자살과 그에 대한 발화를 인정하지 ..
성경은 모두에게 은혜롭다 :《두 얼굴을 가진 하나님》 비록 노예는 제도적으로는 소멸하였다 하더라도, 타인에 대한 착취와 압제를 제도화하고 정당화하려는 인간 본성의 한 부분은 시대를 초월해서 끈질기게 존속하고 있다. 그리고 어떠한 이름으로 불리던 불우한 인간에 대한 착취는 시대를 초월하는 공통분모가 있다. 기독교 교리가 노예제도를 수호하는 이론적 배경이 되었다는 것은 히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19세기 전반, 즉 서양의 많은 곳에서 여전히 노예제도가 존재했을 당시 성서는 노예제도 폐지의 가장 중요한 근거로 쓰여 왔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제도를 두둔하려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중요한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기독교가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 인간에게 자비로운 것인지, 하나님 자체가 불쌍한 인간에게 자애를 베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있다고 믿지 않지만 많은 이..
비전은 동기를 부여한다 : 《왜 따르는가》 제이 엘리엇은 잡스에게 말했다. "비전은 동기를 부여한다. 당신이 어딘가로 가자고 이야기하면서 미래를 내다본다면, 사람은 바로 그것에 흥분할 것이다.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고 한 케네디의 그 말이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했듯이." 생텍쥐페리는 말했다 "만약 배를 만들고 싶다면 목재를 가져오라고 하거나, 일감을 지시하지 마라. 대신 그들에게 바다를 그리워하게 하라." 잡스의 리더십은 남다르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MBA가 아니라 열정과 비전이다. 저자는 겨우 스물입곱 살인 이 사람의 깨달음에 놀라움 느끼고 있다. 게다가 앞을 내다보는 능력도 있고, 사람을 사로잡는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잡스는 일반적인 경영 지식과 정반대인 의견도 몇 가지 내놓았다. "제가 할 일은 여러 부서가 내놓은 안건을 종합하고 핵심 프로젝..
2013년 11월 3주 새로 나온 책 "낡은 것은 죽어 가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을 때 위기는 깊어가고 병적 징후가 출현한다." '헤게모니'이론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공산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1891~1937)의 언명이 어느 때보다 가슴에 와 닿는 요즘이다. 지난 2008년의 세계적 금융 위기는 신자유주의에 파산 선고를 내렸다. 그런데도 자본주의 시장경제만이 살 길이요, 뼈를 깎는 구조 조정과 공공 지출 축소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밖에 없다는 기득권층의 일관된 주장이 먹혀드는 게 현실이다. 2011년 자본주의 탐욕에 항거하는 월스트리트 시위에서 출발해 미국 사회를 뒤엎을 것 같았던 '점령하라!' 운동도 73일 만에 경찰에 의해 어이없이 무너졌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인간이 서로 포식자가 되기를 강요하고 있다. 마치 '잘난 놈..
읽었으면 반드시 기록을 남겨라 : 《장정일의 독서일기 7》 장정일의 독서일기 마지막 편이다. 1권부터 7권까지 1993년부터 2006년의 독서일기이다. 2007년은 며칠만 있으니 연도를 생략했다. 사실 이 부분이 궁금하다. 왜 2007년 일부분만을 삽입하여 책을 내었을까? 이 책을 출간할 당시에는 이 책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인데 독서일기8에 포함하면 좋을 것을 굳이 7권 끝에 포함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을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독서일기는 끝이 났다. 7권이지만 중간에 6.5권이라 할 수 있는 《공부》를 포함하면 장정일의 독서일기 시즌1은 8권이다. 시즌2로 포맷을 바꾸어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의 이름으로 1, 2가 나왔다. 1권 머리말에서 "한 권의 책 읽기가 끝나면 뒷장에 내 나름의 '저자 후기'를 주서하는 일, 나는 그런 '행복한 저자'가..
2013년 11월 2주 새로 나온 책 이케아는 세계 35개국에 253개의 매장을 보유한 스웨덴의 다국적 가구기업이다. 이 이케아의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라드는 블룸버그가 선정한 올해 세계 갑부 순위에서 5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최고 부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97위인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부자인지 짐작이 간다. 이 회장의 4배가 훨씬 넘는 재산을 갖고 있다. 이렇게 세계적 갑부로 명성이 자자한 잉바르 캄프라드지만 한편으론 지독한 구두쇠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해 다른 사람에게 보내며, 출장갈 때 어지간한 거리면 비행기 대신 기차를 탄다고 한다. 이때 물론 경로 우대 할인도 꼭 챙긴다. 또 슈퍼마켓에 갈 때는 떨이 상품을 싸게 사기 위해 항상 문 닫기 직전에 간단다. 이 밖에도 폐지를 잘..
베스트셀러를 구매하는 멍청한 짓 일부 대형서점의 종합 베스트셀러 10위에 진입하는 데는 1주에 1000권, 하루에 150권 정도만 팔리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 베스트셀러 진입 장벽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베스트셀러 판매량 감소는 책의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출판 시장의 활기가 줄었다는 적신호이기도 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출판계가 사재기 문제로 시끄러우니 베스트셀러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도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대형서점 일주일간 70권 팔렸는데 베스트셀러 1위?) 사재기 문제로 베스트셀러의 위상 또는 신뢰도가 떨어진 게 아니라 원래 베스트셀러란 ‘잘 팔리는 책’이 아니라 ‘많이 팔아야 할’ 책일 뿐이다. 베스트셀러라는 순위표에 의지해 책을 판매하는 출판사, 그것도 동조하..
잘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뭘까? :《왜 팔리는가》 잘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브랜드, 마케팅, 유행, 맛, 가격 등. 한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뭘까? 어떻게 해야 팔리는가? 어떻게 하면 잘 팔릴까? 대부분 파는 이의 처지에서 나온 해답이 대부분이다. 이도 정확하지 않다. 왜 팔리는가? 책의 제목이지만 궁금증을 일으킨다. ‘뇌과학이 들려주는 소비자 행동의 3가지 비밀’ 훈련라고 하지만 이는 의구심이 든다. '비밀'을 알려준다는 책은 대부분 그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많기 떄문이다. 제목은 《왜 팔리는가》이지만 영어 제목은 "Why They Buy?"이다. 결국 왜 '구매하는가'에 관한 글이다.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 책을 보면 그 해답을 알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정답을 이 책에서 구한다면 당장 이 책을 덮어라. ..
늘 생존하는 자연을 모방하라 :《새로운 황금시대》 ‘생체모방biomimicry’ 혹은 ‘생체영감bio-inspiration’은 어려운 말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자연으로부터 배운 것을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용하라.”이다. 다시 우리가 늘 들었던 말로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자연에서 배워라’이다. 새로운 신조어는 늘 어렵고 낯설다. 책에서는 1997년 ‘생명’을 뜻하는 그리스어 bios와 ‘모방하다’의 minesis로부터 《생체모방Biomimicry》의 저자 재닌 베니어스가 만든 말이라고 한다. 이러한 개념을 정립한 것이 최근인지는 모르지만 인류의 탄생부터 다른 생물을 모방하며 발전해 왔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모방은 이카루스의 날개이다. 신화라고 말하면 다빈치의 날틀이다. 새의 날개를 모방해 만든 스케치이다. 물론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성공에 관한 잘못된 여섯 가지 믿음 : 《원 씽》 당신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 그것을 함으로써 다른 모든 일을 쉽게 혹은 필요 없게 만들 바로 그 일은 무엇인가? 저자가 말하는 것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한 가지에 집중하라.” 즉 ‘단 하나’, ‘One Thing’이다. “가장 근본적인 핵심은 자신만의 ‘단 하나’를 찾아내고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성공의 핵심에는 ‘단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바로 그 단 하나가 탁월한 성과를 이끌어 내는 시작점이다.” ‘소중한 것 먼저하라’를 연상하게 한다. 수 많은 일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먼저하고 그 다음에 소중한 것을 하면 된다는 것과 많은 것 중 ‘단 하나’ 만을 생각하고 그것에 집중하라는 말은 어딘가 닮아 보인다. 하지만 다른 듯, 닮은 듯한 이야기이지만 ..
《스마트한 그들이 절대 하지 않는 것들》 나는 직업상 뛰어난 경영자를 인터뷰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가르침은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큰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잘나가는 한 경영자와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나는 비즈니스서 작가로서 앞으로 도움이 될까 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지금까지 읽으신 책 중에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무엇입니까?” 내 질문에 그 경영자가 시원스레 대답했다. “책 말인가요? 소설은 자주 읽는데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 같은 건 전혀 안 읽습니다. 딱히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고.” ‘이럴 수가!’ 저자가 이 책을 쓰게 한 동기가 된 이야기다. “비즈니스 서적을 읽지 않아도 이렇게나 능력이 있다면 과연 그런 책의 의미가 있을까?” 끊임없이 독자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권하는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다른 점이 있다. 장마다 ..
2013년 10월 3주 새로 나온 책 이 책은 ‘아프리카에 관한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아프리카인의 역사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지질(지리)·기후·고고·생물·언어·인류학을 총동원해 아프리카의 자연사 및 그곳에서 살아온 인류의 역사를 훑고 있다. 저자가 동원하고 있는 학문 분야는 이뿐만이 아니다. 농업경제학과 심지어 기생충학까지 섭렵한 저자는 이처럼 다양한 학제 간 연구 성과를 토대로 방대한 아프리카의 역사를 솜씨 좋게 엮어냈다. 책 제목 그대로 ‘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아프리카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육괴(陸塊)다. 대륙의 97%가 3억여 년 동안이나 원래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부분의 연대는 5억5000만 년 이상이고, 36억 년이나 된 곳도 있다.(중략) 다른 대륙들은 산맥이 형성되..
2013년 10월 2주 새로 나온 책 “무쇠솥 같은 거나/ 마음속에 걸어두고/ 괄은 장작불 석달 열흘은/ 지펴야 하리/ 마음 좀체 뜨거워지지 않으니/ 세상 오래 달궈야 하리/ 무쇠솥 같은 거나/ 세상에 걸어두고/ 석달 열흘은 식은 마음/ 달궈야 하리”(‘무쇠솥 같은 거나’) 그리움이 사라졌다는 건 마음이 식었다는 징표다. 무쇠솥이 장작불을 만나지 못하고 싸늘하게 방치돼 있다는 얘기다. 그 식은 마음에 시가 깃들 리 만무하다. 하물며 평생 ‘그리움’을 붙들고 살아온 시인이라면 그 절망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저문 강에 삽을 씻으며 슬픔도 퍼다 버렸던 정희성(68·사진) 시인이 새 시집 ‘그리운 나무’(창작과비평)를 냈다. 정갈하면서도 깊은 시심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시인의 단아한 시들이 돋보이는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는 ‘그리움’에 대한 ..
2013년 10월 1주 새로 나온 책 올해로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의 걸작 (일명 )가 완성된 지 꼭 500주년이다. 1513년 탈고됐지만 우여곡절 끝에 그의 사후인 1532년 출간된 는 단테의 을 제치고 가장 많이 번역된 불후의 이탈리아 고전이다. 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권모술수의 교활한 교본'이라는 혹평부터 종교나 도덕의 세계로부터 독립해 독자적인 정치의 세계를 발견한 '근대 정치 사상의 독보적 출발'이란 극찬까지 극단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는 모순어법, 수사적 장치, 역사적 사실의 의도적 조작에다 해학까지 가세해, 오독의 여지가 가장 많아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수께끼 같은 책이다. 대표적인 예로 볼로냐대학에서 마키아벨리를 연구한 수재였던 무솔리니는 에서 '..
2013년 9월 4주 새로 나온 책 책 ‘정도전의 선택’은 개혁이 단순한 구호나 포퓰리즘을 넘어서기 위해 역사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며, 위기이자 기회의 시기였던 여말선초 때의 정도전의 삶에 주목한다. 정 도전은 급진적인 개혁가였다. 자신의 생각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고 현실 정치에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안을 내놓았다. 그 결과물이 바로 조선왕조 500년을 주도한 사대부(士大夫)였다. 사대부는 유교적 덕목을 체득해 정치에 직접 관여하는 지식인층을 이르는 말이다. 정도전은 경륜을 갖춘 사대부가 임금과 함께 정치를 펼치는 군신공치(君臣共治)를 구상했다. ‘군주의 자질은 한결같지 않다. 그래서 재상은 아래로는 백관을 통솔하고 만민을 다스리며 위로는 군주와 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또 군주의 잘못을 시정하는 역할을 게을리해서도 안 된다.’..
2013년 9월 3주 새로 나온 책 광고계에 몸을 담고 있는 필자는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언제나 안테나를 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흥미로운 현상이 눈에 띠기 시작했습니다. 이름하여 '비주류의 역습'. 영화, 음반, 도서, 미술, 예능 등 문화계 전반에 걸쳐 소위 '비주류' 또는 'B급'으로 분류되던 존재들이 '메이저' 보다 더 큰 관심을 받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역사서歷史書도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우리가 듣고 보고 배운 기존의 세계사를 뒤집는 새로운 해석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타밈 안사리가 저술한 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슬람인의 눈으로 세계사를 재해석한 타밈 안사리, 그가 들려주는 세계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어떻게 다를까요. 서구의 입맛대로 써내려 간 세계사 ..
2013년 9월 1주 새로 나온 책 도포를 입고 갓 쓴 남자가 밥을 먹고 있다. 개다리소반에는 밥과 국, 반찬 6개가 놓였다. 그런데 밥그릇 크기가 엄청나다. 높이 9㎝, 지름 13㎝, 용량 900㏄. 요즘 가정에서 사용하는 밥그릇 용량이 보통 270㏄다. 약 120년 전에 찍은 이 사진의 주인공은 현대 한국인이 세 끼에 걸쳐 먹을 양을 한 끼에 먹은 것이다. 실제로 조선시대 사람들은 밥을 많이 먹었고, 식자층에선 이걸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1681~1763)이 '성호사설' 제17권 '인사문(人事門)'에 쓴 '식소(食少)'라는 글을 보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식(多食)에 힘쓰는 것은 천하 으뜸이다. 최근 표류돼 유구(琉球·지금의 오키나와)에 간 자가 있었는데 그 나라 백성이 '너희의 풍속은 항상 큰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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