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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셀러가 나오면 출판계가 활성화 될까? 거창한 출판계의 활성화는 차치하고 몇 권의 책이라도 더 팔릴까? 아마도 아니라는 쪽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잘 팔리는 책만 생길뿐이다. 파이를 키워 전체 시장을 키운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으로 치부하기엔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1등만 ‘독주하는’ 구조 탓에 팔리는 책과 팔리지 않는 책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책의 다양성, 창의성, 의외성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천만 관객의 영화가 나오는 해에는 순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영화가 넘쳐나는 해이다. 천만 관객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없앤다. 멀티플렉스에는 선택의 폭은 좁아지고 그로 인하여 영화관에 가는 관객이 줄어든다. 되는 놈만 되는 양극화의 길로 접어든다.
밀리언셀러를 반기지 못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그 밀리언셀러가 참아라, 용서해라, 문제는 너한테 있으니 잘해라 이런 식의 자기계발서라는 것이 안타깝고 서글픈 더 큰 이유이다.
덧_
밀리언셀러를 반기지 못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대학생들의 자기계발과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반응 ... 슬픈 현실
좋은 말인데 왜 감흥이 없지 ... 개뿔
자기계발의 덫 : 책 권하는 心香
책을 안 읽어 출판불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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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부추기는 밀리언셀러 기쁘지만 착잡
- 한기호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가 한국 출판 역사상 논픽션으로서는 최단 기간인 8개월 만에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만 따지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창비)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에 이어 세 번째 밀리언셀러다. 이 책들은 모두 1년 이내에 밀리언셀러가 됐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한국 출판 역사상 최초의 공식적인 밀리언셀러는 김홍신의 ‘인간시장’이다. 1981년부터 6개월마다 한 권씩 출간, 20권으로 완간하면서 모두 560만 부가 판매된 이 소설은 시리즈 전체의 판매부수를 합한 것이다.
논픽션 최초의 밀리언셀러는 이시형의 ‘배짱으로 삽시다’다. 산업시대 인간상을 제시한 이 책은 1980년대 내내 인기를 끌며 180만 부가 팔려나갔다. 서정윤의 ‘홀로서기’는 시집 최초의 밀리언셀러. “3만 부는 팔릴 것”이라고 주장한 서정윤은 한때 과대망상증 환자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시집은 300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는 위기철의 ‘반갑다 논리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책은 인문서보다 논술 대비용 수험서에 가깝다.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는 인문·사회과학시대였던 1980년대에 비밀리 팔려나간 조성오의 ‘철학에세이’다. 사회변혁에 대한 철학적 논리화를 시도한 조성오지만 처음에는 ‘편집부 엮음’으로 책을 낼 수밖에 없었다.
아동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는 확인한 길이 없다. 하지만 국내 창작그림책 최초의 밀리언셀러는 권정생 글에 정승각이 그림을 그린 ‘강아지똥’이다. 출판사가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창작동화 최초의 밀리언셀러는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과 ‘나쁜 어린이표’다. 황선미의 두 작품은 거의 동시에 100만 부 고지를 밟았다.
예림당의 ‘Why?’시리즈는 지난 5월 4000만 부를 돌파했다. 2001년 7월 과학학습만화로 출발한 ‘Why?’는 2008년 12월 2000만 부 돌파 기념행사를 가졌다. 그 이후 세계사와 인문 분야로 범위를 넓히며 2년 반 만에 다시 4000만 부를 넘어선 것이다. 이 시리즈는 올해 말 5000만 부를 넘길 것이라니, 시리즈 최초로 1억 부를 넘길 수도 있을 듯하다.
한 작가가 밀리언셀러를 갖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한 작가의 책이 모두 1000만 부를 넘겼다면 정말 엄청난 일이다. 이문열은 1700만 부가 팔린 ‘삼국지’를 제외한 나머지 책으로도 1000만 부 기록을 넘어 총 3000만 부에 육박한다.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 등의 조정래와 ‘외딴방’ ‘깊은 슬픔’ ‘엄마를 부탁해’ 등의 신경숙도 1000만 부 작가 대열에 합류했다. 공지영도 곧 이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청춘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인문·사회과학적인 치밀한 분석을 찾아볼 수 없고, 위기를 헤쳐나갈 매뉴얼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을 따뜻한 말로 위로할 뿐이다. 하지만 김난도 교수의 ‘어록’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도배하면서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성과 합리로 가르치려 들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말로 청춘을 편안하게 위로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성과다.
요즘 한 권의 책이 밀리언셀러가 되는 기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화제성을 지닌 책의 판매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1등만 ‘독주하는’ 구조 탓에 팔리는 책과 팔리지 않는 책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책의 다양성, 창의성, 의외성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필자가 지난 1월 예측한 대로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출판시장 전체를 바라보는 심정이 매우 착잡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간 동아> 802호 2011.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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