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신 이의 삶을 기록했는데, 남은 이들이 위로를 받았다
—비로소 부고·김혜영 손영하 이서현, 북콤마, 2026

신문사가 한정된 지면 안에 기사를 가려 싣는 건 죽음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생전 명성이 높았다고 해서 사인이 특이하다고 해서 더 애도받아야 할 게 아니건만, 지면 한구석 부고 기사와 이름·날짜만 나열한 부음란을 채우고도 많은 죽음은 기록되지 못한다.
한국일보에 입사해 각기 다른 부서에서 일하다가 기획취재부서에서 만난 기자 세 명은 ‘죽음은 평등하지 않다’고 강변하는 듯한 보도 관행이 마뜩지 않았다. ‘느린 부고’를 떠올리게 된 건 이 때문이었다. 각각의 삶을 그저 일회성 사연으로 소비하고 싶지 않다. 죽음에 대한 사회적 회고록으로서 떠난 이의 생을 조곤조곤 애도하자.
1년간 열 명의 이야기를 쫓았다. 생면부지 남을 구하려 목숨을 던진 곽한길 의사자, 작곡가를 꿈꾼 택배기사 정슬기씨, 바다를 사랑한 이유영 웹툰작가, 사랑으로 아이들을 감싼 윤병훈 신부, 아동문학계 원로 최춘해 작가, 첫 여성 고고학자인 이난영 전 국립박물관장, 성매매 여성 쉼터를 지킨 문애현 요안나 수녀, 탈시설 장애인활동가 김진수씨, 화마에 맞선 임성철 소방장, 탐사보도에 목말랐던 김애린 KBS 광주방송총국 기자.
고민이 없던 건 아니다. “보도가 이렇게 눈물로 축축해도 되는가” 노심초사하는 고참 김혜영 기자 옆에서 막내 이서현 기자는 2022년 이태원 참사 희생자 장례식장 앞에서 자책했던 일을 곱씹었다. 손영하 기자는 산 자의 기억으로 떠난 이를 기록하는 일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렇게 세상에 낸 기사에 애도의 메시지가 달렸다. 뜨거운 기사에 뭉근한 추모가 이어졌다. 그 마음을 나누고 우리의 삶을 응원하기 위해 세 사람은 이달 ‘비로소 부고’를 책으로 출간했다.

‘비로소 부고’는 유명인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 중심의 기존 부고에서 벗어나, 평범하지만 가치 있는 삶을 살았던 우리 사회 이웃들의 죽음을 재조명하는 기획이다. 부고는 경제적·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 위주로 쓴다는 틀을 깨고, 조명받지 못한 보통 삶을 깊이 따라가 온전한 영예를 되찾아주기 위해 시작됐다.
정작 주목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와 생애가 너무 많다. 타인을 구하려다 희생된 시민, 묵묵히 헌신하며 살아온 평범한 노동자나 숨은 영웅들의 실천적 삶뿐 아니라 ‘무명 시민’의 안타까운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이야기로 풀어냈다.
덜 알려졌기에 더 알려져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보통 삶을 치열히 따라간 열 편의 느린 부고
◎ ‘부고’에 대한 고민
죽음에 관한 사회적 기록인 ‘부고’가 반드시 유명인의 전유물이어야 할까. 기록에서 배제돼온 평범한 사람들의 삶 또한 복원될 필요가 있다. 그들의 선의와 열정에 마음이 움직여 또 다른 선의와 열정이 생겨나고, 그런 누군가의 노력이 조금씩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꿔나가는 길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그렇게 사회적 기억의 불균형을 바로잡다 보면 인간의 존엄을 새롭게 묻게 될 것이다. 어쩌면 “죽음의 민주화를 실천”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가신 이의 삶과 그 곁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남아 있을까. 별세, 그 너머에 살아 숨 쉬는 발자취. 고인을 기리는 기억을 돌아보다 보면 눈부시지 않았던 날도, 헛된 생도 없었다. 우리 곁에 머물렀던 보통 아닌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죽음조차 앗아갈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 알면 알수록 고인들의 삶 장면 장면은 꼭 내 이야기, 우리 이야기 같았다. ‘사람’ 이야기. “고인의 흔적들과 내 마음이 맞닿는 것 같아 울컥했다. 그렇게 열 편의 느린 부고가 틈틈이 완성돼갔다.”
꼭 굵직한 업적·직위·비전만 세상을 바꾸는 건 아니니까. 그가 남긴 건 그저 곁을 내어준 하루하루였다.
◎ 부고 쓰기의 어려움
이 길이 맞을까, 고민이 꼬리를 물었다. 글이 이렇게 뜨거워도 되는가. 글이 이렇게 눈물로 축축해도 되는가. 생각할수록 그의 온 생애가 궁금해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은 이름이었다. 한 시민의 사망 기사나 부고를 들고 전국을 헤맸다. 생애를 이룬 결정적 장면과 결정적 증인을 수소문해 묻고 기록했다. 진심을 담아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보는 글쓰기로서 부고.
“인간은 무엇인가. 왜 남을 도울까. 누구에게 사랑받고, 누구를 사랑하는가. 이별은 어떻게 애도하는가. 넘치는 절망 속에서 그들은 왜 희망이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가.” 그런 질문으로 점철된 부고는 가치 있는 삶의 본질을 시사하는 인생의 교과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김없이, 무명 시민의 죽음 곁에서 맞닥뜨리는 ‘죽음의 불공평성.’ 왜 하늘은 이리도 일찍, 그를 데려갔는가.
한 사람을 충분히 파악했다고 하려면 어디까지 듣고, 어디에서 멈춰야 할까. 그의 지인 몇 명을 만나야 할까. 그것도 그의 일부분에 대해서가 아니라 삶 전체를 관통하는 글을 써야 한다면. 글을 쓰는 동안 이런 질문이 반복해 떠올랐다. “처음에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기억을 종합해서 쓰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인간은 입체적이고 기억은 불완전했다. 핵심이 빠진 부고를 써서 고인에게 누가 되지는 않을까. ‘이쯤 하면 다 아는 것 같은데’ 하고 마감하려는 순간, 고인의 일기장을 소중히 간직해온 뜻밖의 동료를 만난 적도 있었다. “결국 제삼자의 기억과 과거 기록에 의존한 부고 쓰기는 삶의 완전한 재현이 아니라 ‘여러 버전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버전이 완전히 엇나가지는 않도록, 남겨진 이야기를 촘촘히 건져 면밀히 우선순위를 정하고, 한 문장 한 문장을 가능한 한 조심스럽게 쓰는 것뿐이었다.”
가신 이의 삶을 기록했는데, 남은 이들이 위로를 받았다-문화ㅣ한국일보
(책과 세상) 한국일보 기자들이 부고 보도 관행에 문제를 느끼고, 평범한 이들의 죽음을 조명한 느린 부고 프로젝트를 1년간 진행해 책으로 출간했다. 죽음과 애도, 기록의 의미를 되새긴다. |
www.hankookilbo.com
죽음은 공평하다는 말은 틀렸다. 비로소 전하는 느린 부고
교수, 장관, 회장의 별세만 특별할까… 미처 몰랐던 보통 삶의 비범한 희망[프롤로그] 「비로소, 부고」를 시작하며 오래된 사망 기사 들고 전국 헤맨 까닭 떠난 이 곁에 남은 따뜻한 기억 조각
maggot.prhouse.net
「비로소, 부고」 - 고인을 기리는 기억의 조각, 그 곁을 치열하게 마주한 뒤, 비로소 전하는 느
고인을 기리는 기억의 조각, 그 곁을 치열하게 마주한 뒤, 비로소 전하는 느린 부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부고 전문 기자인 제임스 해거티(James R. Hagerty)는 저서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maggot.prhouse.net
「비로소, 부고」 - 죽음조차 앗아갈 수 없는 우리의 이야기
「비로소, 부고」 - 헤매고 찾고 기다린 끝에, 세상을 향해 내놓은 기억회장, 교수, 대표, 장관, 이사장…. 부고 기사에 등장하는 이들은 대개 이런 직함을 갖고 있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이 기
maggot.prhous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