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편지를 써야 한다. 꼭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어떻게 써야할지 도무지 쓸 수가 없다.
누구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연애편지 이후에 마음을 담아 다른 이에게 보낸 적이 있었던가?
이메일은 업무를 전달하는 도구로 전락한지 오래이고 전달하는 이의 따스함이 없다.
난 그런 따스함을 전해주고 또 전해 받고 싶다.
편지를 쓰기전에 가족에게 연인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따스함을 전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
이태준의 서간문강화에 나와 있는 글을 보자. 반세기가 넘었지만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잘 쓴 편지란 어떤 것인가?
편지는 '남과의 대응'이란 말을 위에서 하였다. 또 편지는 '할 말이 있는데 그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까 쓰는 것'이라 하였다. 그러면
'남을 좋게 대하고, 할 말을 분명히 전한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잘 쓴 편지'일 것이다.
방자가 말을 조심하여 한답시고 이동령식으로 해 보라. 방자로는 주제넘는 짓이요 이도령이 말을 다정하게 한답시고 춘향이 투로 해 보라. 그것도 상대방을 불쾌게 하는, 이도렬으로는 외식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모다 남을 좋게 대하는 것이 못 된다.
'저대로라야 한다. 자기다워야 제일이다'
편지에서만 저 이상으로 유식하게 꾸미어 쓰면 차라리 거짓일뿐 아니라 받는 사람에게 자기의 실감을 보내 주지 못한다. 만나서 손을 잡고 지꺼리듯 자기투대로, 글로 지꺼리라. 그러면 그 글에는 자기의 사진까지 따라 가는 것처럼 저쪽을 반갑게 해줄 것이요. 도장을 글자마다에 찍는 것 이상으로 친서다운 믿어움을 줄 것이다.
'반갑게 해주고 믿업게 해주고 그리고 할 말을 군소리 없이, 빠트림도 없이 적는다면'
그것은 '잘 쓴 편지'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편지는 '남과의 대응'이란 말을 위에서 하였다. 또 편지는 '할 말이 있는데 그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까 쓰는 것'이라 하였다. 그러면
'남을 좋게 대하고, 할 말을 분명히 전한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잘 쓴 편지'일 것이다.
방자가 말을 조심하여 한답시고 이동령식으로 해 보라. 방자로는 주제넘는 짓이요 이도령이 말을 다정하게 한답시고 춘향이 투로 해 보라. 그것도 상대방을 불쾌게 하는, 이도렬으로는 외식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모다 남을 좋게 대하는 것이 못 된다.
'저대로라야 한다. 자기다워야 제일이다'
편지에서만 저 이상으로 유식하게 꾸미어 쓰면 차라리 거짓일뿐 아니라 받는 사람에게 자기의 실감을 보내 주지 못한다. 만나서 손을 잡고 지꺼리듯 자기투대로, 글로 지꺼리라. 그러면 그 글에는 자기의 사진까지 따라 가는 것처럼 저쪽을 반갑게 해줄 것이요. 도장을 글자마다에 찍는 것 이상으로 친서다운 믿어움을 줄 것이다.
'반갑게 해주고 믿업게 해주고 그리고 할 말을 군소리 없이, 빠트림도 없이 적는다면'
그것은 '잘 쓴 편지'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서간문 강화 이태준 지음/깊은샘 |
*
퇴계는 참으로 자상하고 세밀하고 또 철저한 분이었다. 아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여 과거시험에도 합격하고, 또 남들같이 벼슬도 하여 입신 출세할 것을 권하기도 하고, 또 선비로서 교양과 인품을 갖출 것을 권하기도 하지만, 대인 관계에 있어서 구체적인 행위 준칙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일러주는 아버지였다. 모두 화기에 찬 자상한 내용이지만, 때로 아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준열하게 타이르는 엄한 아버지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 이황 지음, 이장우.전일주 옮김/연암서가 |
*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소중한 아내를, 진심으로 모든 걸 바쳐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결코 훌륭한 일을 할 수 없소. 독신으로 제작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고리는 그런 타입의 화공은 아니오. 자신을 올바르게 보고 있소. 예술은 무한한 애정의 표현이오. 참된 애정의 표현이오. 참된 애정이 충만함으로써 비로소 마음이 맑아지는 것이오. 마음의 거울이 맑아야 비로소 우주의 모든 것이 올바르게 마음에 비치는 것 아니겠소? 다른 사람은 무엇을 사랑해도 상관이 없소. 힘껏 사랑하고 한없이 사랑하면 되오. 나는 한없이 사랑해야 할, 현재 무한히 사랑하는 남덕의 사랑스러운 모든 것을 하늘이 점지해주셨소. 다만, 더욱더 깊고 두텁고 열렬하게, 무한히 소중한 남덕만을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열애하고, 두 사람의 맑은 마음에 비친 인생의 모든 것을 참으로 새롭게 제작 표현하면 되는 것이오
이중섭 1916-1956 편지와 그림들 이중섭 지음, 박재삼 옮김/다빈치 |
*
담아, 내 딸 삼형제부터 나서거라!
시애비의 재산이나 늘려줄 맏며느리의 우상부터 때려부숴라. 일하는 일꾼의 알통의 미학이 아니라 돈의 조화물인 고른 영양상태의 퇴폐적 아름다움 따위엔 관상볼 것 없이 먹칠을 해버려라! 이 캄캄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하여 홀로 혹은 떼거리로 고민하는 끈질긴 사내놈들의 몸부림도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담아, 아버지의 교훈이란 이런 멋진 사내놈들 보다 멋진 놈으로 창조해내는 데 있음을 명심하고 있는지......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 백기완/한울(한울아카데미) |
*
우리가 연애편지를 쓸 때는 상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마음에 없는 말도 좀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다산의 이 편지들은 아들에게, 형에게 보낸 것이어서 진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다산의 인간적 면모와 세상 및 학문에 대한 관심사를 볼 수 있죠. 장기 스테디쎌러가 된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요.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박석무 엮음/창비(창작과비평사) |
*
루쉰이 연인이었던 쉬광핑과 주고 받은 편지 모음집. 루쉰의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일면들을 만날 수 있다. 루쉰 특유의 우울함과 자상함, 고매한 인품과 강철같은 표상, 천진난만함과 유머감각, 강인함과 부드러운 일면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루쉰의 편지 루쉰 외 지음, 리우푸친 엮음, 임지영 옮김/자음과모음(이룸) |
*
고흐는 1872년 8월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동생 테오와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는 무려 668통이나 된다. 그 밖에도 어머니, 동료인 고갱, 베르나르, 라파르 등에게 띄운 편지가 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반 고흐의 고통스러웠던 인생유전 그리고 찬란했던 미술작품의 비밀을 그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들을 수 있게 해준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예담 |
*
아버지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녀에게 가장 먼저 무엇을 알려주면 좋을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아마도 이 책을 선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이 책은 아버지로서 사랑하는 자식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전해주고 있다. 왜냐하면 저자 스스로가 아버지로서 다른 모든 부모들처럼 아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혹시 잘못된 길을 걷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을 구절구절 쓴 편지들 속에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아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세상을 다 가질 것처럼 살아라 필립 체스터필드 지음, 정민하 옮김/함께(바소책) |
덧붙임_
신, 구간을 막론하고 읽거나 읽고 싶은 맘이 생기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끔은 다시 한번 읽었으면 좋은 책도 소개할 예정이다. 책의 선정 기준은 그저 마음이 가는대로일뿐다른 아무런 선정 기준이 없음을 알려둔다.
더불어 신간이든 구간이든 책을 좀 더 많은 나를 비롯한 많은 이에게 권하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덧붙임_둘
자랑스러운 兄의 이름 석 자
편지를 쓰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