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부고」 - 죽음조차 앗아갈 수 없는 우리의 이야기
「비로소, 부고」 - 헤매고 찾고 기다린 끝에, 세상을 향해 내놓은 기억회장, 교수, 대표, 장관, 이사장…. 부고 기사에 등장하는 이들은 대개 이런 직함을 갖고 있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이 기획한 「비로소, 부고」는 세상을 떠난 보통 사람을 다룬 프로파일이다. 평범하지만 보통이 아니었던,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고인의 사연에 주목해 보자. —편집자 주무언가 빠뜨린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들었다. 기부, 참사, 교통사고, 빈곤 등 몇 가지 사회 이슈에 대한 기초 취재를 진행하던 취재팀은 연일 현기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회의 테이블에는 몇몇 인물의 이름이 놓여 있었다. 생각할수록 그의 온 생애가 궁금해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은 이들이었다. 다만 각자의 이야기를 어떤 실로 꿰려 해도 어쩐지 억지스럽게 느껴졌..
제대로 된 사망기사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자 감시자다
부고가 아닌 사망기사를 써야 하는 이유… 이준웅 교수 “제대로 된 사망기사는 곧 ‘감시자’의 역할 그 자체”잭 버틀러, 78, 인디아나, 유년시절의 고향에서 계속 살았던 사람. 수잔 그레이, 97, 웨스트우드, ‘펠넬로페’라는 이름으로 즐거운 글을 썼던 사람. 제임스 데이비드, 72, 뉴시티, 등산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음. 마리 조 다비토, 82, 톨톤,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즐거워함.지난 5월24일 뉴욕타임스가 1면에 실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사망한 사람들의 목록 중 일부다. 단순히 죽은 사람 이름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사망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1줄로 요약해 덧붙였다. 이 명단은 1면을 가득 채웠다. 뉴욕타임스는 어떻게 이 많은 사람 특징을 모두 파악할 수 있었을까.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