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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채우기 위해서는 조금씩 비워둬야 한다. 그게 책장이든 마음이든. : 《장서의 괴로움》 《장서의 괴로움》은 딱 제목만큼이다. 우리와 다르게 목조 건물이 많은 일본에서는 책 무게를 견디지 못해 집이 기울거나 무너질 우려가 있다. 물론, 콘크리트 집이라고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무너질 정도의 책을 가진 이가 얼마나 많을까? 무너질 염려는 없지만 1000권이 넘어가면 책은 부담스러운 존재이다. 집과 떨어진 공간에 서재를 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가 장서 괴로움의 시작이다. 장정일의 추천의 글 “순수하고 무모한 열정의 괴로움”이 장서가인 저자를 잘 표현하고 있다. 장서가는 순수하다. 또한, 무모하다. 장정일의 장서에 관한 내용은 그의 《독서일기》에서도 말했다. 장서가는 모두 독서가, 독서가는 모두 장서가일까? 둘의 상관관계는 없지만 그럴 확률이 높다. “실제로.. 더보기
[책 권하는 책] 독서에도 습관의 때가 있다 : 《장정일의 독서일기》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이라는 것은 없다.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꿀 만큼 인간이란 단순하지 않다. 단지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 다독가이며 저술가이자 철학자 강유원은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 중의 절대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다.”라고 했다. 자신의 책 《책과 세계》에서 책 읽기를 강요하는 세상은 소수의 음모라고 말한다.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오늘날의 사람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 책을 읽는 이는 전체 숫자와 비교해서 몇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대다수 사람이 행하고 있다 하여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며, 압도적 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소수 책.. 더보기
그대 아직도 노벨문학상을 꿈꾸는가 아일랜드의 삼총사라는 오스카 와일드 · 버나드 쇼 · 제임스 조이스는 모두 영어로 글을 썼다. 그래서 이들을 영문학에 포함하는 게 상식이지만, 일본의 문학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은 어느 자리에서 “우리가 보통 ‘영문학’ ‘영문학’ 하지만, 어떻게 보면 영문학이란 실은 아일랜드 문학”이라고 말했다. 이들 작품에 공통된 패러독스 · 아이러니 · 모순어법은 영어로 글을 써야만 하는 식민지 지식인의 복수였다. 그들은 그런 방법으로 식민 종주국인 영국의 교양과 문학 전통을 조롱하고 전복했으며, 영어 자체를 비틀고 오염시켰다. 실로 제임스 조이스 이후 영문학은 더는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나 찰스 디킨스로 되돌아가지 못했다. 이 상황을 비틀즈 · 롤링스톤즈 · 애니멀즈와 같은 영국 밴드가 미국 대중음악을 집어삼켰던 ‘.. 더보기
오래된 책 그리고 사라진 책방 오래된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꺼내들었다. 1994년 나온 책이니 20년이 되어간다. 이 책에 특별한 의미를 두는 게 아니다. 그저 필요에 의해 꺼내들었을 뿐이다. 책이 오래되어도 용도 폐기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책이 오래되었기에 다른 기억의 파편을 보여준다. 종로서적에서 나눠주는 책갈피, 지금은 볼 수 없는 서점의 가격표다. 두 곳 모두 지금은 없다. 서울문고는 얼마 전까지 영어이름으로 있었지만······ 둘 모두 애용하던 책방이었는데, 기억은 없고 그 흔적은 남아있다. 살아온 나날이 길어지니 작은 기억의 조각에 큰 의미를 두려한다. 그저 지나간 파편에 불과한 것인데. 더보기
착각, 다시 착각, 혼동 그나마 다행. 그리고 운명이 아니라 필연 착각錯覺 장정일의 《공부》를 꺼내었다. 책장에 있은 지 몇 년 되었으니 당연히 읽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제목만 알고 있는 책장 속의 많은 책이 있음에도 오만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처음 읽는 책처럼 느껴진다. 조금 더 읽어보니 많이 본 내용이다. 목차의 내용을 찬찬히 보니 읽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들었다. 다시 착각錯覺 단편적으로 《장정일의 독서일기》7권 모두 읽었으니 이 책도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읽었다고 생각했다. 친일파와 전범에 관한 내용을 찾으려 이 책을 꺼냈는데 읽지 않았다면 출발부터 잘못이다. 혼동混同 착각이 아니다. 완독한 책을 남기는 독서기록에 《공부》가 있다. 3년 전 읽었다. 혼동混同.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고 또 내용을 보니 읽은 것으로 생각하고 기록을 보니 읽.. 더보기
파란 눈을 가진 서양인은 공자와 《논어》를 어떻게 생각할까? 파란 눈을 가진 서양인은 공자와 《논어》를 어떻게 생각할까? 한자를 번역하여 출간된 책을 읽을 것이다. 아니면 우리처럼 일본어로 번역된 것을 중역하여 읽을지도 모를 일이다. 영어로 된 《논어》를 접할 기회는 많지 않고 설령 기회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뒤집어 생각해 보자. 우리가 읽고 있는 《논어》가 우리말로 된 것이 아니라 번역되어 우리에게 주어졌다. 공자가 전해주는, 아니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논어》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는 가끔 《논어》가 번역서가 아닌 우리 책이라 착각한다. 《논어》를 읽기보다는 논어를 빌어 해석한 책만 넘치고 있다. 길게는 수천 년을 내려오는 동안, 짧게는 조선 오백 년 동안 내려온 도덕적 가치관이 우리가 알고 있는 공자와 《논어.. 더보기
자투리 시간 독서법 효과가 있을까? 책을 읽으려고 가방에 항상 책을 넣고 다닌다. 그것도 2권씩이나 들고 다닌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멍한 시간과 무료함을 달래려 책을 읽는다. 혹 읽던 책이 눈에 안 들어오면 다른 책으로 바꾼다. 자투리 시간을 아껴 책을 읽으려 한다. 물론 5분이나 10분 정도의 자투리가 아닐 때가 많다. 장정일은 이런 나의 자투리 시간 활용법을 비웃는다. 하지만 자투리 시간을 합치면 책을 좀 더 많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이 있었다.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장정일의 말이 옳다. 책은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저자와의 공감을 이뤄내는 작업이다. 단순히 글자를 읽고 것이 독서가 아니다. 책이 지닌 열정, 저자의 열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지 못한 독서는 책 읽기가 아니다. "어떤 책을 3일 이상 뭉그적거리면.. 더보기
가장 엄밀한 의미를 좇는 쾌락주의자가 되고 싶다 : 장정일의 독서일기 5 나이 마흔에 다섯 번째 독서일기를 내게 되었다. 기쁘기 한량없다. - 서문을 대신해 장정일은 마흔에 다섯 번째 독서일기를 출간했다. 그에 대해 더 논하면 장정일에 대한 부러움이 더 커지기에 그만하기로 하자. 그보다는 책의 뒷면에 있는 그가 되고 싶은 것에 공감한다. 오늘날 누가 얼굴을 똑바로 하고 자기 자신을 쾌락주의자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 단어가 가진 가장 엄밀한 의미를 좇는, 쾌락주의자가 되고 싶다. 이제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1권부터 7권까지 책꽂이에 넣어두었다. 이제 7권을 읽으면 그의 독서일기에 대한 여정이 끝난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5 장정일 지음/범우사 덧_ 독서일기를 읽고 내가 다시 세상에 내놓은 책을 아래에 적는다. 장정일이 책에 대한 인용한 부분과 그것에 대한 생각이다. 장정일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