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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4주 새로 나온 책 "세상에서 깊이 꿰뚫어 보지 못하면서 남을 공격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하는 말은 본디 괴상하게 여길 것도 없습니다만, 숙헌(叔獻)의 고명하고 초탈한 견해로도 이 그림을 보는 데 이렇게 구애되고 막힐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1570년(선조 3년), 70세의 노인은 35세의 후학(後學)에게 보낸 이 편지에서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어떻게 그렇게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느냐'며 꾸짖는 듯하다. 편지를 쓴 사람은 퇴계 이황(1501~1570), 수신자인 '숙헌'이란 율곡 이이(1536~1584)의 자(字)다. 당시 서울에서 관직에 있던 율곡은 안동으로 귀향한 퇴계와 편지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때의 편지는 12년째 이어지는 중이었다. 퇴계의 분노는 원나라 학자 정복심(程復心)이 그린 '..
2013년 8월 3주 새로 나온 책 한국의 한 정유회사 이미지 광고 문구는 ‘I am your energy’다. 탐사보도 저널리스트인 저자 앤드류 니키포룩이 원유 수출을 뽐내는 이 광고 문구를 본다면 ‘I am your slave’라고 고쳐야 한다고 불끈 성을 낼지 모르겠다. 니키포룩은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와 그 연료로 움직이는 기계를 ‘에너지 노예’라고 규정한다. 제2의 프로메테우스 혁명은 과거의 주요 에너지 제도였던 인간 노예제도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석탄과 석유가 만들어내는 힘에는 주인과 노예라는 문제적 관계가 내포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에너지를 마구 써대는 현대의 각종 체제, 제도의 문제를 과거 노예제에 빗댄다. 당신에게 힘이 되는 에너지가 노예라니? 에너지 노예는 예전 인간 노예가 엄두도 못낸 일들을 해낸다...
2013년 8월 2주 새로 나온 책 “이데올로기는 끝났다” 내지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은 1960년 대니얼 벨의 이래 보수주의자들의 단골 발언 메뉴다. 의 지은이인 영국의 저널리스트 일레인 글레이저는 “이데올로기는 죽었다거나 이데올로기는 악이라는 말 자체가 가장 이데올로기적인 주장”이라며 “이데올로기가 감추고 있는 게임의 규칙 첫 번째가 이데올로기 없음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21세기 들어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 그것들은 단순히 정치의 세계를 지배하는 것을 넘어 노동에서 여가활동, 음식에서 섹스까지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 침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현대사회 이데올로기의 특징은 각종 광고, 마케팅, 홍보 등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들이 속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노동자..
2013년 8월 1주 새로 나온 책 보지 않으려는 것을 보도록 누군가는 철탑에 올랐고, 듣지 않으려는 것을 듣 도록 누군가는 목을 맸으며, 말하지 않는 것을 말하도록 누군가는 몸에 불을 붙였다. 배제당한 자들은 언어를 획득하기 위해 스스로 ‘사건’이 돼야 했다. 말 (言)이 운다. 격월간 은 울음으로 말하고 분신과 투신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말을 통한 저항’이다. 권력자의 말을 주워담느라 주류 언론이 누락한 ‘말들의 거점’이다. 막혀버린 말의 길을 뚫으려는 ‘말의 몸부 림’다. 그렇게 읽힌다. 창간호의 뜻은 선명하다. ‘이 시대 유령들의 존재론’을 쓰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그들의 흔적과 그들의 자리와 그들의 목소리를 추적하고 조명하는” (심보선, ‘자유로운 노동을 위한 유령들의 투쟁’) 글들이 잡지를 가득 채우 고 있다. 이 진..
2013년 7월 4주 새로 나온 책 영화와 연극에서 주인공은 가장 많이 변화하는 인물이다.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해 나아감으로써 삶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다. 실제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를 혁신적이고 생산적인 사고를 통해 해결할 때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일상에서 혁신적이며 생산적인 사고를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방법을 적은 책이다. 단순한 암기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곧 한계에 부닥치므로 본질을 깊이 이해해야 대안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펫 거장 토니 플로그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재능 있는 학생들에게 복잡한 기교의 곡을 시키자 잘 연주해냈지만 초보자 때 누구나 거치는 연습곡은 유치하게 연주했다. 그러나 토니는 연습곡을 아름답게 들려줬다. 거장과 재능 있..
가슴 설레게 하는 게 비젼이다 가슴 설레게 하는 게 비젼이다. 비전과 목표를 혼동하지 마라. 흔히 기업에서 비전을 계량적 목표와 혼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비전은 ‘점유율 1위 달성’이나 ‘매출액 성취’와 같은 계량적 목표가 아니라 가슴 설레게 하는 꿈의 형태여야 한다. (홍성태 교수) 생텍쥐페리는 말했다 “만약 배를 만들고 싶다면 목재를 가져오라고 하거나, 일감을 지시하지 마라. 대신 그들에게 바다를 그리워하게 하라.” 저 너머에 있는 바다가 희망의 바다인지 풍랑이 거센 고난의 바다인지는 알 수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상상하는 바다가 희망찬 꿈의 바다를 상상하는 것뿐이다. 비전과 목표의 혼동보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의 비전을 개인의 그것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기업 구성원은 결코 식구가 아니다. ‘가족같은’이라는..
쉬운 글을 선호하는 사회는 위험하다 사진 출처 : http://kijet.egloos.com/4116278 언어는 권력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폭력이 되려 한다. 정희진의 를 여러 번 곱씹어 읽었다. 결론은 “쉬운 글은 없다. 소용 있는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이 있을 뿐이다.” 왜 쉬운 글을 선호하는 사회는 위험한가? 칼럼의 제목은 순화해서 “쉬운 글이 불편한 이유”이다. 다시 결론을 한 번 더 말하자면 “쉬운 글은 두렵다.” “쉬운 글이 좋은 글일 수 없다”는 도발적인 결론에 적극 공감한다. 하지만 “좋은 글은 가독성이 뛰어난 글이다.” 즉 잘 읽히는 글이다. 우리는 쉽게 글을 써야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는 ‘세상’에 익숙하다. “쉬운 글은 실제로 쉬워서가 아니라..
2013년 7월 3주 새로 나온 책 제헌절인 17일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1인 시위가 각지에서 열렸다. 그들은 ‘헌법 제1조가 어디 갔어?’라고 물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2008년 미국산 수입쇠고기 논란 당시 시위대는 이를 노래로 만들어 불렀다. 노래의 울림이 커질수록 한양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의 궁금증도 커졌다. 헌법 제1조는 어디서 왔을까? 책은 헌법 제1조의 기원을 찾아간다.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 독립임시사무소에서 임시의정원은 ‘대한민국임시헌장’을 선포했다. 제1조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제로 함’이라고 분명히 밝힌다. 군주국의 나라 대한제국이 무너진 지 9년 만에 임시정부가 민주공화국을..
어제의 잣대로 오늘을 평가하지 말며, 오늘의 잣대로 내일을 예측하지 마라 : 《어모털리티》 ‘통섭’이라는 말을 번역, 전파(?)한 최재천은 “사람이 쉽게 쥘 수 있는 말을 만드는 것은 대단히 성공적인 전략”이라 했다. 새로운 단어를 만들고 개념을 설명하는 것은 참 편한 ‘성공적인 전략’이다. 저자 캐서린 매이어는 “죽을 때까지 나이를 잊고 살아가는 현상”을 ‘어모털리티Amortality’라 한다. ‘어모털리티’한 종속,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어모털족’이라 부른다. ‘어모털족’에 관해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개념을 파악하는 게 우선 해야 할 일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오늘날 나이는 유동적이다 못해 혼란스러운 것이 되었다.” 나이에 대한 개념과 정의를 가장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나이를 잊고 사는 사람의 수가 크게, 그리고 빠르게 늘어가..
지는 광고, 뜨는 PR의 시대 :《홍보 불변의 법칙》 알 리스와 로라 리스의 《홍보 불변의 법칙》에는 “광고 중심의 마케팅이 PR 중심의 마케팅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PR은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받지만, 광고는 그렇지 않다. PR을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면 광고가 적절하게 연출된 광고 캠페인을 동원해 그 이미지를 활용할 뿐이다.” 결론은 ‘지는 광고, 뜨는 PR의 시대’이다. PR은 브랜드를 구축하는 역할을 하고 광고는 브랜드를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광고의 목적은 브랜드를 구축하는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을 통해 구축한 브랜드를 방어하는 것이다.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광고를 원하지만 정작 창의성이 필요한 것은 PR이다. 소비자는 광고를 신뢰하지 않는다. 맞는 말이다. 저자의 주된 주장은 “퍼블리시티가 먼저이고 광고는 그다음”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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