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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5주 새로 나온 책 사람들은 집값을 얼마나 지불해야 할지 고민할 때, 매도 호가의 영향을 받는다. 만일 매도자가 부르는 값이 높다면 낮을 때보다 그 집이 더 가치 있어 보인다고 생각한다. 주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식을 살 때 자의적으로 목표주가를 정해 놓으면 별다른 수익이 없어도 이 목표주가에 근접할 때까지 주식을 들고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별 의미 없는 숫자라도 한번 정해 놓으면 거기에 집착해 판단을 내리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이 책의 저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를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표현한다. 닻을 내린 곳에 배가 머물 듯, 처음 입력된 정보가 정신적인 닻으로 작용해 이후 판단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저..
리더는 business를 해야지 busyness를 해서는 안 된다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아래 캐논코리아)의 안산공장을 다룬 책이다. 책을 보면 외형적으로도 성장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내가 보고자 하는 내용이 아니니 생략하기로 하자. 한참 전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고 제목에서 '포장마차'가 주는 느낌이 '현장경영'을 연상하게 하여 읽지 않은 책이다. 우연히 다시 잡아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제목이 책의 내용을 임펙트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제목보다는 내용이 더 좋은데 그 점을 잘 살리지 못한 면이 있다. 안산공장에 국한된 이야기이므로 본사 캐논코리아도 이와 같은 것인지는 모른다. 따라서 캐논코리아가 좋거나 또한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책에서 접한 안산공장에 대한 생각을 기술한다. 이런 이야기를 서두에 적는 이유는 책이라는 일방적인 도구에 기술된 내용들이 실..
책을 만드는 모든 분께 절을 올리고 싶다 : 장정일의 독서일기 3 지난주는 장정일만 읽었다. 중간마다 다른 책을 읽었지만, 이빨 빠진 독서일기를 채워 읽었다. 6권을 읽고 4권 그리고 3권을 읽었다. 지금은 5권을 사서 읽고 있다. 도서관에 가면 있지만 구매해서 읽고 싶었다. 역순으로 읽으니 독서일기에서 장정일의 달라짐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만드는 모든 분께 절을 올리고 싶다. 당신들, 당신들을 진정 사랑한다. 《장정일의 독서일기》의 끝을 바라보고 있다. 장정일이 독서일기란 이름으로 계속 출간하지 않은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다고 느낀다. 장정일의 생각과 같은지 장담할 수 없지만. 독서일기 전편으로 갈수록 읽은 책이 종종 더 보인다. 아마도 1980년대 책이 가끔 독서일기에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흔히 예술은 불온한 것이라고 말해지지만, 굳어진 형식에 아무런..
더 이상 박노자를 읽지 못한다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지만 한동안 이권우의 글을 텍스트의 하나로 받아드리려 했다. 작년에 읽은 에는 박노자의 에 대한 글이 있다. 나도 파란 눈을 가진 한국인이 가진 시각의 다양성에 존경을 표한바 있다.(다양성의 나라, 평등한 나라를 위하여, 니네들의 대한민국) 이권우는 박노자의 이 책을 신문 사설의 이야기로 풀어간다. ("박노자 또는 등에" 261쪽) "답답한 마음에 박노자라면 어떻게 말했을까 궁금했는데..." 박노자는, 일찍이 소크라테스가 말한, '등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스스로 진보주의자라고 여기는 이들도 미처 눈치채지 못한 '마음속의 파시즘'을 그이는 정확하게 지적한다. 그리고 진정한 세계시민으로서, 한 개인이나 국가의 경제적 풍요가 또 다른 개인이나 국가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삼고 있음을 밝혀낸..
아이에게 올바른 독서 지도란 없다 단지 부모가 미리 읽어보는 일이다 아이에게 책을 어떻게 읽게 할까가 많은 부모들의 관심사이다. 정작 자신은 어린이 책은 고사하고 자신의 책도 읽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있다. 저자는 "날마다 쏟아져나오는 수많은 책들의 홍수 속에서 우리 아이들 독서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대한 독서지도에 대해 고민했다. 하지만 그의 질문은 "독서를 '지도'하다니"라는 다른 커다란 질문과 마주한다. 그래서 저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아이 곁에서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책과의 만남에 눈뜨게 해주는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아이들에게 "좋은 책만을 까다롭게 골라 오랜 시간에 걸쳐 채운 제 책꽂이 하나를 장만해 주는 일"로 자신만의 책꽂이에 "책..
우선 쓰기에 대한 인식부터 바꾸자 우리 사회에서는 대체로 쓰기라고 하면, 시험을 보기 위한 글쓰기나 훌륭한 문장가가 되기 위한 글쓰기를 연상하는 경향이 있다. 쓰기가 인간의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며,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잘 쓰고 바르게 써야 한다는 의무감을 더 갖게 되었다. 이것이 문제이다. 시험뿐만 아니라 글을 써야 할 상황은 매우 다양하며 글의 유형도 다양하다. 다양한 유형의 글을 무시한 채 글쓰기에 공식이 있다고 믿게 된다면, 그 자체가 우리의 쓰기 욕구를 억압하는 메커니즘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거창하게 시나 소설이라는 특정 문학 장르를 고집하지 말자. 이 점에서 최근 문학 교육은 '창작과 감상'이라는 말 대신에 '생산과 수용'이라는 용어를 즐겨 쓴다. 그만한 이유는 있다. 창작이나 감상은 왠지 전문가의 몫처럼 느껴..
2012년 3월 4주 새로 나온 책 위정척사(衛正斥邪), 동도서기(東道西器), 문명개화(文明開化). 서구 문명이 동아시아에 침투하면서 전통 지식체계는 큰 혼란을 겪는다. 낯선 세계에서 온 문명을 받아들일 것인지 배척할 것인지의 기로 앞에 선 지식인. 그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서구에서 들어온 새로운 개념을 동아시아의 언어로 치환하는 과정을 분석한 신간 ’개념의 번역과 창조’가 발간됐다. 양일모, 박노자, 쑨장, 요하임 쿨츠 등 11명의 국내외 학자들이 당대의 출판물과 기록을 토대로 서구의 새로운 개념과 사상들이 동아시아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밝혔다. 서울대 사회학과 박명규 교수는 책에 수록한 논문 ’근대 한국의 사회 개념 수용과 문명론적 함의’에서 지금의 용례로 쓰는 ’사회’ 개념은 19세기 말에 처음 보급되었다고 쓴다. 당시 ’대조선독..
독서에도 습관의 때가 묻는다 : 장정일의 독서일기 4 좋은 책을 읽는 방법은 먼저 나쁜 책을 읽지 않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그것을 알고 행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독서에도 습관의 때가 묻는다. 다음에는 더 좋은 책을, 방긋방긋 웃으며 읽고 싶다. 뭐가 나쁜 책인지 알아야 읽지 않을 수 있을 터인데 그것은 오로지 많이 읽는 수밖에는 없다는 말인가. 장정일의 말처럼 "알고 행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말이다. 며칠 전 을 읽었다. 많은 세상에 나오지 않은 책을 내가 세상에 꺼내 놓았다. 이번 4권에서는 몇 권 되지 않는다. 소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여 건너 띄고 읽었다. 지금껏 7권까지 나왔는데 (다른 이름까지 포함한다면 9권, 를 포함하면 10권이다) 번호를 채우지 못한 것을 구매해 모두 읽으려 한다. 읽으려 하니 구해진다. 인터넷 중고책방에서 배송비만 추가..
불의에 맞서는 우리의 분노는 여전히 그대로 살아있다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다 스테판 에셀은 레지스탕스의 동기가 '분노'였음을 환기하며 "여러분 각자가 나름대로 분노의 동기를 찾으십시오. 역사의 큰 흐름에 합류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이 연설이 바로 이 책의 시발점이 되었다. 레지스탕스이며 1948년 12월 10일 작성에 참여한 저자 스테판 에셀이 이 시대에 외치는 선언이다. "나는 여러분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분노의 동기를 갖기 바란다. 이건 소중한 일이다. 내가 나치즘에 분노했듯이 여러분이 뭔가에 분노한다면, 그때 우리는 힘 있는 투사, 참여하는 투사가 된다." 저자는 "최악의 태도는 무관심"이라고 말한다.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내 앞가림이나 잘할 수밖에..." 이런 식의 말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
박노자의 '나는 반성한다'를 읽고 박노자가 진보신당의 비례대표 6번이 되었다. 현재의 지지율로는 당선권이 아니다. 선거가 끝나도 힘들다. 1월에 쓴 글이니 시의적으로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진보신당과 탈당파들과 그가 말하는 '부르주아 정객들'이 함께 진보를 말하는 통합진보당이 총선으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박노자가 이 시점에 이글을 썼다면 똑같은 견지에서 작성했을까? 박노자의 글을 (1월에) 읽었다. "민족주의적 등의 오류들을 당연 '오류'라고 이야기해야 하지만, 좌파에게는 독선이 아닌 이해와 관용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이다. 박노자가 이 시점에 관용이 부족한 자신을 반성하는 연유가 무엇일까? 그의 말처럼 "좌파가 떠난 민노당이 유시민 류의 부르주아 정객들의 들러리가 돼버린 안타까운 노릇..
인민人民이 책을 읽지 않으면 우중愚衆이 된다 : 장정일의 독서일기 6 장정일을 읽을 때마다 그의 다독과 박식함에 부럽고 우울해진다. 이제 그것을 넘어설 때도 되었건만 부러움에 대한 시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정일은 언제나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그처럼 책을 다독하지도 못하며 또한 자유분방하지도 못하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생각의 자유로움을 책장 너머로 볼 수 있는 책이다." 예전 장정일의 을 읽고 쓴 대목이다. 이 책도 그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아직도 장정일의 자유분방함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민주사회란 여러 가지 의견이 존재하는 사회이다. 그래서 시민이란 타인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과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그것과 함께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렇게 말하고 다닌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렇게 말하고 다닌다. 시민을 책을 읽는 사람이..
글쓰기 욕구는 본능이다 : 나는 국어의 정석이다 글쓰기 욕구는 본능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표현 욕구가 있다. 사람은 연필을 쥘 나이가 되면 글을 읽지 못해도 이곳저곳 낙서를 한다. 이렇듯 사람은 읽기 본능보다 쓰기 본능이 먼저이다. 사람은 누구나 표현 욕구가 있다. 공간을 보면 무엇인가 그리고 싶고 쓰고 싶어진다. 책상 위에도 쓰고 벽에도 쓴다. 이처럼 쓰기는 인간의 욕망을 표출하는 자연스러운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상황과 맥락에 맞게 다른 사람과 공감하여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표현이라면 낙서가 아니라 예술이 되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은 기본적으로 의사소통 행위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계층과 계층, 세대와 세대, 나아가서는 시대와 시대가 소통하는 수단이 쓰기이다. 글쓰기, 바로 이것이 문제다 쓰기가 인간의 본능에서 비롯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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