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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외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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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망한 것 같아 억울할 때 나는 부고를 쓴다 인생이 망한 것 같아 억울할 때 나는 부고를 쓴다 특별하지 않은 삶이 어디 있나 신문 귀퉁이에 자리해 지나치게 쉬운 글어떤 사람이 어떠한 이유로 세상을 떠났다는 공고타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매개체이자장례비용을 나눌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문화적 장치그런데잘 쓴 부고에는그 이상의 감동이 있다.나의 첫 번째 부고누구와 함께 헸는지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무엇을 이루었는지대부분 시시콜콜한 이야기지만부고는 인생이 응축된 문장이 모인작은 평전죽음으로 읽는 삶의 이야기때로는 단점도 가감 없이 드러내고사랑하는 사람에게 충실하면서도바람둥이였으며, 대중의 관심에늘 목말라하는 뜨거운 열정의 스페인 남자였다.—피카소 부고당부가 담기기도 한다.내 무덤에 와서 울지 마라.나는 거기에 없고 잠자는 것도 아니다.나는 수천 개의..
반성 2025 - 검찰 사망 부고에 부쳐 쓸쓸하다.사생활이 걸레 같고 그 인간성이 개판인어떤 유능한 판·검사가고결한 인품과 깊은 사랑의 성자의 얼굴을 하고정의를 선고할 때처럼역겹다.그리고 보통 살아가는 어리숙하고 착하고가끔 밴댕이 소갈딱지 같기도 한 이런저런 모습의평범한 시민에게 법의 잣대를 들이댈 때처럼.그보다 훨씬 똑똑하고 세련된 그가그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도색적인 그가권력 앞에서는 비굴하게 굽실대면서서민 앞에서는 도덕을 설교하는 순간처럼.국민을 위한다 말하며 제 배를 불리고,법치를 말하며 정치에 줄을 대고,역사를 심판한다 떠들면서도스스로는 단 한 번도 심판대에 서지 않는 판·검사와.어쨌든 나는 견디며 살았었다.오늘도, 숨을 뱉는다. 덧_김영승 「반성 190」을 빌어 반성 190 - 김영승반성 190—김영승쓸쓸하다. 사생활이 걸레 같고..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하늘로 떠난 민중시인 신경림 신경림(申庚林), 1936년 4월 6일~2024년 5월 22일 가난한 사랑 노래—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농무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 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 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
뉴욕 타임스 부고 기사를 통해 본 미국문화 아이콘 요기 베라 로런스 피터 “요기” 베라(Lawrence Peter “Yogi” Berra), 1925년 5월 12일 ~ 2015년 9월 22일미국 최고 권위의 신문 뉴욕 타임스 부고 기사를 온라인으로 즐겨본다. 하루에 한 번 정도는 꼭 빼먹지 않고 찾아 읽는다.‘Obituaries’란 컷제목의 부고 기사는 많은 이의 죽음을 통해 여러 사람의 인생을 되짚어보며 새로운 삶을 깨우칠 수 있게 한다. 개인의 이력서나 단순한 경력 나열 중심의 국내 신문의 부고기사와는 달리, 뉴욕 타임스는 고인의 삶을 다양한 모습으로 포착해 자세하게 묘사하며 흥미로운 기사거리로 만든다. 뉴욕 타임스의 부고기사가 인터넷판과 종이신문에서 모두 분량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장문의 수준 높은 기사가 많은 것은 독자가 그만큼 즐겨 읽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농무」 「가난한 사랑노래」 쓴 문단 거목 신경림 시인 별세 신경림(申庚林), 1936년 4월 6일~2024년 5월 22일 못 가져 서러운 이들의 한과 신명을 정감 있게 그려 사랑받은 『농무(農舞)』의 시인 신경림 씨가 22일 오전 8시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의대 재학 시절부터 고인과 인연을 맺어 온 센터장 서홍관 시인 등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고 한다. 88세. 1936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중학생 때 한국전쟁을 겪었다. 충주고를 거쳐 동국대 영문과에 진학, 56년 ‘문학예술’에 ‘갈대’ 등이 추천돼 등단했지만 시 쓰는 일에 회의를 느꼈다고 한다.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생생한 마당에 시작(詩作)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생각이었다. 65년 “네가 시를 쓰지 않으면 나도 쓰지 않겠다”며 붙드는 김관식 시인의 손에 ..
민주화가 나은 역설, 검찰 사망 검찰(檢察), ~ 2025년 9월 26일 민주화는 권위주의의 직접적 폭력을 약화시켰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권력의 공백이 생기면 누군가가 그 자리를 메운다. 한국의 경우, 군부와 정보기관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검찰이 그 공백을 차지했고, 오늘날 사실상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조직으로 자리 잡았다. 이 아이러니는 민주화가 곧바로 모든 권력 집중을 해소하지는 못함을 보여준다. 권력 구조의 계보: 누가 ‘국가 권력’의 주인이었나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기에는 경찰이 정권의 핵심 통제 도구 역할을 했다. 언론 통제, 학생 · 시민 동원, 반공 통치 등에서 경찰력이 동원되며 정권 유지를 보조했다는 역사적 평가가 있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등장한 뒤에는 정보기관과 군부의 비중이 커졌다. 중앙정보부(중정)와 방..
전두환 부고에 부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두환(全斗煥), 1931년 1월 18일~2021년 11월 23일 호남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날 아침, 서울 인사동으로 ‘글과 수묵, 사진으로 만나는 윤상원’ 전시회를 보러 가기 위해 시내버스를 탔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사람은 옷깃을 여미고 종종걸음을 쳤다. 버스 차창 밖으로 초겨울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윤상원을 오랫동안 그려온 하성흡 작가를 생각하다가 전두환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한순간, 멍해지더니 수많은 장면이 눈앞에 영화처럼 흘러갔다. 오래된 슬픔을 창문에 새긴 채 금남로를 바라보고 있는 전남도청이 떠올랐다. 그리고 인사동의 전시장에서 윤상원을 만났다.“오늘 우리는 패배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입니다.”5·18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이 남긴 말이다. 윤상..
시인 김수영 씨 버스에 치여 절명 - 1968년 6월 16일 김수영(金洙暎), 1921년 11월 27일 ~ 1968년 6월 16일 시인 김수영 씨 버스에 치여 절명 시인 김수영(金洙暎) 씨가 15일 밤 11시 20분쯤 서울 마포구 구수동 96 앞길에서 길을 건너다 서울영25277호 좌석버스(운전사 장육인·36)에 치여 중상을 입고 적십자병원에 입원 중 16일 오전 9시 별세했다. 향년 47세. 유가족으로는 서울 마포구 구수동 41의 2에 미망인 김현경(金顯敬) 여사(41)와 장남 준(雋) 군(18) 등 2남이 있다. 김 씨는 해방 직전 문단에 데뷔, 주로 주지적 사회참여의 저항시를 써왔으며 시집 『달나라의 장난』 외 300여 편의 시와 역서 『20세기의 문학평론』 등 10여 권을 냈다. 장례는 18일 오전 10시 예총광장에서 문인장으로.
검찰개혁이지 검찰개편이 아니다. 「법률신문」의 이상한 논리 나는 감히 단언코자 한다. 반개혁가의 개혁가에 대한 악랄한 박해는 한 번도 미뤄진 적이 없으며, 그 수단의 극렬함도 이미 극에 달했다. 오직 개혁가만이 아직도 꿈을 꾸고 있으며, 늘 손해만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아직도 개혁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후, 이러한 태도와 방법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100여 년 전, 노신은 말했다. 100년이 지났지만 다르지 않다. 「법률신문」이라는 곳에서 말장난을 하고 있다. 누구의 발상인지 모르지만, 잘못을 잘못으로, 나쁜 일을 했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방법을 찾았다. 말 또한 번지르하다. '가치중립적'인 표현을 쓴다고. 방송프로그램 개편하는 것과 같다는 것인지. 검찰개혁이지 검찰개편이 아니다. 알림‘개혁’ 대신 ‘개편’을 씁니다최근 ‘검찰 개혁’, ‘사법 개..
박남철 시인이시여, 분노와 핏대 없는 그곳에서 영원히 안식하시라 박남철(朴南喆), 1953년 11월 23일 ~ 2014년 12월 6일 박남철 시인과의 짧은 인연 6년 전 어느 초가을날 지성찬 시조시인과 함께 박남철 시인을 처음 만났다.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민경환 시인과 같이 안성에서 제법 규모가 있는 식당을 공동운영(적어도 형식적으로는)하고 있었다. 마을의 한 식당에서 술을 마셨고 다른 테이블의 손님과 시비가 붙었으며 그 시비는 고래심줄처럼 끈질기게 이어졌다. 여차하면 몸싸움이라도 벌어질 일촉즉발의 험악한 분위기였다. 물론 처음엔 뜯어말렸으나 상대편의 기세도 만만찮아 만약 집단패싸움으로 번질 경우 나도 거들기 위해 예비동작까지 머릿속에 그려 넣고 있었다. 다행히 마침 경찰이 출동하는 바람에 구체적인 몸싸움까지 가진 않았지만 덕택에 밤새 통음으로 시달려야 했다...
후반에 청춘을 뒀던 사나이 - 故 송해 방송인 송해(宋海), 1927년 4월 27일~2022년 6월 8일 후반에 청춘을 뒀던 사나이—방송인 송해—장재선세상 곳곳에 노래를 퍼트리는 삐에로를 자처했으나 그는 떠나온 곳에 대한 그리움을 누르느라 매일 면벽한 수도승이었는지 모른다 어느 날 도가 통해 조물주와의 타협에 성공한 듯 청춘을 생애 뒷부분에 두는 능력이 그에게는 있었다주름진 얼굴의 세월을 경쾌한 웃음으로 바꾸고 늦가을과 겨울의 무거운 공기를 메쳤는데 여름날의 푸른빛만 사랑한 것은 아니어서 모든 색을 다 껴안고 취흥에 겨워서 흔들거리는 척 세상의 시름을 보듬어 달래다가 툭, 사라졌으나지금도 누구 눈에는 가끔 보인다 노래하고 춤추며 웃는 청춘의 그 마음들 곁에서.시작노트송해 선생이 지난 6월 95세로 타계했을 때 나라..
노래하는 마음 곁에서 - 故 송해 방송인 송해(宋海), 1927년 4월 27일~2022년 6월 8일 노래하는 마음 곁에서 - 故 송해 방송인—장재선세상 고샅고샅 노래를 전하는 삐에로를 자처했으나 그는 망향의 시간을 다스리느라 나날이 면벽한 도인이었는지 모른다 어느 날 도통해 청춘으로만 살게 돼 푸른 계절의 빛을 노래에 실어 가을과 겨울에도 마구 퍼트렸다 무거운 세월을 경쾌한 웃음으로 바꾸고 취흥에 겨워서 흔들거리는 척 모든 계절의 곡조를 다 품어주다가 툭, 사라졌으나 지금도 누구 눈에는 그가 보인다 노래하고 춤추며 웃는 그 봄의 마음들 곁에서. —『별들의 위로』 ‘전국 노래자랑’을 34년간 진행한 단일 TV 프로그램 최장수 진행자,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고령 TV 음악경연 프로그램 쇼 진행자’, 3년 전 9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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