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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間/술 사주는 읽고쓰기

아이가 책과 멀어지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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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사장(그들은 회장이라 부르지만) 중에 이름은 아는 몇 안 되는 이가 민음사의 박맹호이다. 《CEO의 서재》에 그의 서재가 나온다. 출판인답게 많은 책이 어질러져 있다. 그거야 당연하겠지만, 그의 책에 대한 생각은 출판에 관련되어 밥 먹고 있는 사람이나 나같이 아이 키우는 부모가 꼭 기억하고 명심해야 할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이에게 책의 중요성을 말하고 책을 읽으라고 권하지만, 그것이 아이가 책과 멀어지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알지 못하고 있다. 아이의 처지에서 생각하지 않고 또 자신이 어릴적에 어떠했는지는 전혀 기억 못하고 그냥 책을 읽으라 한다. 어찌어찌 강요에 못 이겨 아이가 책을 읽은 후 책에 대해 물어본다. 어떻게 생각하니,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 등등.  정작 묻는 자신도 대답을 못하는 것을 묻기를 되풀이한다. 절대 책 읽은 아이에게 느낀 점을 묻지마라. 그렇지 않다면 부모의 의도와는 다르게 책과 멀어지는 가장 빠른 길로 달려가게 될 것이다.

박맹호는 40여 년을 책과 살았다. 하지만 엄살처럼 말한다. "나는 어려운 책은 못 읽어요. 쉬운 책만 읽지. 가령 《스티브 잡스》같은 평전이나 쉬운 문학책, 《사기 열전》같은 책"만 읽는다고 말한다. 진짜 그가 어려운 책을 읽지 못하며 쉬운 책만 좋아하는 것일까? 그는 쉽고 어렵고를 말하지만, 그보다는 '재미있는 책'을 강조한다.

재미없는 책은 설렁설렁 읽는다고 그는 말한다. 그렇게라도 읽는 이유는 사람과의 대화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러다가 눈에 딱 들어오는 단락이 생기면 제대로 된 독서를 시작한다. 그때의 기쁨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책은 무조건 쉽고 재미있어야 해요. 책이 어려우면 '흰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씨요' 이렇게 되는 거죠. 어렸을 때 어려운 책을 읽게 하는 어른이 있는데 제일 나쁜 겁니다. 아이한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면 안 돼요. 서점에 가서 자기가 직접 고르게 해야죠. 자기가 골라서 재미있으면 그게 만화면 어떻고 소설이면 어떻습니까? 그리고 난 후에야 이론적이고 아카데믹한 책도 읽을 수 있는 겁니다. 처음에는 쉽고 재미있게 접근해야 하는 거죠. 아이에게 책을 읽어라, 읽어라 하는 게 아마도 책을 가장 멀리하게 하는 최우선 방법일 거예요.


노는 것에 지치면 책을 잡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러면서 점차 책의 재미에 빠져드는 거라고. 스스로 찾아 읽어야 하는 것이 책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 또한 누구에게도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아이가 책과 멀어지게 하는 최상의 방법에 대해 말했다. 말에게 물을 억지로 먹일 수는 없다. 단지 강가로 데리고 갈 뿐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밥을 많이 막는다고 좋은 게 아니라며, 책을 무조건 많이 읽는 것이 좋은 게 아니며 강요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책을 읽는 것, 그리고 그것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안목은 책을 읽음으로써 길러진다고 그는 말한다.


책을 통해서 내가 만들어진 거죠. 책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책이 아니면 내 존재는 없어요.


책의 미래에 대해서도 그는 말한다. "책을 읽는 자만이 생존한다"며 사람됨을 만드는 인문학의 힘을 강조한다. 그는 다시 인문학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는 "지적으로 무장되지 않으면 미래 사회에서 탈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 말한다.

인문학은 사람됨을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게 오늘날 모든 분야에서 요구되는 인간상의 기본이 되는 거지요. 이제는 책을 읽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어요. 지적으로 우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거죠. 미국은 학교에 들어가면 일단 고전부터 백 권을 읽게 해요. 그래서 발전할 수 있었던 거죠. 지적으로 무장되지 않으면 미래 사회에서는 탈락할 수밖에 없어요.


매번 앵무새처럼 불황과 위기를 외치는 출판계에 일침을 가하는 이야기를 한다. 책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 책의 위기라는 말을 퍼뜨리면 안 된다. 책은 영원할 것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책은 영원할 것이니 책을 읽는 수밖에는 별 뾰족한 수가 없다. 읽다 보면 그가 말하는 손끝으로 책장을 넘기는 기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가 책과 가깝게 하려면 손끝으로 책장 넘기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제일 우선이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책을 대체할 수 있다는 데에 나는 절대 동의하지 않아요. 그런 식으로 대중에게 책의 위기라는 말을 퍼뜨리면 안 돼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50년 전부터 있었고, 출판업의 위기라는 말도 아주 오랫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어요. 내 대학 동기 이어령 씨는 화를 냅디다. '책이 왜 망해? 걱정 없어. 책은 절대 거뜬해. 그건 인류의 DNA거든' 하더이다. 책은 영원할 겁니다.


책을 뒤적이는 즐거움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을까. 책은 몇 천 년을 전해 내려온 인류의 문화유산이 아닌가. 손끝으로 책장을 넘겨 본 감성을 아는 자라면 아마도 평생 책을 놓지 못할 것이다.


CEO의 서재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행성B잎새

덧붙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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