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기요시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통합하려고 시도함으로써 "프롤레타리아 과학협회"라는 일본 공산주의자 모임에서 축출된다. 또한, 1930년에 공산당의 동조자라는 죄목으로 체포되고 강단에서도 쫓겨난다. 갓 대학으로 돌아온 그는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반대했지만, 1942년 군사력 증강에 반대한 그는 육군에 징집되어 1년간 필리핀에서 복무한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침묵했다. 1945년 3월 경시청을 탈출한 친구에게 밥 한 그릇과 옷 한 벌을 주었다는 이유로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감옥에 수감되고 종전 후 9월 감옥에서 옥사한다.
미키 기요시는 여러 매체에 진보적이고 예리한 비판과 풍자를 글로 일본 군국주의에 저항했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한쪽으로부터는 전쟁협력자라는 비판을, 다른 한쪽으로부터는 전쟁 비협력자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그는 이런 비판에 직면하여 결국 인생론으로 침작해 들어갔다. 그런 사유의 결과물로 많은 책을 저술했다. 이 책도 결과물의 하나이다. 사회주의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 아니라 철학자이자 독서가로서 담담하게 서술해 나간 것이다.
<독서와 인생>(범우문고 242, 2007)은 1942년 출간되었다. 세월이 많이 지났음에도 오늘날의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책 가운데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라는 독서에 대하여 현대적 시점으로 바라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먼저 "우선 먼저 중요한 것은 독서 습관을 붙이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는 그가 "인생에서 어떤 의미에서는 습관이 모든 것"과 연결된다. 이는 그가 말하는 독서법은 인생을 생각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늘 나는 남독濫讀도 아니고 난독亂讀도 아니라 다독多讀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자위하며 지내왔는데 사실 남독이며 난독하고 있다고 말해야겠다. 평소 이에 대한 변명으로 남독은 다독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 위안했다. 다독하지 않으면 어찌 나에게 필요한 책을 알 수 있겠는가라는 나의 변명이었다. 미키 기요시는 이러한 나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이 남독이 꼭 나쁘다고는 말하지 않으며 나의 변명을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 편을 들어준다.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라는 문고판으로 20여 쪽의 길지 않은 글이다. 하지만 그에 담긴 내용은 여느 책 한 권의 내용을 넘는다. 남독을 뛰어넘어 독서 습관이 몸에 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는 사색을 위한 것이라야 한다. 아니, 오히려 독서 자체에 사색이 결부되어야 한다. 책을 다 믿으면 책이 없는 것만 못하다고 옛사람도 말했다. 비평적으로 읽는 것은 스스로 사색하면서 읽는 것이고, 스스로 사색하면서 읽는 것은 단지 비판적으로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발전적으로 읽는 것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중요한 것은 독서 습관을 붙이는 일이다.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습관이 필요하다. 사람은 단지 의무적으로만, 혹은 흥미로만 독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습관이 실로 많은 일을 한다. 그리고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독서 습관도 일찍 붙이지 않으면 안 된다. 학생 시절에 독서 습관을 붙이지 못한 사람은 아마도 평생 독서의 재미를 알지 못할 것이다.
독서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독서하지 않으려는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독서 시간을 만들기 위해 쓸데없이 분주하기만 한 생활을 정리할 수 있다면 인생이 그만큼 풍부해질 것이다. 독서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준다. 이것만 생각해도 침착성을 잃고 있는 현대 생활에서 독서가 갖는 의의가 클 것이다.
먼저 독서하면 독서에 적합한 기분이 들게 된다. 일단 독서 습관이 생기면 습관이 모든 잡념을 잠재워 준다. 대개 독서가라 불리는 사람은 독서의 습관을 지니고 있다.
독서는 일종의 기술이다. 모든 기술에는 일반적인 규칙이 있으므로 이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에서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도 독서가 기술임을 의미하고 있다. 기술은 습관화됨으로써 몸에 붙으며 습관화되지 않는 기술은 기술의 의의가 없을 것이다.
독서법은 각자에게 있어 성격적인 것이다. 각자의 기질을 떠나서는 독서의 기술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각기 자신에게 적합한 독서법을 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자의 기질에 적합한 독서법을 스스로 발명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오래 즐겁게 유익하게 독서할 수 없을 것이다.
자기 자신의 독서법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많이 읽어야 한다. 다독多讀은 남독濫讀과 같지 않지만 남독은 분명 다독의 하나이고, 다독은 남독에서 시작되는 것이 보통이다. 예로부터 독서법에 대해 쓴 사람은 거의 모두 남독을 경계하고 있다. 많은 책을 함부로 읽지 말고 한 권의 책을 되풀이해 읽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남독을 경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사람은 남독의 위험을 통해 자신의 기질에 맞는 독서법에 도달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정독하라고 하지만 특히 자신에게 필요한 한 권의 책이 과연 무엇인가는 많이 읽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참된 독서가는 모두 남독에서 시작하고 있지만 남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참된 독서가가 될 수 없다. 남독은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남독일 때 의미가 있다. 남독에 머무르지 말라는 것은 다독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아니다. 다독가가 아닌 독서가가 없다. 오히려 독서가는 다독가의 별명이다.
사람이 항상 일정한 목적을 갖고 독서하지는 않는다. 어떤 목적이 있어야만 독서하는 것은 공리주의이고, 이런 공리주의는 독서에 해롭다. 목적이 없는 독서, 이를테면 독서를 위한 독서도 중요하다. 이것에 의해 사람은 교양에 이를 수 있다. 일반적인 교양을 얻으려는 목적에서 일정한 계획에 따라 독서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그런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기는 어렵다. 특히 젊었을 때부터 닥치는 대로 읽는 것이 결과적으로 일반적으로 교양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교양은 목적 없는 독서의 결과이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것은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좋은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 하더라도 어떤 것이 좋은 책인지 분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고전이라 불리는 것은 좋은 책임이 틀림없지만 그 고전의 숫자도 많아 선택이 필요하다. 특히 신간은 선택하기가 더욱 어렵다. 스스로 직접 책을 검토해 볼 수 없다면 독서의 지침으로 다른 사람들이 열거해 놓은 목록이나 신간 소개 등에 의존하여 이미 정평이 나 있는 것을 읽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은 저마다 개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 맞는 책이 다른 모든 사람에게도 맞는 그런 일은 없다. 독서에서도 개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좋은 책이라 불리는 것 중에도 자신에게 맞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자신의 개성에 의해 결정된다.
올바로 읽기 위해서는 천천히 읽어야 한다. 결코 급히 서둘러서는 안 된다. 그 책에서 배우기 위해서도, 그 책을 비평하기 위해서도, 그 책을 즐기기 위해서도 천천히 읽는 것이 중요하다. 천천히 읽는 것의 참된 의미는 되풀이해 읽는 것이다. 꼭 읽어야 하는 책은 되풀이해 읽어야 한다.
되풀이해 읽는 것은 세세한 부분을 음미하는 데 필요하다. 한 권의 책 전체의 의미를 파악하려는 목적밖에 없다면 천천히 읽을 필요가 없다. 되풀이해 천천히 읽는 것은 오히려 그 부분을 음미하면서 읽는 데 필요하다. 되풀이해 읽는 것은 독서에서 발견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특히 요구된다. 자기 생각에 따라 제멋대로 읽는 것은 읽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거기에서 무언가 배우려는 태도로 책을 대해야 한다. 이해가 비평의 전제로써 필요하다. 발견적인 태도로 읽으려면 스스로 뭔가 문제를 갖고 책을 대해야 한다.
독서에 임해서도 스스로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읽어야 한다. 그 경우 독서는 저자와 자신 사이의 대화가 된다. 이 대화 속에서 독서의 참된 즐거움을 찾아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저자가 대신 생각해 주길 바라며 독서하는 것은 좋지 않다. 물론 스스로 무엇이든 생각할 수 있다면 독서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좋은 책은 되풀이해 읽어야 한다는 것은 평범하지만 떠올릴 때마다 깊이 공감되는 독서의 윤리이다. 프랑스의 작가 플로베르는 "작가의 서가는 그가 날마다 되풀이해 읽어야 하는 원천인 다섯 권이나 여섯 권의 책으로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 그 밖의 책에 대해 말하면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뿐이다. 되풀이해 읽는 애독서가 없는 사람은 그 사람도 사상도 성격도 없는 것이다.
독서와 인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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