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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주인은 누구인가 개인적으로 서현 교수의 글을 좋아한다. 특히 책에 관한 잡문은 더욱 그러하다. 《또 하나의 벽돌》은 건축가 서현 교수의 서평집, 부제로 말하면 '건축가 서현의 난독일기'이다. 이 책 뒷부분을 보면 서평 한 책의 목록이 있다. 목록을 보고 다른 책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기에 반갑다. 한데 이 목록의 특이한(?) 점은 책 제목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저자를 기준으로 정리해 놓았다. 예를 들면 《또 하나의 벽돌》을 찾기 알아보기 위해서는 저자 서현을 찾아야 한다. 물론 사전이 아니기에 찾기 기능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조금 생소하다. 한 저자의 책이 있다면 이런 방식도 같은 저자의 다른 책을 비교해 읽을 수 있으니 독자에게 도움이 된다. 대부분 한 저자의 책 한 권을 ..
2012년 9월 3주 새로 나온 책 1931년 일제 관동군이 류탸오후(유조호) 폭파사건을 날조해 만주침략(만주사변)을 본격화한 다음해에 세운 괴뢰국가다. 폭파사건이 일어난 날이 9월18일이고 그날은 중국인에겐 국치일이다. 중국 전역에서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문제로 사상 최대의 반일시위가 벌어진 지난 18일이 바로 그날이다. 1945년 8월 해체된 만주국이 남긴 유산은 무엇이었나? 그것은 바로 박정희(1917~1979)와 기시 노부스케(1896~1987), 그리고 그들이 만든 전후 일본과 대한민국이라는 게 이 책 내용이다. 바꿔 말하면 전후 한·일의 원류가 만주국이라는 얘기다. 경북 문경에서 훈도(초등학교 교사)로 있던 박정희가 죽음으로써 일제와 천황을 받들겠다고 맹세하는 비장한 혈서를 신징(지금의 창춘)에 있던 만주군관학교에 보낸 건 1..
인간은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존재이다 인간은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존재이다. _9월 3주 책 읽기 《마흔, 인문학을 만나라》에서 9월 3주에 읽으면 좋은 책으로 댄 애리얼리의 《경제 심리학》을 권한다. 댄 애리얼리는 행동경제학자로 최근 읽은《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이 얼마전 출간되었다. 우리에게는 행동경제학 개요서 《상식 밖의 경제학》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댄 애리얼리의 《경제 심리학》에서 NIH(Not Invented Here) 신드롬이란 자신감이 지나쳐 외부의 것을 수용하지 못하는 배타적인 성향을 뜻하는 말로 관공서나 기업체 등에 광범위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또한 선진 기업의 연구 조직은 흔히 자신이 직접 개발하지 않은 기술이나 연구 성과에 대해 배타적인 성향을 보인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은행 경영자에게 저축을 유인하는 아이디어를 프..
왜 남을 속이면서 자신이 착하다고 착각하는가 :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불완전한 존재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합리적인 인간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주류 경제학과 비교하면 비주류 경제학인 행동경제학은 출발부터 다르다. 기존 주류경제학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다. 행동경제학은 '합리성'이라는 비현실적인 개념에 반대한다. 개인은 주어진 여건에서 항상 자신의 효용이나 기대이익을 최대화하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 시장은 가격신호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균형 상태로 향하게 된다는 게 미시경제학의 기본 토대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사람의 행동이 항상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댄 애리얼리의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은 '왜 속이면서 자신이 착하다고 착각하는가'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서로 속이며 거짓말을 한다. 당신도 그..
2012년 9월 2주 새로 나온 책 이글턴이 마르크스에 대한 비판들을 반박하는 것은 단지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너무도 확고한 현실이 돼버린 자본주의 체제가 스스로를 바꿀 가능성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는 지금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이런 현실에 맞설 가장 강력한 무기, 곧 마르크스주의를 다시 그들 손에 쥐여주는 것이 그의 목표다. 책에 언급된 표준적인 비판 열 가지는 ‘마르크스주의는 끝났다’, ‘이론적으로만 괜찮다’, ‘결정론이다’, ‘유토피아를 꿈꾼다’, ‘만사를 경제로 환원한다’, ‘세계를 물질 덩어리로만 본다’, ‘이미 사라진 노동계급에만 집착한다’, ‘폭력적인 정치 행동을 선호한다’, ‘전권을 가진 국가를 믿는다’, ‘최근의 급진적 운동에 기여한 바 없다’ 등이다. 이글턴은 현실 ..
고전은 왜 읽어야 하는가 이 시대는 너도나도 인문학이니 고전이니 말을 한다. 모두 《논어》를 말하거나 공자를 입에 올린다. 그러나 인문학도 고전도 말만 한다고 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고전을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바뀌어야 한다. 고전을 팔아 책을 내어 독자를 현혹하는 일련의 저자에게 현혹되어 실상 그들이 말하는 고전은 읽지 않고 덧붙인 해설만으로 고전을 읽지 않은 것을 위안받으려는 일반 독자가 태반이다. 이탈로 칼비노는 《왜 고전을 읽는가》에서 고전이 고전이라서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고전은 무언가에 '유용하기' 때문에 읽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정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사실은 고전은 읽지 않는 것보다 읽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고전을 읽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말한다. 하나는 그 시대의 인물과 시간에 살아볼..
책이 사람을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서 사람이 된다 : 마흔, 인문학을 만나라 책 권하는 책은 많다. 동양인보다는 서양인에 더 적합한 존 S. 메이저과 클리프턴 패디먼의 《평생 독서 계획》이 그 중에서 제일이다. 간략한 소개와 리뷰로 평생 읽어야 할 고전을 소개하고 읽기를 권한다. 모든 소개서가 마찬가지이지만 그것에 휘둘리면 안 된다. 참조하고 자신만의 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그 이전에는 소개서에 몸을 맡겨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게 우선이다. 평소 누군가 나에게 어떻게 책을 읽을지 물어보면 제일 먼저 해주는 말이 있다. 책에 커다란 의미 두지 마라. 책이 사람을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책을 통해서 사람이 된다. 책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도와주는 도구에 불과하다. 주체는 항상 나 자신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 읽는 것이 몸에 배어야 한다. 책과 한몸이 되어야 ..
2012년 9월 1주 새로 나온 책 광해군(1575~1641)은 삶이 파란만장했다. 18살에 세자로 정해져, 아버지 선조 대신 임진왜란에서 크게 활약했다. 16년의 세자 시기를 거쳐 34살에 왕이 된다. 15년 동안 재위했고, 1623년 반정으로 왕위에서 물러났다. 그 뒤 제주도로 귀양을 간 상태에서 67살까지 18년을 더 살았다. 반정으로 폐주가 되었지만 27명의 조선 왕들 중 네번째로 장수했다. 극적 반전을 거듭한 그의 삶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현실외교에 그는 매우 높은 식견을 보였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밀고 당기기를 계속했으니, 예민한 현실감각을 갖게 된 것은 자연스럽다. 반면 국내 정치에서는 국정 운영, 민생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얻기 어렵다. 특히 중신 이항복의 귀양은 미필적 살해에 가까웠다. 중풍이 재발한 63살 노인을 1..
꼭 '~들'을 써야 하나 이상한(?) 것에 신경이 쓰여 책을 읽을 수 없다. 그동안 무심코 읽었는데 얼마 전부터 눈에 거슬려 책을 읽기 어렵다. 그동안 별 탈 없이 읽었던 텍스트인데 새삼스럽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했다. 한데 어설프게 안 것이 화근이다. 오늘 읽은 박노자의 《하얀 가면의 제국》은 복수를 '충실히' 사용하고 있다. 그것도 너무너무 충실하다. 박노자는 지금은 한국인이지만 태생이 러시아이니 충실한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많이 거슬린다. 박노자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한 많은 저자가 '~들'을 사용하고 있다. 복수를 사용했다고 문법에 틀린 것은 아니다. 고종석이 설명처럼 "한국어 문법에서는 체계적인 범주가 아니다." 하지만 굳이 복수를 뜻하는 '~들'을 사용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
2012년 8월 5주 새로 나온 책 인문고전에 입문하려고 하는 40대들에게 쉽고 즐겁고 편안하게, 마치 대중가수의 콘서트에 초대받아 온 것처럼 인문고전 읽기를 유쾌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 책은 일 년을 계절별로 나누고 계절에 따라 읽어야 할 인문고전 분야를 문학, 철학, 역사, 근현대교양서로 나누었다. 이어 매월 주별로 52주 동안 분류에 맞는 인문고전을 골라 책에 맞는 칼럼을 수록하고, 책과의 연관성을 끌어내 구체적인 고전 활용법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이 책은 인문독서 입문자들에게 ‘1년 52주, 한 주에 한 권씩 인문학을 만날 수 있는’ 체계적인 독서 방법론을 담고 있다. 매주 하나의 칼럼을 통하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삶의 문제들을 인문학적 프리즘으로 들여다보고, 그 주제에 관련한 인문학 책을 함께 읽어 근원을 파헤치는 인..
열독가가 아니어도 수집가가 아니어도 좋다 어느 헌책 수집가의 세상 건너는 법이다. 그는 자신이 수집가라고 말한다. 그가 수집가가 되어 세상을 잘 건너고 있는지 궁금하다. 세상을 건넜다면 지금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저자처럼 전작주의자가 되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노력과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집착해야 한다. 집착을 버리는 것이 책읽기의 근원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위해 집착을 한다면 근원부터 혼란스러워진다. 전작보다는 맘이 가는 데로 책을 읽는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분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열독가와 수집가로 나눠볼 수 있다. 둘 다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사실 열독가이면서 수집가인 경우가 비율상 가장 많겠지만, 굳이 나눠 보자면, 열독가란 말 그대로 책 본래..
천재가 되기 위한 열두 가지 조건 천재가 되기 위한 열두 가지 조건 1. 태어난다 2. 주위를 잘 관찰한다 3. 배운다 4. 새로운 생각을 떠올린다 5. 끈기를 기른다 6. 놀면서 공부한다 7. 많이 물어보고 많이 생각한다 어째서? 얼마나? 왜? (왜 아닐까?) 8. 생활에 도움이 되는 생각을 한다 9. 더 낫게 고친다 10.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11. 절대로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12. 자기만의 것을 찾아낸다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아이에게 적합한 책이다. 내가 보아도 좋은 내용이다. 하지만 조금 비틀어 보자. 먼저 제목에 나오는 "천재가 되기 ..."에서 왜 '천재'가 되어야 하는가. 커가는 아이에게 '천재'를 강요하는 것은 부모의 욕심이다. 초등학교 가기 전까지 부모는 자기 자식이 모두 천재까지는 아니지만, 영재 똑똑한 아이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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